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독에서 빠져나와서 쓴다. 일요일 오후에 축구를 하고 월요일 저녁에 술을 마시고 어제는 하루 종일 헤맸다. 헤매다의 맞춤법이 헷갈려서 네이버 국어사전을 켰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세 가지 뜻이 나와있다. ①갈 바를 몰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②갈피를 잡지 못하다, ③어떤 환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허덕이다. 내게는 셋 다 해당된다. 어제는 힘든 날이었다. 영어권에서는 흔히 수요일을 가장 힘든 날로 생각하나 보다. hump day는 우리말로 하면 수요병 정도가 될 것이다. 이번 주는 어제가 고비였다. 2시간 휴가를 내고 싶은 마음도 생겼지만 잘 참았다. 근무시간을 챙기면서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밥값을 하겠다. 국가예산으로 운영되는 회사에서 성과를 내겠다. 밥값과 성과는 누가 규정하는 게 아니다. 내가 만족할 수 있을 만큼 해야 한다. 조금 더 가자.
전미투어를 하고 와서 살이 붙었다. 2킬로 정도는 빼야 한다. 82킬로대로 가는 게 시급하다. <나는 이렇게 조단이 되었다(I can’t accept not trying)>에서 마이클 조단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C를 받은 학생이 있다고 치자. 급선무는 B를 받는 것이고 다음은 A를 받는 일이다. 최고의 경지에 오른 그도 한 걸음씩 나아가라고 조언한다. 우선 나는 83대를 회복해야 한다. 어제 퇴근했을 때 몸무게보다 0.5킬로쯤 빠졌으니까 위안으로 삼아도 된다. 일기를 다 쓰고 집에 가서 체중계에 올랐을 때 83킬로대가 나왔으면 좋겠다. 블랙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화장실에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일기 쓰는 속도를 내야겠다. 30분 안에 아침일기 한 편을 쓰는 습관을 길러야겠다. 아침일기는 하루를 시작하는 나만의 의식이다. 걷기, 명상과 더불어 아침을 여는 루틴 중 가장 중요한 행위다. 수준 높은 글을 완성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보다는 쓰기를 내 영혼을 일깨우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싶다. 기타 연주에도 속주가 있듯이 아침일기는 내가 떠올리는 생각에 대해 그때그때 빠르게 써나가면 될 것이다. 존재의 수준기로 쓰기를 활용하겠다는 나의 다짐을 잊지 말자. 미국생활을 하면서 내 존재가 과연 얼마나 높은 단계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실험하고 점검하고 있다. 이번 미국근무의 모델은 무라카미 하루키다. 서문은 <먼 북소리>지만 내용은 <슬픈 외국어>다. 교본으로 삼겠다.
일어나는 시간이 일정해지고 있다. 알람을 맞춰놓지 않지만 5시 전후로 눈이 떠진다. 스타벅스 리버오크스점이 5시 30분에 문을 여니까 여기서 한 시간 이상 아침 일정을 소화하면 되겠다. 30분은 커피를 마시고 30분은 일기를 쓰면 한 시간이 훌쩍 간다. 전화외국어 수업은 사무실에서 하고 싶다. 집중도가 가장 높다. 일어나서 바로 씽크패드를 챙겨서 스타벅스로 온다. 인트라넷을 확인하고 아침일기를 쓴다. 소화를 하고 화장실에 간다. 집에 돌아가서 나갈 채비를 하고 사무실에 도착해 화상수업을 한다. 내가 처한 환경을 극도로 이용하겠다. 핑계대지 않겠다. 회피하지 않겠다. 내가 서있는 여기서 지금 시작하겠다. 내가 쓴 ‘여생의 첫날’ 정신이다. 이번 주 테마는 ‘더 단순하게 더 정교하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