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회사에 도착해서 쓴다. 데스크톱을 켤까 했지만 아침일기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씽크패드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7시 반부터 전화외국어 수업이 있다. 오랜만에 강사를 만난다. 마지막 기억이 썩 좋지 않아 다른 강사로 바꿀까 했지만 시간이 얼마 없어 그대로 간다. 관계라는 것이 좋았다가도 나빴다가도 한다.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저 두고 흘러가는 과정을 지켜보겠다. 어제도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지난해 동료에게 책 부탁을 하면서 마감을 깔끔하게 하지 못했다. 시기가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애써 수습했다. 소소한 위기를 맞았지만 흔들리지 않으려고 한다. 2월 <걸어서 실리콘밸리>가 끝나고 동기로 충만했지만 얼마 가지 못했다. 작은 위기에 크게 흔들렸다. 이번에는 그 때 허우적거렸던 실책을 되풀이하지 않겠다. <전미투어> 이후 컨디션이 좋을 때도 곧 어려움이 닥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제가 딱 그랬다. 나는 위기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나는 내가 만든 시험대에 올랐다. 내가 만족할 만한 수준에 다다르겠다.
내가 다른 동료에게 말한 잡스의 리드대학 강연을 나 자신에게 반복한다. “기질은 호시절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질은 위기에 형성된다. 기질은 풍요로울 때 생기지 않는다. 기질은 역경을 겪으며 내재되는 것이다.” “Character is not built in good times, but in bad times; not in a time of plenty, but in a time of adversity.” 내 식대로 해석해본다. 내게는 기질이 있다. 영어로 그릿(Grit)이라고 부르는 개념과 비슷하다. 어려운 상황을 적극적으로 돌파해나가려는 의지가 있다.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돌아가신 내 아버지가 물려주신 기질이다. 선물이다. 내가 받은 선물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발현하자. 차분함을 바탕으로 작지만 위대한 전진을 계속하겠다.
확실히 지난번과 다르다. 지난 2월 초에는 의욕으로만 가득찼다고 기억한다. 3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숙성된 마음으로 나아가려 한다. 어떤 형태라도 반드시 위기가 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동요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었다. 어떤 상황을 맞더라도 흔들리지 않겠다. 굳건하게 응전하겠다. 나는 글쓰는 사람이다. 그렇다. 나는 쓰는 사람이다. 쓰는 사람의 특권을 바라지 않는다. 쓰는 사람에 대한 존경을 갈구하지 않는다. 나는 내 존재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쓴다. 공개된 방식이든 비공개된 방식이든 읽고 써나가는 노력을 계속하겠다. 아침일기가 습관이 되고 있다. 습관의 힘을 믿는다.
곱씹어 보면 동료에게 괘씸한 부분이 있다. 일일이 대응하지는 않겠다. 체급부터 맞지 않는다.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내 습관을 유지하고 일관된 행동을 축적해 나가면 자연스레 증명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말부터 떠벌리고 설치는 친구를 보면 한심하다.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주변인들도 다 알 것이다. 나까지 나설 필요는 없다. 눈엣가시인 사람에게 무엇으로 대응할 것인가? 나는 나의 루틴을 더욱 확실히 만드는 데 애를 쏟겠다. 한정된 시간을 내 존재를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는 데 투입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