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에 시달리면서 쓴다. 아침 5시가 안 된 시각에 눈을 떴지만 어제 과음을 한 탓에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결국 침대를 박차고 나온 시점은 6시가 넘어서다. 많이 마셨다. 즐겁게 마셨다. 사무실 후배와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학생 때처럼 마셨다. 부담도 되지만 그만큼 즐거움도 있다. 만남 자체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자리에서는 통제가 안 될 수 있으니 횟수를 줄여야 한다.
술이 안 깨서 스타벅스 밖으로 나왔다. 날씨가 따뜻해져서 앞으로 밖에서 아침을 보내는 것도 괜찮겠다. 어려움이 있어도 어떻게든 틈새를 찾으려 한다. 틈을 찾아서 뚫고 나가려 한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나의 혼미한 정신과 맞서고 있다. 진한 블랙커피를 마시고 있고 입을 쩍쩍 벌리면서 늘어지려는 나를 깨우고 있다. 스타벅스에서도 다회용 컵을 쓰면서 별을 모아갈 것이다. 한 잔당 25포인트면 크다. 파이크플레이스 두 잔을 마시면 한 잔을 얻을 수 있다. 매일 오는 스타벅스 커피값을 아낄 수 있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은 모르지만 돈을 아낄 수 있는 비결을 쌓아가고 싶다. 지금처럼 하면 된다.
조금 있으면 아침수업이 시작된다. 오랜 시간 함께한 셰아(Shea) 강사를 못 본다니 아쉽다. 다음주까지 만날 수 있으니 기회를 아껴서 쓰자. 아침 루틴은 술을 마신 다음날에도 계속 된다. 아침일기를 쓰고 전화외국어를 하고 이부자리를 정리한다. 커피를 여러잔 마시고 화장실에 간다. 걸으면서 명상을 하고 스트레칭을 하며 한 동작을 반복한다. 내가 하루를 여는 방식이다. 미주한국일보 첫 번째 칼럼인 ‘여생의 첫날’을 사내게시판에 올릴까 말까 고민했다. 시점을 조절해서 이번에 올리길 잘했다. 조회수 기준으로 가장 반응이 좋았다. 아마 ‘더 단순하게 더 정교하게’도 호응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주 금요일에 칼럼이 실린다. 지면을 기다리면서 보내는 한 주 한 주가 즐겁다. 나는 제 궤도를 찾았으며 지금부터 내 속도대로 삶을 굳건하게 영위할 것이다.
내일 저녁에는 회사에서 맥주 창업자 세미나가 있다. 해외시장뉴스에서 기업가정신을 다루고 싶은 내게는 기회나 다름없다. 스탠포드대학 한국학 세미나도 출입증을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미주한국일보에서 무급으로 글을 쓰는 점이 마음에 걸렸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혜택이 있다. 어제 어느 동료는 돈을 못 받는데 왜 쓰느냐고 물었다. 글쟁이만이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글을 써나가면서 나는 내 존재를 확인한다. 하루키가 말한 존재의 수준기로 글을 활용할 수도 있다. 나는 내 시각을 벼리고 싶다. 매일매일 내가 하는 경험을 세련되고 수준높게 표현하고 싶다. 말로 할 수도 있겠지만 일차적으로 글을 통해 정제된 언어를 구사하고 싶다. 글이 말이 되면 내 말의 격조가 한층 높아질 것이다. 시정잡배의 언어와 고담준론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정도면 어제 받은 질문에 대한 답변이 됐을까? 자기만족적 대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