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비해 늦었지만 한 문장이라도 쓰기 위해 자판을 두들긴다. 한국출장 일정을 조율하려니 머리가 복잡하다. 욕심을 줄여야 한다. 어제에 이어서 쓴다. 어제는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고 일기쓸 시간을 내지 못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여유를 두겠다. 주 6회 쓰는 것을 목표 삼겠다. 어제 쓰지 못했으니 주말에 두 번 모두 쓰면 된다. 10, 20, 30 작전으로 이름 붙였다. 어제가 10일이었다. 20일에 출장을 떠나서 30일에 돌아온다. 이렇게 5월이 간다. 6월에는 ESG 강의를 준비하고 인재유치 마당을 꾸리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갈 것이다. 6월이 지나면 실질적으로 반환점을 돌게 된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에 몸을 싣고 미국생활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싶다. 그러기 위해 쓰고 또 써야 한다.
어제는 회식이 있었다. 오랜만에 밤 12시까지 마셨다. 집에 오니 아내와 아이들 모두 잠들어 있었다. 술김에 조직관리에 대한 내 생각을 이야기했다. 다들 오랜만에 의견을 냈다. 멋모르는 동료에 대해 방향을 제시하고 싶었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말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어제는 어제대로 흘려보내자. 지나간 시간이다. 과거는 과거대로 내버려두자. 앞을 보고 나아가자. 내게는 오늘이 있고 내일이 있다. 어제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뭔가 도모하려는 어리석은 시도는 하지 말자. 다시 내 위치로 돌아오는 것이다. 업무와 일상에 대한 진지하고 현실성 있는 태도를 견지하자. 성실하게 하루하루 내가 해야할 일을 해나가면 된다. 묵묵히 말이다.
한국출장 일정을 확정했다. 일요일에 도착해서 인천에서 하룻밤을 묵는다. 서울로 이동해 회사 근처에서 1박을 한다. 월요일에 잠깐 회사에 들르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화요일은 하루 종일 회의를 하고 저녁에 강릉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수요일과 목요일은 강릉 본가에서 잔다. 강릉과 청주에서 설명회를 한다. 청주로 오가는 길은 어머니 도움을 받을 생각이다. 오랜만에 엄마와 하는 둘만의 데이트가 될 것이다. 어머니도 5년 후면 칠순이다. 틈날 때마다 엄마와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난달 전미투어가 그랬고 이번 달 한국출장도 마찬가지다. 결국 내가 챙겨야 할 사람들은 얼마 없다. 가족과 나의 전부를 보여줄 수 있는 친구들이다. 금요일에는 아침 일찍 서울로 오는 버스나 기차를 탈 것이다. 파주에 가서 대선배를 만나고 저녁에는 대학방송국 동기들을 만난다. 일요일 후배와 월요일 고등학교 친구들. 화, 수, 목 어머니. 금요일 파주 대선배, 대학방송국 동기모임. 주말은 누나와 조카들, 터득골. 얼추 한국 일정이 나왔다.
강릉 사람의 자부심을 품고 산다. 다음주에는 의회사무처에서 고등학교 선배가 사무실을 방문한다. <이란표류기>와 <일상이 산티아고>를 드릴까 한다. 후배의 컨테이너를 통해 책이 왔다. 미국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에게 한 권씩 선물할 생각이다. 제대로 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는 없지만 내 책은 내게 학위에 버금가는 가치가 있다. 쓰는 사람의 자세를 다시 바로 잡는다. 하루키가 <먼 북소리>에서 말한 쓰는 사람의 태도를 나는 잊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