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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일기는 나의 의식

by 김삶

어제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쓴다. 첫 대회였지만 출전시간이 너무 짧아서 앙금이 남았다. 별 사고없이 마무리해서 다행이다. 축구도 좋고 대회도 좋지만 삶의 탄탄한 기반은 일상이어야 한다. ‘Let bygones be bygones’ 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오늘은 아이들과 놀이동산에 가서 시간을 보낼 것이다. 10시에 개장이니까 문 열자마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오자. 어제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내 정체성에 충실했다면 오늘은 가장으로서, 아빠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 내일은 딸의 생일이다.


어제를 복기하면 우선 몸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오른쪽 발바닥이 계속 아팠고 몸도 무거웠다. 전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어제 뛴 정도가 적당할지 모르겠다. 베트남은 워낙 잘하는 팀이라 이기기 힘들었다. 뛰지 못한 건 마지막 경기 정도인데 다르게 운용을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든다. 아쉽지만 내가 감독이 아니니까 나는 내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정규연습을 조금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우선 체중관리를 해서 몸무게를 줄여나가야 한다. 가벼운 상태로 게임을 뛰고 싶다. 대회는 중요하지 않다. 대회를 통해 단합할 수 있는 계기가 중요한 것이다. 단합에 필요한 최소한의 역할을 나는 다 했다. 회계로서 돈 관리를 잘했다. 사람들이 모르는 것 같아도 다 안다. 내 몫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우선 축구 실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목적은 무엇인가? 나는 회사 축구팀을 생각한다. 한 선배가 말한 것처럼 언제가 본사로 돌아가서 축구할 날을 기다리며 꿈하나에서 실력을 끌어올려 놓겠다. 축구연습의 확실한 목표가 생겼다. 정진하자.


주말 축구를 도약의 계기로 삼을 것이다. 한 동료는 어제 자기어필을 말했다. 축구부 회원이자 총무로서 나는 어떻게 어필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이란에서 축구할 때 회원들한테 보낸 메일을 각색해서 꿈하나 회원들에게도 보냈다. 새로운 방식의 어필이 될 것이다. 세련된 마감이 아닐까. 한 형이 “너는 멋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해줘서 고마웠다. 나는 내 방식대로 삶을 써내려가고 있다. 내가 가는 길은 역사가 될 것이고 나는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나의 방향과 나의 직업, 나의 가치관에 자신감을 갖자. 따르고 싶은 인물이 대담에서 말했듯이 “이런 거 있어?”할 만한 세계를 나는 구축하고 있다. 조금은 관념적이 되어가는 일기에 구체성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 다시 궤도에 올라서야 한다.

다시 아침이 왔다. 나는 새로 태어났다. 빛을 보며 쓴다. 아침일기가 나의 의식(ritual)이 되고 있다. 쓰면서 내 의식(consciousness)을 되찾는다. (촬영: 김삶)

아침일기가 의식(ritual)이 되고 있다. 아침에 꼭 일기가 아니더라도 무엇인가를 쓰면서 존재를 가다듬어야 한다. 이번 주에는 써야할 원고가 많다. 헤럴드경제에 보내야 글도 있다. 다음주에는 바로 미주한국일보에 글이 실린다. 헤럴드경제는 매체 영향력을 떠나 한국에 있는 독자를 상대로 쓰는 글이므로 조금 결을 달리 해야할지도 모른다. 금문교애대해서, 골든 스테이트에 대해서 써보려 한다. “희망이 있다(There is hope)”를 모티브로 삼아 미국과 서구의 낙관주의에 대해서 쓰려고 한다. 빌 클린턴의 마이라이프를 인용할 수도 있다. 점점 하고픈 말이 늘어난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나는 헤쳐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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