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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등고 Nov 13. 2018

로힝야족 사태-세계에서 가장 박해받는 민족

우리랑 상관이 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

세계에서 가장 박해받는 민족


 아웅 산 수 지 여사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시작하자. 미얀마의 민주화 영웅인 아웅 산 수 지 여사는 1991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였다. 그 당시 그녀는 군부에 의해 탄압받고 있었던 미얀마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존경받는 여성이었다. The lady라는 영화가 개봉했을 만큼 가정주부에서 민주화 투사가 된 그녀의 삶은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2015년 아웅산 수지 여사가 정권을 잡고 2년 여가 흐른 지금, 아웅산 수지 여사의 노벨평화상 취소 청원을 세계의 곳곳이 주장하고 있다. 2017년 9월 13일, UN 안보리는 미얀마의 인종청소를 규탄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제노사이드의 교과서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로힝야 족 문제를 다뤄볼까 한다. 

자카르타에서 열린 로힝야족 탄압 규탄 시위


 현재 UN 사무총장인 안토니우 구테흐스는 로힝야 족에게 현재 세계에서 가장 탄압받는 민족이라고 표현하였다. 로힝야족은 누구이며, 그들이 누구이길래 탄압을 받고 있는가.




로힝야족, 수난의 역사 


 미얀마 인구의 90%는 불교도이다. 그러나 이 곳에 무슬림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소수민족이다. 로힝야 족은 미얀마에서 이방인이면서 이교도이다.


 미얀마는 주류인 버마족과 몇몇의 소수민족으로 이루어져 있다. 버마족이 인구의 70%를 약간 밑돌고 샨족, 카렌족, 라카인족 등이 소수민족을 구성하고 있다. 각각의 소수민족들은 대부분 반군이 구성되어 있으며 내전이 현재까지도 진행되고 있다. 소수민족과 버마족 간의 관계는 거슬러 올라가면 영국의 지배에서부터 시작된다. 영국이 미얀마를 지배할 당시에 민족별로 차별정책을 시행하다가 독립이 되고 영국군이 빠지자 정권을 잡은 버마족이 이들에 대한 탄압을 지독하게 했던 것이다. 


 로힝야 족 역시 영국의 식민 지배 당시에 미얀마에 정착을 하기 시작하였다. 사실 예전에 로힝야 족은 자체의 왕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버마 전쟁 때 영국에 복속이 되었다. 영국은 프랑스의 인도차이나반도처럼 미얀마를 쌀 생산기지로 만들고 싶어 했다. 하지만 원래 쌀을 먹지 않는 영국은 이 곳을 쌀 생산 기지로 만들만한 기술도 인력도 없었다. 그렇기에 영국은 벵골 쪽의 소작인들을 모아서 이 곳으로 이주시켜 농장을 경영하게 한 것이다.


 그렇다면 버마족들은 이들을 어떻게 여기게 되었을까.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일제시대의 친일 지주들이 있는데 다른 나라에서 온 다른 민족을 마름으로 쓰는 상황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마름에 대한 소작농들의 감정은 최악을 달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와중에 일본인 지주가 빠진다면? 남은 마름은 어떻게 될까. 로힝야 족의 수난의 역사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이 된다.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정부는 전국의 로힝야 족을 가장 많은 로힝야 족이 살고 있는 라카인 주로 몰아넣고 탄압을 가했다. 심지어 미얀마의 소수민족끼리는 어느 정도 유대감이 형성되어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로힝야 족은 다른 소수민족들마저 탄압을 하고 있다. 영국에 의해 준지배계층으로서 이들이 식민시대의 기득권을 차지하였기 때문이다. 현재 미얀마는 이들에 대해서 의료/교육 등에 완전히 차단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이들은 1982년부터 미얀마로부터 시민권을 박탈당했다.


 물론 그렇다고 이들이 절대선(善)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들 역시 앞에서 말했듯이 영국 식민지 시절에는 지배를 하는 쪽에 가까웠다. 미얀마가 1948년 독립이 되자마자 반군을 형성하여 수천의 불교도들을 축출하였다. 2012년에는 3명의 로힝야족 남성이 불교도 여성을 집단 성폭행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아라칸로힝야구원군(ARSA)는 ISIL이 등장한 후에는 이들에게 충성서약을 하였다. 무장을 갖추어 경찰서를 습격하기도 하였다. 이번 로힝야 족 사태가 촉발된 사건도 역시 그 발화점에는 아라칸로힝야구원군이라는 이름의 반군이 서있다.


