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성이 살아나고 있다

by 김삶

사무실에서 캘리포니아 햇살을 맞으며 쓴다. 오랜만에 하얀색 자판을 두들기면서 아침일기를 쓴다. 다시 루틴을 만들고 있다. 산타클라라를 떠났던 한 주 동안 아침일기를 쓰지 못했다. 덴버, 올랜도, 탐파, 뉴욕, 시애틀, 라스베가스에서는 여유를 낼 수 없었다. 다시 백지를 마주하고 글자를 써내려가는 나는 지금 평온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북1번가 3003번지가 나의 베이스캠프다. 여기서 나는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정의한다. 거창하지는 않을지라도 김삶만이 할 수 있는 역사책을 써내려가는 중이라 자부한다.


<걸어서 실리콘밸리> 프로젝트를 끝내고 지속가능한 동력을 얻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기대와 달랐다. 2월은 매우 힘들었고 3월에도 여진이 남아있었다. 가슴에 응어리가 졌고 가벼운 우울감이 지속됐다. 세인트존스워트라는 영양제도 먹었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나는 적절한 주기로 무대가 필요한 사람이다. 계속 무대를 만들어가며 스스로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시도한 비행기 여행은 내게 큰 자극을 주었다. 넓은 대륙을 차로 구석구석 다닐 수 없다면 항공편을 통해서라도 부지런히 가보려 한다. 프론티어, 델타, 사우스웨스트까지 다양한 항공사 서비스를 이번에 경험했다. 앞으로 돈에 덜 연연하면서 경험을 사는 노력을 해나갈 것이다. 내 미국생활의 폭을 넓힐 수 있다.


2월 슬럼프의 계기인 교통딱지도 하나를 해결했다. 여행 직전, 작년 11월 부활절을 앞두고 사무실 근처에서 받은 500달러짜리 티켓의 납입기한이 임박해왔다. 우편물이 오지 않아 법원출석이나 서면항변은 할 수 없었다. 전체금액을 내고 잊어버리거나 10개월 분할 납부를 하면서 순간을 곱씹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억울한 부분이 있고 무엇보다 금액이 너무 크기에 감면 신청이나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디어는 두 번째로 경찰을 마주쳤을 때 제대로 응대하지 못한 아쉬움에서 비롯됐다. 여행 중 산타클라라 법원에서 이메일을 받았다. 500달러를 100달러로 감면한다는 결정문이었다. 어제 돈을 냈다. 몇 개월 끌었던 문제 하나를 해결했다.

새벽 4시 23분 뉴욕 지하철역에서 야생성과 마닺뜨렸다. 한정된 미국생활에서 나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나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나는 기회를 만들어낼 것이다. (촬영: 김삶)

피상적으로 위기가 기회라는 말을 많이 한다. 위기는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위험한 기간을 의미하지만 우리는 보통 위험과 기회로 풀이한다. 위험한 시기에 기회가 있다. 어려울 때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올랜도에서 탐파공항으로 가는 폭스바겐 제타 안에서 어머니, 누나와 함께 한 연설가의 특강을 들었다. 신임 사무관에게 그는 블루오션과 레드오션을 이야기했다. 레드오션에는 기회가 적다. 블루오션에는 기회가 많다. 내게 이란은 블루오션이었다. 내 기준에서 미국은 레드오션이다. 레드오션에도 기회가 있다. 기회가 적지만 분명 기회가 있다. 한정된 미국생활을 해나가야 하는 이상 나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 교통딱지는 첫 번째 티켓을 해결하는 데 기회로 작용했다. 어제 시애틀에서 항공편이 연발한 상황도 나는 기회로 활용했다. 라스베가스 경유로 재빨리 바꿔서 2시간 늦게 산호세에 도착했다. 보상도 받는다. 내 야생성이 살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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