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이 궁극의 굳건함

by 김삶

금요일 아침에 소소한 일탈을 한다. 기존 루틴에 약간 변화를 준다. 매일 마시던 블랙 브루커피 대신 라떼와 비슷한 카페 미스토를 시킨다. 부지런히 스타벅스 별을 모았고 쌓인 포인트는 250이 넘었다. 별 50개당 드립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으므로 5잔을 마실 수 있다. 별 50개를 써서 카페 미스토를 시켰다. 오늘은 내가 가장 먼저 온 손님이다. 점원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얼음이 섞인 찬물을 내준다. 앞으로 주말에는 달콤한 카페 미스토를 마실 계획이다. 문득 금요일은 주말일까 의문이 든다. 휴일을 주말로 친다면 금요일은 주말이 아니다. 월에서 일까지 7일 한 주의 중간이 목요일이라면 금요일은 주의 후반부다. 주를 초와 말로 나눈다면 주초는 월화수고 주중은 목요일이고 주말은 금토일이다. 억지스럽지만 나는 금요일을 주말로 생각하겠다. 주말은 카페 미스토다.


한 주 밀렸던 미주 한국일보 칼럼이 오늘 실렸다. 맥도날드에 대해 쓴 <더 단순하게, 더 정교하게>가 둘째 주 금요일에 실렸다. 작정하고 쓴 내용이라 어느 정도 마음에 든다. 게재되고 나면 하나씩 오타가 눈에 띈다. 이걸 영어로는 Typo라고 하던가? 실수는 “단순함이 궁극의 정교함이다”고 주창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을 인용하면서 나왔다. Simplicity에서 p가 빠졌다. 신문사의 실수인 줄 알고 지메일을 뒤져 내가 보낸 이메일을 확인했다. 아뿔싸! 내 원고에도 p가 빠져 있었다. 지금까지 보낸 모든 원고에서 자잘한 잘못이 하나씩 나왔다. 띄어쓰기라든가 우리말 맞춤법이라든가. 내 책임도 있고 신문사에서 놓친 부분도 있다. 미국에 상주하는 한국어 사용자들이기에 신문사에서 의도적으로 성에 안 차게 바꾼 부분도 있다. 이해한다. 다만 내가 보낸 원고는 완벽에 가깝게 만들어야 한다. 내 손을 떠난 공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다빈치는 단순함이 궁극의 정교함이라고 했다. 잡스는 이를 초창기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나도 동의한다. 나는 단순함에 꾸준함을 더하겠다. 하늘에 닿으려는 나무처럼. (촬영: 김삶)

위 문단을 쓰면서 마이클 조단의 책 <I can’t accept not trying>이 생각났다. 조단은 두려움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You forget about the outcome. You know you are doing the right things. So you relax and perform. After that you can’t control anything anyway. It’s out of your hands, so don’t worry about it.” 내 손을 떠난 공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공이 내 손에 있을 때는 소중하면서도 과감하게 다뤄야 한다. 아직도 연습이 더 필요하다. 일정 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연습이 아니라 일정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연습이 필요하다. 비슷한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들어가는 시간을 줄이고 싶다. 아침일기도 마찬가지다. 내 사유를 가다듬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지고 있다. 습관의 힘이다. 여러 번, 수십 번, 수천 번 반복한 꾸준함에는 힘이 있다. 칼럼도 계속 써나가다 보면 비슷한 시간을 투입했음에도 외형적 실수가 줄어들 것이다. 확신을 품고 써나가겠다. 이번 주말에도 한 편을 써야 한다. 스타벅스에 대해 써볼까? 아마존에 대해 썼다. 테슬라에 대해 썼다. 애플에 대해 썼다. 맥도날드에 대해 썼다. 이번에는 스타벅스다. 내가 매일 아침을 여는 곳. 무엇이 스타벅스를 만들었나? 스타벅스의 동기는 피츠(Peet’s)였지만 피츠는 왜 스타벅스가 못 됐나? 이걸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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