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와 영국 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오후에 나는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으로 간다. 유럽에서 한 달 넘게 힘들었던 마음을 정리하고 새로운 동력과 활기를 얻어오겠다. 아일랜드는 내게 그런 곳이다. 위로받고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공간. 미리 비행기표를 사놨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무리를 했던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가야 한다. 가면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다. 새로운 세계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더블린 공항에서 시내까지 걸어갈 것이다. 아일랜드의 푸르른 공기를 마시면서 나를 정화할 것이다. 목적지가 보이지 않는 길을 끊임없이 가야만 하는 자아를 일깨울 것이다. 내 운명을 긍정할 것이다.
걸으면서 나를 돌아봐야겠다. 아니, 나를 돌봐야겠다. 나에게 말을 걸어야겠다. 새로운 시공간에서 내 안의 자아를 살피겠다. 이번 여행은 결혼식 참석이 목적이다. 가는 길에 아일랜드에 들러서 래리와 브라이언도 만난다. 아일랜드로 들어가서 아일랜드로 나온다. 더블린의 공기를 마시면서 끊임없이 걸을 것이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걸어서 들어가면서 내 안에 숨어있는 새로운 존재를 자각할 것이다. 나는 실리콘밸리에서 탁월함을 탐구하고 있다. 타자로서 탐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탁월함의 주체로 서기 위해 혁신가의 마음을 엿보고 있다. 혁신가의 마음을 훔치고 있다. 이재영 교수는 <탁월함이란 무엇인가>에서 탁월한 인물의 전기를 소재와 대상으로 삼고 있다. 나는 길을 제대로 들어섰다. 혁신가, 기업가의 전기와 자서전이 내 탐구의 밑천이 되고 있다.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
사무실에 이런저런 일이 있다. 인사 담당으로서 퇴직하는 직원이 갑자기 나왔다. 동요하지 않고 중심을 잡고 있다. 작은 사무실의 경영자와 노동자의 시각으로 대립해서 보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이상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직업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아쉬움이 남지만 나는 내 위치에서 최선을 선택해서 대응해야 한다. 진가는 위기에 나온다고 했다. 나의 주체성을 다른 사람에게 위탁해서 수동적으로 살지는 않겠다. 나는 내 인생의 경영자다. 동시에 내 삶의 노동자다. 두 가지 마음이 모두 내 안에 있다. 누구도 김삶으로 살 수는 없다. 여기에 힌트가 있을 것이다. 나의 삶을 나의 방식으로 꾸려가는 주체자로 우뚝 서겠다. 아침일기는 매일 내가 나에게 쓰는 편지다. 루시드폴이 <걸어가자>에서 말했듯이, 아니 노래했듯이 “내 심장소리 하나 따라 걸어가자”. 걸어가자.
요며칠 골이 띵했다. 잠은 충분히 자는데 저녁만 되면 머리가 무겁게 느껴졌다. 아일랜드와 영국을 갔다오면 나아질 것이다. 믿음을 품는다. 확신이 있다. 문득 날짜를 셌다. 얼마나 남았나. 아니, 얼마나 더 나아갈 것인가. 얼추 495일 정도가 남았다. 올해가 딱 100일쯤 남았다. 올해를 마감하면 내년은 시간이 더욱 빨리 흘러갈 것이다. 남은 100일을 아껴서 의미있게 보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중 절반은 회사 행사준비로 바쁠 것이다. 큰 문제없다. 바쁜 와중에 내가 추구하는 의미의 실을 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재벌 따님을 상대로 발표할 일도 생겼다. 동갑내기 재벌 따님이다. 내 비전을 펼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