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순해진 나를 만날 수 있다
제주를 사랑한다.
제주에서 (살다가) 죽는 게 꿈이라고 해
종종 사람들이 놀라곤 한다.
제주에 가면 내 얼굴이 달라진다고 한다.
그렇게 순할 수가 없다나.
내 딴엔 ‘난 괜찮다. 이 정도면 엷은 미소다.
표정관리 잘하고 있다.’ 하며 지은 표정도
상대방은 싸하다고 느끼는 난데,
(웃고 안 웃고의 얼굴 온도 차이가 큰 사람)
제주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어려지고 순해지고 내가 좋아하는 내가 된다.
서울에서의 표독함(!), 예민함, 조급함은
그 섬에 가는 바닷길에 몽땅 떨궈내 버린다.
내가 제주를 좋아해서 좋아하는 내가 되는 건지
좋아하는 내 모습이 거기 있어 제주를 좋아하는 건지
중요하지 않다.
그냥 난
제주에 가면 사람 된다는 게 중요.
9월에 난 다시 사람 되러 제주에 간다.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