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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너의 날: 딸에게

by 김삶

딸의 생일이네. 사랑하는 우리 딸. 어제 아빠는 축구부 회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15개월 된 딸을 언급했단다. 그 때가 2015년이야. 엄마와 아빠는 이란에서 15개월짜리 아가를 데리고 배구를 보러갔지. 동생이 태어나기도 전이었어. 그랬던 우리 딸이 벌써 8세가 되었다니. 만으로 8년을 살았다니. 대견하다, 우리 딸. 오늘은 너의 날이야(It’s your day, Hayne). 오늘 세상은 너의 것이지(The world is yours today). 아빠가 엄마와 이란에 가기 전에 말한 것처럼 “우리는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야. 서로 힘을 합친다면.” <이란표류기> 책에도 실린 말이야. 이제 이 말은 아빠가 엄마한테 하는 게 아니라 우리 딸과 아들에게 하는 다짐이 되었네. 우리 가족은 네 명일 때 완전체가 되지. 우리 가족은 네 명일 때 아무 것도 두려울 게 없지.

사랑하는 딸아, 저기 보이는 컵처럼 다채로운 삶을 살아라. 너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라. 네 색깔에는 향기가 있다. 늘 확신을 품어라. 아빠한테 하는 말이기도 하단다. (촬영: 김삶)

여덟 살 때는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단다. 책과 영어와 공부도 좋지만 많이 먹고 많이 움직여서 쑥쑥 크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 우리 딸이 지금처럼 친구들과 즐겁게 놀고 틈틈이 동생도 챙길 수 있다면 그것만큼 소중한 일은 없을 거야. 그럼 충분하단다. 미국에 오고 잘 적응해줘서 아빠는 너무 고마워. 그리고 그런 우리 딸을 볼 때마다 흐뭇해. 이제 동생도 유치원을 졸업하고 도약을 준비하고 있으니까 더욱 좋고. 우리 딸아들이 아빠보다도 미국생활을 즐기니까 행복하네. 한국보다 좋은 환경이 분명히 있을 테니까 지금처럼 하루하루 맘껏 뛰놀면 된단다.


사랑하는 우리 딸아. 사랑한다는 말로 과연 아빠의 마음이 다 전달될 수 있을까. 엄마와 아빠에게 와줘서 너무 고마워. 우리 딸과 우리 아들이 있어서 아빠는 늘 든든하단다. 사무실에서 일을 할 때도 아침에 글을 쓸 때도 둘을 생각하면서 힘을 얻지. 너희 둘이 없었다면 아빠는 지금처럼 하루하루가 신명나지 않았을 거야. 그만큼 우리 딸과 우리 아들은 엄마, 아빠에게 큰 에너지가 되지. 미국에 있는 동안 우리 가족만의 재밌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가자. 여름에도 길게 휴가를 떠나고. 우리는 대한민국 사람이니까 내년이 지나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거야. 그때까지 걱정없이 즐기면서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면 된단다. 동생과 웃고 떠들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갈 거야.


우리 딸과 아들은 Hayne, Haysong이란 멋진 영어이름도 있으니까 미국에서도 색깔이 확실히 드러나서 아빠는 참 좋아. 아빠는 가끔 우리 딸이 Jenny이거나 우리 아들이 John이라고 불리면 어떨까 상상해 본단다. 생각만으로도 아찔해. Hayne, Haysong과 같은 예쁘고 귀엽고 독특한 이름 대신 색깔 없는 미국식 이름으로 불리면 아빠는 슬플 것 같아. 이름은 너를 드러내고 너를 나타낸단다. Hayne Kim으로서 지금처럼 미국생활을 해나가면 충분해. 뽀뽀로 우리 딸을 사랑하는 아빠의 마음을 드러낼 수 있다면 뽀뽀를 천 번, 만 번 해도 모자랄 거야. 딸아, 오늘은 너의 날이란다. 오늘 세상은 너의 것이지. 엄마, 아빠에게 와줘서 고마워. 생일 축하한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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