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자살, 자해, 식이장애에 대한 민감한 언어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겁난다고 몸을 망가뜨리지 않는다. 겁난다고 몸을 망가뜨리지 않는다. 겁난다고 몸을 망가뜨리지 않는다. 겁난다고 몸을 망가뜨리지 않는다. 겁난다고 몸을 망가뜨리지 않는다. 겁난다고 나의 정신까지 갉아먹게 놔두지는 않는다. 신체적·정신적 건강의 증진과 사회적 안녕을 도모한다. 내 주변의 칼과 가위와 온갖 뾰족하고 날카로운 것들을 치운다 해도 나는 내 몸을 괴롭히는 방법을 너무나 잘 안다. 스스로 고통을 주는 법.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그 누구에게도 손가락질 받지 않을. 그래도 온갖 뾰족한 것들과 온갖 날카로운 것들은 사사롭게 내 주변을 얼쩡거리며 나를 노려본다. 얼른 나를 들어라. 나를 낚아채 너의 피부에 내다 박아라. 빨간 피를 흘리고 상처를 내서 흉터를 만들어라. 끔찍한 고통과 함께 너의 정신은 평온해 질지어니. 아멘.
그때의 나는 몸무게와 거울 속 나의 모습에 집착하고 있었다. 생애 최고의 몸무게를 보고 나서 운동을 하고 하루에 브로콜리 하나, 고구마 한 조각을 먹었다. 몸이 망가지는 것을 느꼈다. 나의 정신은 몸과 함께 피폐해졌다. 주변 사람들은 오히려 살이 빠지는 내 모습을 보며 따라 하기도 했고 질투나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난 만족할 수 없었다. 더욱 절식을 하고 하루에 초콜릿 작은 한 알과 와인을 마셨다. 술은 배고픔과 다이어트의 스트레스를 해결해 주는 해주는 듯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거식증을 앓는다는 사실을 회피하고 싶었는 지도 모르겠다. 잘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했던 몸무게가 한 동안 그대로였다. 나의 불안은 커져만 갔다. 날이 갈수록 더 많이 운동하고 더 적게 먹었다. 그럼에도 몇 주째 같은 몸무게였다. 나는 건강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무서웠고 다시 살이 찌는 것이 두려웠다. 날이 가면 갈수록 먹고 싶은 것만 많아졌다. 그래서 대책을 세운 것이 먹토, 즉 먹고 토하는 방식이었다. 거식증은 폭식증을 동반하며 따라왔다. 한동안 절식을 하다가 원하는 음식이 생기면 먹고 바로 토해냈다. 손가락으로 목구멍을 눌러가며, 소리가 나지 않게 숨죽인 채로. 하지만 구토의 반복은 식도를 상하게 했고 목소리까지도 잃게 만들었다.
지금의 다이어트방식도 '건강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두렵다. 평소보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고 그런 것들만 해서는 안될 것 같다. 그러나 절식 상태에서의 배고픔을 참아야만 하는 고통이 싫었고 먹고 싶은 것을 먹을 때는 죄책감이 들었다. 거식증 환자들은 자신의 다이어트가 한 번이라도 망가지는 순간 폭식을 하기도 한다. 거식증과 폭식증이 한 번에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의 나는 그저 먹는다. 딱히 운동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나로 하여금 죄책감에 젖게 하지만 조울증과 자살사고는 나의 건강한 다이어트를 도돠주지 않았다. 디스크의 심화는 내가 운동을 하는 것도 할 수 없게 했고, 난 스스로의 이런 모습들을 참을 수 없었다. 배부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운동하지 못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었다. 상담 때 이런 이야기들을 했다. 식단도 운동도 지금의 내게 너무나 큰 스트레스가 되고 무거운 짐처럼 느낀다고 말이다. 의사는 다이어트를 '아직은' 하지 말자고 했다. 내게 아직 더 쉬어야 한다고, 아직 더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 말로 핑계 삼기로 했다. 배가 고플 때 먹었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폭식을 했다. 그럴 때면 죄책감을 이기기 위해 간단한 스트레칭을 했다. 비만하다는 것은 나를 위협한다. 하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그것들보다 내 정신의 안위가 더 먼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을 만나면서 비만한 나의 모습은 나를 위축되게 만들었다. 마른 사람들에게선 특유의 아름다움이 넘쳐 흘렀고 거울 속 나는 추악하기 그지 없는 것이었다. 내가 바라보는 나의 모습이 나를 더 깊은 우울로 데려갔다. 약이나 주사에 의존하고 싶어졌다. 선생님은 부작용을 우려하며 처방을 계속 미루자고 했다. 나날이 불어가는 몸무게는 나를 불안하게 한다. 의지를 가지고 건강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정석적인 일이지만 어떤 것도 올바른 방법으로 해내지 못하는 나에게 그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다.
퇴원 후 새롭게 만난 친구가 있다. 인간은 의지를 가질 수 있는 존재이고 그것만 있다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그의 모습은 나에게 있어 너무나 멋있는 것이었다.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일까? 그는 내가 글을 쓰는 것도,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의지가 있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나는 나의 글이 의지를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저 나를 위해서, 나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서, 혹은 시간을 보내는 일종의 방법으로서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말을 듣고 더 글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식단이 힘들기에 그저 제때 밥을 먹기로 했고, 운동이 힘들기에 그저 운동화를 신었다. -나는 항상 슬리퍼만 신고 다니는 인간이다.- 내 의지가 점점 확고해지길 바란다. 궁극적으로 내가 목표하는 살아갈 의지 말이다.
부디, 마음 때문에 몸을 소홀히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