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커피 한 잔으로 잠을 깨우고 쓴다. 스타벅스에서 비몽사몽하며 30분을 흘려보냈다. 커피를 리필해 왔으므로 이제 쓸 때가 됐다. 나를 정제하는 수단으로 아침일기를 쓴다. 다짐일 수도 있고 확인일 수도 있다. 내 존재가 어디쯤 왔는지 측량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나가서 찬 바람을 쐬고 왔다. 왼손에 찬 와이즈(Wyze)의 만보계는 2,000을 가리키고 있다. 아침에 스타벅스를 왕복하면 4,000보 정도가 된다. 회사까지 걸어가면 8,000보를 채울 수 있겠지만 차를 갖고 퇴근한 날에는 불가능하다. 사무실 주위를 더 걷는 수밖에 없다.
어제는 옆방에 있는 다른 기관의 동료와 산호세 점심 데이트(?)를 했다. 걸어서 5,000보 떨어진 쌀국수 집에 갔고 걸으며 끝없이 이야기했다. 오는 길에 편의점 겸 리쿼스토어에 들러 음료 두 캔을 샀다. 미국에서 만든 초록색 포스터(Foster)였다. 호주 브랜드지만 밀러에서 라이선스를 얻어 미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우리는 쌀국수집에서 챙겨온 휴지로 캔 둘레를 감싸고 걸으면서 맥주를 들이켰다. 중년으로 가는 다 큰 남자 둘이 걸으며 낮술을 하다니. 우리는 세상을 이야기했고 시대를 평했다. 3시간 동안 걸으며 먹으며 마시며 대화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일터에서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행운이자 축복이다. 우리는 같은 조직에 있지 않기 때문에 더욱 속내를 터놓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미국에서도 좋은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어쩌면 내가 가진 향취가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살아온 방식에 대한 믿음을 갖고 앞으로도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다. 확신을 회복하고 있다.
화장실에 가서 나를 비우고 왔다. 공복에 뜨거운 커피를 들이키고 변소에 가는 순간 나는 작은 희열을 느낀다. 저녁 시간은 확실히 처진다. 어제 오후는 그제 회식의 영향으로 계속 늘어져 있었다. 업무에 집중할 수 없었고 퇴근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집에 와서 6시쯤 누워서 눈을 붙였다. 2시간 자고 일어나서 맥주를 마시고 아내와 한국 TV를 봤다. 내가 저녁을 안 먹으려 하니 아내도 제대로 끼니를 해결하지 못했나 보다. 아내가 두부김치를 했고 내가 남은 음식을 해치웠다. 더부룩한 상태로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다이어트에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 오늘 아침 잰 몸무게는 84.5킬로가 나왔다. 한국에 가기 전 2킬로는 빼야 한다. 82킬로대 초반으로 진입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부터 체중 관리에 들어가자. 집에 가서 샤워하고 잰 몸무게가 83킬로 후반대로 나오면 좋겠다. 사무실에서는 차를 많이 마시자. 다이어트 수단으로 뜨거운 차를 이용하는 것이다.
아침에 새로운 루틴을 짜고 있다. 전화외국어 시간이 7시 40분에서 50분까지 10분으로 정해졌다. 이번 강사는 시간을 칼같이 지키므로 7시 50분이면 수업이 끝난다. 아이들 학교 가는 길에 웬만하면 같이 가려고 한다. 딸과 아들에게 아빠의 존재를 각인해줄 필요가 있다. 학교에서 무슨 일을 겪더라도 뒤에는 아빠가 있다는 무언의 신호를 주고 싶다. 이걸 영어표현으로는 I got your back이라고 하던가? 그래,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