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의 냄새
나프탈렌 냄새. 분명 누군가 옷장 속에 처박히듯 보관되어 있던 겨울옷을 꺼내 입은 탓일 테다. 눈사람이 낼 법한 냄새다. 왜 그렇게 느끼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니지만 할머니 댁 옷장 문은 열면 항상 나프탈렌 냄새가 났다. 아주 어릴 땐 우리 집 이불 사이에서도 났던 것 같다. 지금이야 냄새 때문이라도 쓰이지 않지만 말이다. 하지만 가끔 병원을 들르면 종종 이 냄새를 맡곤 한다. 화장실이겠지 싶다. 습기와 해충을 동시에 해결해 준다니. 아주 유용한 친구가 아닐 수 없다. 윗글은 정말로 나프탈렌 냄새를 맡았다는 것은 아니다. 아마 겨울 옷이, 코트가, 니트들이 꺼내어지는 모습에서 갑작스럽게 옛 추억을 떠올린 탓일 테다. 내 기억 속 나프탈렌 냄새는 강렬한 텁텁함만을 가진 냄새로 인식되어 있는데, 그게 꼭 겨울이 왔다는 신호 같았다. 엄마가 장롱 깊은 곳에서 장갑이나 목도리 따위를 꺼내주시면 그걸 갖고 눈사람을 만들어 놀곤 했으니까.
눈이 잘 오지 않는 지역에 살다 보니 한번 눈이 내리면 어린아이들 말고는 곤욕을 치루기도 한다. 일 년에 한 번 오는 눈을 위한 설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을 리가 없다. 그래도 이번 겨울은 잘 지냈다. 눈이 한번 내렸고, 버스운행이 일부 중지되고, 초등학교가 휴교령을 낸 것 빼고는 잘 지냈다. 나는 눈을 꽤 좋아하는 편인데 밖에 나가서 노는 방식보단 집안에서 감상하는 방식을 더 선호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미끄러지는 것에 대한 걱정이 많아진다. 아직 젊은 데… 하시는 분들에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지금 걷기 외의 운동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 몸뚱이라는 것을 조용히 알리고 싶다.
겨울이라도 나는 잔병치레가 없었다. 가끔 열이 올라도 하루 덜 뛰어다니면 낫곤 했다. 그러던 내가 성인이 되어서 잔병이 아닌 큰 병치레를 하고 있으니… 아주 어릴 때 친구가 눈을 장감 안에 한가득 들고 나에게 가져다준 적이 있다. 당연히 눈은 녹아 없어졌도 흔적만 남았지만 둘 다 좋아서 까르르 웃었다. 나프탈렌 냄새를 풍기는 눈사람들은 매해 만들어지겠지만 ‘모래 눈사람’ 이 생기면서 새로운 냄새의 눈사람이 나올 것 같다. 눈을 선망하거나 싫어하는 다양한 이들이 만들어낸 수많은 눈사람의 냄새는 사실 겨울의 냄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