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속도와 방향

by 김삶

느지막이 스타벅스에 도착해서 쓴다. 새벽 3시에 깨서 한시간쯤 뒤척이다가 다시 잠을 청했다. 3시 반에 여는 스타벅스에 갈까 고민했다. 3시 반이 지나자 4시에 여는 스타벅스에 갈까 고민했다. 결국 고미숙의 특강을 틀어놓고 잠을 청했다. 다시 눈을 뜬 시각은 5시가 조금 넘은 때였다. 뒤척이다 몸을 일으킨 시간은 5시 45분이었던가. 텀블러와 다회용 컵을 가방에 챙겨서 집을 나섰다. 스타벅스에서 반복하는 나의 루틴에 변화가 생겼다. 텀블러에 커피를 마시면 25개 별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두 번 브루커피를 마시면 한 번은 미스토를 마실 수 있다. 6달러 안 되는 가격에 3일을 마실 수 있으니 하루에 2달러가 채 들지 않는다. 나에게 아침마다 주는 보상이라고 생각하겠다.


공복에 블랙커피를 마시니 화장실 갈 신호가 온다. 다행히 몸무게를 조금 줄였다. 새벽에 쟀을 때는 83.4킬로가 나왔고 아침에는 83.1킬로가 나왔다. 화장실에 간다면 82킬로대 후반으로도 진입할 수 있다. 기대된다. 반전의 계기를 만들고 있다. 전미투어를 하고 온 2주차다. 내일이 금요일이니 거의 열흘을 충실히 소화했다. 나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업무와 삶에 임하고 있다. 내게는 확실한 색깔이 있다. 그 색깔을 유지하겠다. 억지로 드러내려는 게 아니라 내 색깔과 지향이 자연스레 다른 이에게 드러날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특강에서 이야기한 진지하고 현실성 있는 태도가 계속 떠오른다. 나는 내 삶과 업무에서 진지하고 현실성 있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이것이 김삶의 정신이다.


주말에 할 일이 늘었다. 공연티켓 네 장을 받았고 아이들과 함께 가려고 한다. 축구에 참석하고 싶은데 어떨지 모르겠다. 12시에 시작하는 공연이 3시간이나 되니까 산호세에 오면 4시가 넘을 것이다. 축구는 현실적으로 무리다. 다음주에나 갈 수 있을까? 그 다음주에는 한국 출장을 가므로 못 나간다. 이번 주말에 빠지면 격주로 나가게 된다. 그것도 나쁘지 않다. 아이들과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하는 걸로 계획을 짜도 좋겠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알차게 보내야 한다. 일은 일대로 해나가면 된다. 아빠 역할에 보다 충실하자. 영화와 축구를 병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안 되면 과감히 포기하자.

내 삶의 운행자로서 나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가겠다. 내가 운전하는 차에는 가족이 타고 있다. 내가 흔들리면 내 가족이 불안해진다. 중심을 잡겠다. 중심을 찾겠다. (촬영: 김삶)

어린이날이다. 아이들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 타겟에 가도 좋다. 저녁에 외국어 수업이 있으므로 오늘 시간이 안 난다면 주말에 이벤트를 만들어야겠다. 삶의 의지를 회복하고 있다. 나의 행동과 자세가 이를 증명한다. 업무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 미주한국일보는 내게 기회가 됐다. 회사 선배와 통화할 때도 “대단하다”는 말을 들었다. 김훈은 생각을 말했다. ‘네 놈들이 나를 욕한다고 해서 내가 훼손되는 게 아니고 니들이 나를 칭찬한다고 해서 내가 거룩해지는 것도 아닐 테다. 니들에 의해서 훼손되거나 거룩해지는 일 없이 나는 나의 삶을 살겠다’고. 괜히 코끝이 찡해진다. 눈물을 쏟고 싶어진다. 나는 내게 주어진 유한한 생을 미련없이 걸어가겠다. 누가 뭐래도 나의 삶을 살겠다. 미주한국일보 칼럼의 소재가 늘고 있다. 나는 실리콘밸리에서도 내 무대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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