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에 쓴다. 주중에 쓰지 못한 한 편을 애써 채우기 위해 스타벅스에 왔다. 휴일에 맞는 스타벅스 리버오크스점의 풍경이 있다. 정신이 조금은 이상해 보이는, f**k을 남발하는 중동계 미국인 아저씨를 오늘도 만난다. 지난번에는 애써 다른 점포를 찾아 몸을 옮겼다. 잔커(Zanker)에 있는 스타벅스를 갔으나 생각만큼 작업이 잘 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을 해칠 의도는 없어 보이므로 오늘은 평일과 같이 매일 앉는 자리에서 아침일기를 마무리할 생각이다. 한 무리의 한국사람들이 등 뒤에 있다. 한국어 사용자이기도 하고 복장만 봐도 딱 한국인인 줄 알겠다. 그들에게는 즐거운 골프가 기다리고 있겠지만 아무래도 저 모습은 식상해 보인다. 골프 이야기밖에 남지 않은 중년의 삶을 나는 경멸한다.
미국에 오기 전에 대선배를 만났을 때를 떠올린다. 70년대 초중반에 회사에 들어온 대선배로서 그는 골프에 빼앗길 시간을 염려했다. 골프를 치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확실하게 선을 긋는 것이 좋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골프를 치지 않는다. 앞으로도 칠 생각이 없다. 흥미가 생기지 않는 일에 억지로 나를 맞출 생각이 없다. 다행히 내게는 내세울 만한 스포츠가 있다. 축구다. 축구가 조금씩 재밌어지고 있다. 2-3월은 힘들었다. 4월 전미투어 이후 기량을 회복했다. 소위 말하는 폼(form)을 끌어올렸다. 어제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 동료들에게 장난스레 폼을 말했다. 폼의 유래를 찾아봤다. 축구 매니아 사이에서 폼이 유행하게 된 까닭은 명언 때문이 아닐까? “Form is temporary but class is permanent.”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나는 클래스가 있다. 여기서 클래스를 끈기 혹은 그릿(Grit)으로 해석하겠다. 점심 먹으러 쿠퍼티노까지 가는 길에 스포츠를 이야기했다. 우리는 류현진과 김하성의 현재 컨디션을 말했다. 나는 야구선수 중에서 박찬호가 좋다고 덧붙였다. 박찬호의 정신력과 자세를 존경한다. 단순히 먹튀란 오명으로 남지 않기 위해 그가 메이저리그 생활 후반기 기울인 노력을 위대하게 평가한다. 내게 스포츠 선수란 이런 사람이다. 설렁설렁 뛰면서 거액이나 챙기려는 이에게 나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어제는 해외시장뉴스를 쓰느라 간만에 야근을 했다. 메타버스에 대해 정의하면서 홀로 남아 몰두한 시간은 알찼다. 지난번 해외시장뉴스를 쓴 후로 들춰보지 않은 와이어드(Wired)를 쭉 훑었다. 매월 한 편씩 쓰기로 한 것은 나 자신과의 약속이다. 월간으로 기사를 발행하면서 테크놀로지 동향을 훑고 있다. 메타버스가 허무맹랑한 소리라 말하는 유튜브를 본 적이 있다. 어제 작업한 해외시장뉴스는 이 주장을 보다 진지하고 전문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모두가 메타버스를 이야기하지만 누구도 메타버스를 모른다. 메타버스가 어떤 개념인지, 앞으로 어떻게 발현될 것인지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나만의 담백한 문장으로 기사를 써내려갔다. 시간에 쫓겨서 작업하기는 했지만 이제 해외시장뉴스와 와이어드가 내 의식 한가운데에 늘 존재한다. 올해 쓰기로 한 10편 중 3편을 썼다. 공급망을 다뤘고 메타버스와 패션산업에 대해 썼다. 이번에는 메타버스 자체에 손을 댔다. 잘했다. 스스로 대견하다고 여긴다. 이번 주말은 여러 형태로 축구를 즐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