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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서야 한다

by 김삶

주말을 정리하는 글을 쓴다. 무거운 마음을 덜어내며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한다. 토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기분이 찜찜했다. 좋은 마음으로 접근했던 일들이 내 의도만큼 효과를 내지 못할 때 실망한다. 일어서야 한다. 차분한 생각을 하면서 진지하고 현실성 있는 태도로 일과 삶에 접근할 것이다. 오늘 저녁모임이 있다. 갈지 말지 고민이 된다. 가더라도 가다듬고 갈 것이다. 술을 줄이겠다. 어제는 요며칠 유일하게 맥주 한 방울 입에 대지 않았다. 오늘도 금주할 것이다. 금주가 안 되면 절주라도 할 것이다.


이번 한 주가 중요하다. 물리적으로 반환점을 도는 날이 다가온다. 경건한 마음으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할 것이다. 다이어트도 성공할 것이다. 즉자적인 상태에서 대자적인 경지로 나아갈 것이다. 나는 할 수 있다. 어제 축구는 여러모로 성에 차지 않았다. 내가 부족한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당연하다. 하지만 서로 탓하고 비난하는 분위기는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드시 한 번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나의 대응이 투박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겸허히 수용한다. 여러번 참아왔던 결과였고 나는 내가 할 몫을 했다. 축구가 좀 더 잘 됐으면 좋겠는데 쉽지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첫 번째 대응은 다이어트다. 다이어트를 해서 가벼운 몸상태로 운동을 하고 싶다. 캐나다 여행이 계기가 될까?


캐나다 여행을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만들겠다. 지난해 이맘때였다. 나는 시애틀-포틀랜드 여행을 끝내고 본격 감량에 성공했다. 80kg대까지 갔던 걸로 기억한다. 이번 여행도 마찬가지다. 음식물 섭취를 줄이겠다. 여행을 통해서 나를 회복하겠다. 새로운 공기를 마시면서 활기찬 마음가짐을 회복하겠다. 축구는 하릴없이 2주 쉴 예정이다. 2주 빠지고 팀 대항전에서 나의 실력을 다시금 점검하겠다. 목표를 정했다. 뜻을 세운 만큼 뜻을 이루는 것만을 생각하겠다. 오늘 저녁도 마찬가지다. 지난 토요일 저녁자리가 성에 차지 않았던 만큼 오늘은 나의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말을 줄이며 보조 역할을 다하겠다.

불가해한 마음을 안고 날개를 폈다. 일어서야 한다. 양팔을 좌우로 뻗어야 한다. 날자. 날자꾸나. 날 수 있다. 날고야 말 것이다. 촌스러운 집념을 버리지 않겠다. (촬영: 김삶)

이번 한 주는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돌입해야 한다. 오늘 아침은 원고를 한 자도 쓰지 못했다. 아직 시간이 있다. 원고 작업을 하면서 온전한 나를 회복해야 한다. 할 수 있다. 충분히 가능하다. 캐나다 여행 준비를 하면서 체중감량에 서서히 돌입해야 한다. 72시간 전에 ArriveCAN에 코로나19 정보를 입력하면 된다. 페리에 자동차를 싣고 넘어가는 방법도 연구해야 한다. 틈틈이 준비에 들어가자. 공항까지 가는 방법을 아직 확실히 정하지 못했다. 편하게 택시를 불러서 가도 된다. 5~60달러면 될 것이다. 이게 가장 편한 방법이다. 4명이 가는 형태로 크게 부담스러운 금액은 아니다. 선택지를 줄여나가야 한다. 고민되는 선택사항을 계속 빼나가는 방식으로 내 삶을 운용해야 한다. 오늘 아침에 침대에서 긱스의 <Champ> 가사를 되뇌었다. “그대여, 지쳤나요. 하루하루를 뒤쫓다가. 그래요, 이상한 일이에요. 우린 되는 일이 없나요. 꼭 두들겨 맞은 듯이 상처 뿐이어도 차마 쓰러질 수 없는 이유를 알기에. 다시 일어나 주먹을 쥔다면 그것으로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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