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구도자의 길

by 김삶

한 문단이라도 쓰기 위해 자판을 두들긴다. 며칠만에 아침일기를 쓴다. 토, 일, 월, 화 4일 동안 <푸코, 버클리, 메타버스>에 골몰했다. 마침내 완성했다. 글쓰기의 지평을 한 단계 넓혔다고 생각한다. 매번 쓰는 글이지만 매너리즘에 빠지고 싶지 않다. 나의 한계를 끝간 데 없이 확장하고 싶다. 지난주는 술에 빠져서 살았다. 화요일부터 시작해 거의 매일 술을 마셨다. 토요일까지 마셨다. 엊그제인 일요일만 집에 와서 쉬었다. 엊저녁은 집에서 맥주를 두 병하고 잤다. 새벽에 깨서 친구의 메시지에 답했다. 다시 잠에 빠지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한 주 쉬고 일요일에 축구를 해서 그런지 몸이 뻑적지근하다. 내일이 되면 나아질까. 이번 주는 술을 자제해야겠다. 버클리 술약속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생각하자. 전철을 타고 가서 전철로 오겠다. 오후 한의원 약속을 미루든가 당기든가 해야겠다.


어쩐지 좀 처지는 날이다. 쓰면서 나를 회복하려고 시도한다. 어제는 많이 걸었다. 2만 3천보 이상을 걸었다. 오랜만에 많이 걸은 날이다. 살이 붙어서 관리를 해야 한다. 심각성을 인지하겠다. 한국에서 내 몸무게 범위가 80-82.5kg였다면 이제는 82.5-85kg가 된 느낌이다. 최소한 3kg을 빼야 하고 내심 5kg 감량에 도전하려 다짐한다. 걷기도 좋지만 먹는 양을 줄여야 한다. 너무 많이 먹고 있다. 욕심을 줄이자. 맥주도 더 이상 과하게는 안 되겠다. 하루에 한 잔 정도가 적당하다. 하루에 500ml 혹은 16oz를 넘기지 않도록하자. 조금 더 나 자신에게 침잠해야겠다. 수많은 외부자극이 있지만 이에 흔들리지 말자. 나를 회복하자. 온전한 내 몸과 마음을 회복하자. 나는 정신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육신의 틀을 점검하자. 뚫고 나가는 힘이 필요하다. 돌파력이다. 영어로 Breakthrough다. 맘에 차지 않는 수많은 일들이 있다. 그럴 때는 그저 눈을 감는 것이다. 반응하지 않겠다. 내 의견을 밝히지 않겠다. 묵묵하게 나의 길을 가겠다. 그것만이 내 세상이다.

진리를 찾는 이로서 구도자의 길을 간다. 구도의 도구는 쓰기와 걷기다. 걷고 쓰겠다. 걸어야 글이 나온다. 몸을 비워야 머리가 맑아진다. 진리가 멀리 있지 않다. (촬영: 김삶)

어제는 흐렸지만 오늘 아침은 날씨가 좀 더 낫다. 작년 이맘때를 생각한다. 5-6개월 정도 미국에서 생활하고 여름휴가를 통해 도약대를 마련했던 기억이 난다. 뛰어올라야겠다. 너무 힘들면 오늘 하루는 휴가를 내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무엇으로 나를 구성할까. 돌파하고 싶다. 뚫고 나가고 싶다. 점심을 거르고 싶다. 점심에 만나기로 한 사람에게 가볍게 커피나 차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 사람이 원하는 장소로 내가 가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 회사에서 틈틈이 독서를 해야겠다. 몸이 살찌니 정신도 둔해지는 느낌이다. 내가 빠져든 이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다. 벗어나야 한다. 그러려면 뭔가 변화를 줘야 한다. 오늘 사무실에는 걸어서 갈 생각이다. 조금 서둘러야 한다. 사무실까지 걸어가면 7천보를 확보할 것이다. 오전에 1만보를 채우겠다. 오후에 2만보에 도달할 수 있다. 어제가 2만 3천보였다면 오늘은 3만보 어떨까. 걷는 사람으로서 구도자의 길을 가겠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속이 더부룩한 느낌에 진절머리가 난다. 대안이 필요하다. 변화를 모색하자. 구도자로서 걷기의 길을 가자.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해낼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서 고생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