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몬트 미션 대로의 스타벅스에서 쓴다. 새벽에 잠을 설치다 일찍 집을 나섰다. 스타벅스에 도착한 시간은 4시 10분 경이다. 씽크패드 X220i를 손보다가 뒤늦게 아침일기를 쓴다. 한국에 다녀온 후 조금씩 나의 궤도로 진입하고 있다. 월요일 밤에 집에 왔고 화요일은 아침일기를 썼다. 수요일은 시차적응을 하느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목요일은 숙취로 고생했고 금요일은 시차에 허덕이며 7시쯤 일어났다. 수, 목, 금은 제대로 일기를 쓰지 못했다. 토요일이지만 힘을 내서 몇 자 끄적인다. 다시 루틴을 만들어 가고 있다. 미국생활에서 조용한 평온을 느낀다. 한국에 다녀오니까 확실히 느끼겠다. 내 삶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읽고 쓰고 말해야 한다. 6월에는 기회가 많다. 살리자.
“Let bygones be bygones”라 했다. 우리말로 해석하면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정도가 될까? 오늘이 여생의 첫날이다. 지금이 내 남은 인생의 시작점이다. 순간의 소중함을 놓치지 말자. 새삼 내게 주어진 일의 고마움도 느낀다. 무엇을 위한 삶인가? 인생에는 주어진 소명이 없다. 의미를 만들어가는 게 삶의 목적이다. 6월은 분주한 나날이 될 것이다. 정중동이라고 했다. 평온하지만 바쁘게 시간을 보내자. 마감해야 할 글이 차례로 있다. ESG 강연도 해야 한다. 박람회 기획안을 짜야 하고 하반기 업무 아이디어도 구체화해야 한다. 해야 하고 할 수 있다. 나는 근기가 있는 사람이다. 그릿(Grit) 말이다. 나 자신의 한계를 계속해서 뚫고 나가고 있다. 미국에서 나는 한 단계 성장하고 있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Beautiful이 흘러나온다. 심산 김창숙도서관에서 음악을 듣던 때가 생각난다. 나는 육아휴직 중이었고 시험 준비에 몰두하고 있었다. 누나한테 받은 전화는 나를 들썩이게 했고 Beautiful를 들으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같은 음악을 다른 공간에서 듣고 있다. 음악이 달리 들린다. 앙금이 가라앉은 내 마음은 수평을 되찾았다. 내 존재를 확인해본다. 우여곡절을 겪은 나는 이전보다 성숙했나? 적어도 도구와 방법을 선택하는 기준은 한층 정교해졌다고 자평한다. 명분에만 사로잡혀 무작정 설치고 싶지는 않다. 어쩌면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만 13년 3개월이다. 지금 회사에 들어온 지는 만 12년 5개월이다. 산전수전을 겪은 내게도 내공이 쌓였다고 생각한다. 내가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폄하하지 말자. 자신감을 갖자.
강릉에 갔을 때 예전 회사동료를 마주쳤지만 인사할 기회를 놓쳤다. 명함이 있었다면 알은체 했을지 모른다. 명함을 챙겨왔을 때는 이미 늦었다. 인연이 아닌 것이다. 나는 묵묵히 나의 길을 가겠다고 다시 다짐한다. 내게는 비전(vision)이 있다. 즐겨듣던 노래, 에픽하이의 예스터데이(Yesterday)를 떠올리며 마친다. “이제 모두가 내 비전에 기대와 내기 거네. 허나 데뷔 전의 역사가 내 뒤편에. 그 때 기억해. 내 속의 이 작은 행복의 시작을. 내 손의 진땀을. 낡은 공책 속의 빈칸을. 내 혼의 빈 잔을 채워가면서 깊은 고뇌 속의 시간들. 잠을 뒤척이며 밤을 시(詩)로 지켜. 벗어나고 싶었던 성공의 질서. 숨막혔던 학업에 지쳤던 영혼의 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