건강한 여성으로서

여자임을 숨길 수 없는

by 온이로

그것은 여성으로서의 사망선고 같은 것은 아니었다. 내게 자궁은 원래 큰 의미가 없는 것이었으므로. 그러나 섹스의 금지령이 내려졌다는 것은. 내가 여태 행해왔던 것들이 정말로 나를 해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은. 이제는 더이상 물러날 길 없이 혼자인 것을 무참히 깨달을 밤밖에 남지 않을 것이라는 그런.

나의 모든 것을 해치고 싶다. 자궁도 가슴도 머리털. 그와 반대로 나의 모든 것을 드러내고 싶다. 젖꼭지와 겨드랑이털과 이제는 암이 될지 모를 바이러스를 가진 나의 몸을.

배가 아프다. 자궁을 들어내고 싶어. 자궁을 들어내고 가슴을 없애도 내 유두는 정확히 튀어나와 세상을 감시할 것이다.

내 목소리는 내가 여자임을 증명할 것이고 내 안에 사랑받고자 하는 외로움이 나를 여자로 보이고 싶게끔 만들 것이다.


항상 건강하지 않았던 것 같다. 생리를 시작했을 때부터 하혈을 하거나 생리를 거르기 일쑤였고 남들이 생리통으로 고통받을 때 나는 배란통과 배란혈로 고통받았다.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첫사랑에게 무참히 배신당하고 타락-이라고 말하면 우습게 들리기도 한다-의 길로 들어섰다. 누군가 나를 원할 때는 밀어내지 않았고 내가 누군가를 원할 때는 손쉽게 그를 취할 수 있었다. 첫 섹스 이전에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았었다. 그러곤 끝이었다. 자궁경부암. 암같은 것은 내 얘기가 아닌 줄 알았음으로. 처음 자궁경부암 검사를 하러 갔을 때까지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다. 그저 불쾌한 산부인과 의자에 앉아 밑으로 이물감만을 느꼈다. 검사를 한 지 며칠이 되었을까. 산부인과에서 전화가 왔다. 검사결과를 들으러 나오라고 말이다. 그때부터는 약간 무서웠던 것 같다. 무언가 암이 될 만한 것이 내 몸에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한 번 걱정하기 시작하니 끝이 없었다. 의사는 결과지와 모니터 화면을 동시에 보여주며 어떤 바이러스가 있다고 했다. 백신을 맞았지만 그 백신이 막아주지 못하는 바이러스에 걸렸다는 것이었다. 참. 내가 백신을 맞을 때만 하더라도 백신은 꽤 비싼 편이었고 당연히 모든 종류의 바이러스에 대한 것인 줄 로만 알고 있었다. 3달 뒤에 다시 검사를 받으라는 말을 듣고 병원을 나섰다. 내가 했던 모든 섹스들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나를 파괴하기 위해 시작한 일은 그 소임을 다하여 내게 바이러스를 안겨주었다.


이것이 아마 20대 초반의 이야기일 것이다. 어제 산부인과를 들렀다가 혼이 났다. 검사를 오랫동안 하러오지 않았다고 말이다. 사실 이제는 될 대로 되라다. 요 몇년 간은 섹스도, 남자도, 사랑도,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았으니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만약 괜찮지 않더라도 수많은 병원 스케줄 사이에 하나가 더 늘어날 뿐이었다. 나쁜 결과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결과를 기대하지도 않는다.


물리치료와 상담. 진통제와 신경계 약들. 매일 같이 해야하는 루틴이 되어버린 것들은 그저 일상이 되어 있다. 디스크는 나의 몸을 갉아 먹고 자라 나의 정신마저 파괴한다. 사실 지금처럼 안정적인 때가 언제였을까 할 정도로 정신적으로는 건강한 편이다. 나머지가 문제이긴 하지만. 언젠가 아프지 않고 잠에 들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그때의 나는 건강해졌다고 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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