 그러나 로힝야 족에게 가해지는 살인, 강간, 강도, 다양한 형태의 강탈과 납세, 토지 횡령, 재산 파괴 등은 이미 일상적인 일이다. 뉴스거리도 안된다. 심지어 아직까지도 강제 노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시민으로 인정받지도 못하는 이들을 누가 보호해준 단말인가. 결국 로힝야 족과 버마 족은 과거 영국의 식민지 시대의 잔재가 악순환을 거듭하며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고 보는 편이 낫다. 버마 족은 과거의 아픔을 잊지 못해 로힝야 족을 사람대접해주지 않고, 로힝야 족은 직접 행하지도 않은 과거의 일 때문에 수십 년간 박해를 받아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



 

로힝야 족 난민 사태


 이들의 난민화는 사실 하루 이틀일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 없는 민족은 쿠르드족이다.(the world's largest stateless nation) 로힝야 족은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 없는 공동체이다.(the world's largest stateless community) 


 미얀마는 이들을 미얀마의 국민으로 인정하기를 거부한다. 국가의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미얀마 정부가 주는 것은 온갖 종류의 제한과 탄압뿐이며 미얀마 정부가 이들에게 가지고 있는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들이 미얀마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로힝야 족의 난민사태는 이미 오래된 일이다. 수지 여사가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91년과 다음 해인 92년에는 로힝야족 25만 명이 방글라데시로 도망을 쳤다. 로힝야 족은 미얀마의 민주화가 이루어진 상황에서도 시민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반군이 기승을 부리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무슬림이 소수민족인 곳은 대부분 무장투쟁을 한다. 사우디나 카타르처럼 이슬람 원리주의를 수출하는 나라들의 지원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짐작된다. 


 여튼 지금껏 길게 설명했듯이 미얀마와 로힝야 족의 갈등은 영국이 식민 지배를 할 때부터 이어져 온 뿌리 깊은 반목이 배경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7년 8월 25일, 사건이 발생한다.


 로힝야족 반군이 미얀마 정부의 30여 개의 초소를 박살내고 수 십 명의 경찰이 죽고, 수 백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를 빌미로 정부는 본격적인 박해를 실시하게 된다. 위에서 말했듯이 이들의 목적은 미얀마에 로힝야 족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좋은 빌미가 되어주었다. 이들은 로힝야 족을 말 그대로 미얀마에서 청소하기 시작한다. 로힝야 족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 밖에 없다. 마을을 떠나든지, 남아서 죽던지. 밑의 위성사진이 그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불과 6개월 사이에 청소되고 있는 로힝야 족 마을


난민이 가는 길, 방글라데시와 미얀마 국경 사이에서 반군으로 많이 넘어가기도 한다.


 로힝야 족의 인구는 110만 명 정도로 추산이 된다. 그리고 지금 그 반절 가량이 방글라데시로 넘어가고 있다. 로힝야 족은 국경을 넘어가 방글라데시의 1번 국도를 타고 쿠투팔롱 난민캠프에서 머물고 있으며, 이곳에 지원 등은 열악의 열악을 달리고 있다.


로힝야 족에게 마련된 방글라데시의 난민촌


 턱없이 부족한 보급품으로 인하여 난민들끼리 싸움이 벌어지기도 부지기수이며 이 과정에서 신체적으로 약자인 여성과 아이들은 소외되는 것도 당연하다. 항상 비극은 약자들에게 더 가혹하다. 마을에서 쫓겨난 로힝야 족이 난민 캠프로 가는 와중에 로힝야 반군에 가담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ISIS가 계획한다는 보도도 있다.


 미얀마의 민주화 영웅이라는 수지 여사의 이름값은 이 사건이 세계 사회의 이목을 끌게 하고 있다. 과거 미얀마는 군부가 독재하였고, 이 군부는 공평(?)하게도 민족을 따지지 않고 막장 통치를 하였다. 하지만 2015년 이후 실권을 잡은 아웅산 수지 여사에게는 기대치가 있었다.


 하지만 수지 여사는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수지 여사는 로힝야 족 난민 사태 이후 침묵을 지키다가 9월 19일 연설에서 모든 인권 유린을 규탄하며 법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변한 것은 없다. 여전히 로힝야 족은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채로 방글라데시와 미얀마의 국경을 떠돌고 있다.


 물론 미얀마 정계의 사정도 이해는 된다. 일단 로힝야 족에 대한 국민의 감정이 너무도 안 좋다. 일제시대 일본인 지주들이 한국에 그대로 남아 있다고 생각해보라. 이러한 와중에 군부와의 공존과 청산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여론의 지지가 필요하다. 아직도 미얀마의 국회 자리의 25%는 군부를 위해 마련되어 있다. 디폴트 값이다. 이 와중에 국정을 운영하고 개혁을 해나가기 위해선 과반을 차지해야 한다. 과반을 차지하려면 정말 말 그대로 압도적인 지지가 필요한 것이다. 여론을 거스르기가 쉽지 않다. 


