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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대다

by 김삶

이틀 연속 스타벅스를 가지 못했다. 오늘 아침은 무기력하게 시작했다. 의지를 품지 못했다. 몸무게 조절에 들어간다. 뜨거운 물을 마시며 앞으로 점심을 거를 생각이다. 내일도 점심을 먹지 않을 수 있다. 단식으로 체중을 좀 빼야 한다. 전기를 만들어야 한다. 기림산방 김종수 원장의 책을 읽으면서 단식에 돌입한다. 적어도 공복 상태에서는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위기를 극복할 계획이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해낼 것이다.


무기력했던 한 주였다. 어제는 하루종일 술독에 빠져 지냈다. 목요일 저녁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너무 많이 마셨다. 자제력을 잃었다. 술 마시면 살로 간다. 오늘은 저녁에 샌프란시스코에 가서 회사 선배를 만날 계획이다. 한번 자리를 해야 하는데 늦었다. 전철을 타고 가서 전철로 돌아올 생각이다. 여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가기 전에 원고 두 개를 마무리해야 한다. 술을 마셔도 다음날을 생각하면서 마셔야 한다. 이제부터는 아침 글쓰기를 작업의 일환으로 활용하겠다. 틀에 박힌 일기를 쓰는 게 아니라 내가 써야 할 글을 빚어나가는 장으로 만들겠다. 내 무대다. 여기서는 내가 주인공이다.


주말 오전은 아이들을 위한 시간으로 보내야 한다. 오늘은 테크 박물관을 간다. 자동차로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오랜만에 전철을 탈 생각이다. 내일은 짧고 굵게 놀이동산도 갈 생각이다. 바쁘게 지내야겠다. 바쁜 가운데 창의력이 나온다. 지난 한 주는 너무 무기력했다. 무기력한 나날을 흘려보내자. 다시 시작하겠다. 이번 주에 원고 두 편을 써야겠다. 이번에도 한 편을 완성하지 못했다. 아들의 가라테 연습 때 마저 써야겠다. 비우자. 비우자. 비워야 한다. 비워내야 채울 수 있다. 기회라고 여기자. 마지막 한 문장을 더 쓴다. 비워내자. 게워내자. 나의 나태를 모두 게워내겠다.

아들아, 보아라. 아빠의 무대다. 아니 너의 무대다. 우리 지금 여기서 맘껏 뛰놀자꾸나. 어제 아빠는 괜히 네게 성마름을 드러냈단다. 오늘 아빠는 더 나아질 테다. (촬영: 김삶)

억지로라도 한 편을 완성하겠다. 아들이 가라테 연습에 간 사이 차에서 글을 완성한다. 다음 주는 5일 연속 아침에 원고작업을 할 생각이다. KDI 나라경제에 쓸 글과 미주한국일보에 보낼 글을 마무리해야 한다. 캐나다 여행 전에 원고를 끝내야 한다. 3500자 글이므로 한국일보 원고의 1.5배라고 여기면 된다. 하루에 1000-1200자를 쓴다고 생각하면 5일에 완성할 수 있다. 내친 김에 내일부터 돌입해야겠다. 내일은 아침에 원고를 쓰고 놀이공원에 갈 것이다.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올 것이다. 아침에는 스타벅스에서 원고를 시작할 것이다. KDI 원고제목은 <벌레의 눈으로 본 혁신>으로 정했다. 미주한국일보는 <박인환을 아시나요>다. 혁신에 대해서 쓰고 국가에 대해서 쓴다. 7월까지 정리해야 할 과제가 있다. 누군가에게 어떤 증명을 하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다. 나 자신을 위해 쓴다. 나의 성장을 위해서 쓴다. <벌레의 눈으로 본 혁신>은 우리나라 정책결정자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될 것이다. 갱신과 경신은 제프 베이조스를 가져온다. 인사이트를 위한 인사이트는 스티브 잡스를 인용한다. 개발도달국과 개발도상국 논의를 다시 꺼내면서 문화로 산업을 바라보자는 담론도 꺼내겠다. 다시 의지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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