 거기에 더해 수지 여사의 개인사도 포함이 된다. 수지 여사는 영국에서 영국 사람과 결혼을 한 사람이다. 이 사람이 과거 영국 식민 시절에 버마족을 지원했던 로힝야 족을 옹호한다면 수지 여사는 영국의 앞잡이로 보일 수도 있다. 영국은 과거에 자신들이 한 짓을 기억하는지, 이 로힝야 족의 보호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기에 더욱더 그렇게 보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반군의 지속적인 활동도 로힝야 족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 형성에 악재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IS의 서약을 하기도 했다. 물론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된다. 수십 년을 사람대접을 못 받았다. 평생을 억울하게 살아왔다. 하지만 동시에 반군들이 불교도들에 대한 암살이나 불교 승려를 저잣거리에 효수하는 등의 활동을 펼쳐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들의 행동은 과거의 안 좋은 기억을 계속해서 상기시키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힝야 족에 대한 생존 대책은 마련이 되어야 한다. 이유를 나눠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힝야 족이 살아야 하는 이유


 첫 번째. 소수민족이 인구의 3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미얀마가 로힝야 족에 대한 탄압을 계속한다면 국가가 안정될 수 있을 것인가. 다른 소수민족들 역시 로힝야 족에 대한 감정이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아니, 굉장히 나쁘다. 하지만 이들은 소수민족이라는 같은 카테고리로 묶일 수밖에 없다. 소수민족에 대한 미얀마, 정확히 말하면 버마 족의 태도를 알 수가 있다. 과연 로힝야 족을 모두 몰아내면 다음의 타깃이 자신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두 번째. 로힝야 족의 탄압이 그 자체로 치안을 불안정하게 한다. IS는 이제 그 힘을 많이 잃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슬람 원리주의 자체의 힘이 줄어들었다고 볼 수 없다. 사우디와 카타르가 막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배후에서 와하비즘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탄압받은 로힝야 이슬람교도들은 그냥 당하기만 할까?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이미 많은 이들이 ARSA에 가담하고 있다. 치안이 불안정해지고 내전이 발발하면 당연하게도 군부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세 번째. 미얀마의 이미지 문제이다. 미얀마는 1962년 네 윈 장군의 쿠데타부터 2015년 11월 총선까지 수십 년 간 군부독재정권의 아픔을 겪었다. 얼마 전에야 불완전하나마 민주국가의 반열에 들었다. 그렇다면 민주국가는 무엇인가. 한 사람, 한 사람이 사람이라는 이유로 존중받는 국가. 국가에서 가장 우선 시 되는 것이 국민인 곳이다. 즉, 인권이 보장되는 국가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로힝야 족에 대한 탄압을 한다는 것은 새로 진입한 정부 역시 기존의 군부 독재 정권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국제 사회에 보여주는 것이다.

 이미 UN에서는 영국과 스웨덴 중심으로 로힝야 족에 대한 미얀마 정부의 행위를 규탄하고 나섰다. 민주화 투쟁의 역사를 전 세계가 지켜본 나라인 만큼 민주화에 역행하는 이러한 흐름은 그만큼의 반발을 예상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심지어 러시아와 중국도 미얀마의 행위를 규탄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마지막. 로힝야 족은 사람이다. 사람이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받는 것에 있어서 제한이 있을 수는 없다. 심지어 현재 살아있는 대부분의 로힝야 족은 과거 자신들의 선조가 저질렀던, 혹은 실행했던 일에 대한 기억도, 그에 대한 유산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이들이 차별받아온 사람들이 뿐이다. 

 로힝야 족을 왜 불쌍히 여겨야 하는가. 과거에 대한 죗값이 있다면 조사를 받아 청산을 하면 되고,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잡아서 벌을 주면 된다. 로힝야 족 전체를 하나로 보고 사람으로서 대우를 하지 않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사람이기 때문에 받아야만 하는 '당연한 대우'라는 것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것을 천부인권이라고 배운다.




 2018년 현재


 2018년 8월 UN은 이를 제노사이드로 규정했고, 미얀마는 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기로 한다. 방글라데시로 도피한 70만 명에게 돌아오면 시민권을 부여하겠다고 발표했다. 11월 중순 귀환 작업이 시작된다.

 이러한 정책이 지금까지 뿌리 깊은 반목과 갈등을 모두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어려운 예상이 아니다. 지금도 많은 미얀마 사람들이 '왜 우리 세금이 이들에게 들어가야 하는가, 이들은 우리를 지배했던 놈들이다.'라고 반발할 수 있다. 이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로힝야 족이 미얀마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질 것인가는 결국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긍정적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민주화 투사'로서 수지 여사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그리고 민주화를 쟁취해 낸 미얀마 국민들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수십 년간 이어져온 분노의 고리가 끊어지길.




참조 자료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9/14/0200000000AKR20170914005900072.HTML?input=1195m

http://www.huffingtonpost.kr/2017/09/11/story_n_17970944.html

http://m.news.naver.com/read.nhn?oid=001&aid=0008901357&sid1=104&mode=LSD AP통신

http://news1.kr/articles/?3094080

http://www.france24.com/en/20170907-myanmars-rohingya-stateless-persecuted-fleeing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9/20/0200000000AKR20170920089900009.HTML

http://www.hankookilbo.com/v/5f4ba3373e9148eca398702e0cf25651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9/19/0200000000AKR20170919096851076.HTML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Print.aspx?news_id=NB11523508

http://www.huffingtonpost.kr/2017/09/19/story_n_18034468.html


 [잘 알지도 못하면서 기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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