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화, 수, 목 3일에 걸쳐 <벌레의 눈으로 본 혁신>을 완성했다. 월요일에 아침일기를 쓰고 금요일에 다시 일기를 이어받는다. 문장연습도 될 것이고 내면을 성찰하는 기회도 될 것이다. 무엇인가 쓰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
실리콘밸리에서 지난 금요일에 쓰던 일기를 캐나다 빅토리아에서 목요일 아침에 이어서 쓴다. 캐나다 여행 5일차다. 지난 일요일 오전, 샌프란시스코에서 밴쿠버행 비행기를 탔다. 미국에서 국경을 넘는 일은 흔치 않다. 그만큼 새롭다. 밴쿠버 시내호텔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인 월요일에 차를 빌렸다. 페리를 타고 월요일 저녁에 빅토리아 섬으로 넘어왔다. 화요일부터 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셈이다. 오늘은 빅토리아 여행 3일차다. 내일은 다시 밴쿠버로 이동하는 날이다. 빅토리아 반, 밴쿠버 반이다. 의미와 재미를 좇고 있다. 지난주에 마무리하지 못한 일들을 캐나다에 와서 하려고 했는데 집중할 수 없었다. 미주한국일보 원고를 쓰지 못해서 <일상이 산티아고> 들어가며와 나오며를 변주했다. 도저히 새로 쓸 수는 없었다. KDI나라경제 원고는 제 시간에 회신했다. 여행을 오기 전에 마무리해서 다행이다. 이제 하반기에 공식적으로 회사에서 쓰는 원고는 연말에 헤럴드경제 하나가 남았다. 진득하게 내 과업에 몰두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밴쿠버로 오는 길에 책 작업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떠올린 제목은 ‘실리콘밸리: 일상의 혁명’이다. ‘실리콘밸리, 일상의 혁명’도 좋다. ‘일상의 혁명, 실리콘밸리’는 어떨까. <밥벌이로써의 글쓰기>에 보니 ‘일상의 혁명’이라는 미국작가의 작품이 있었나보다. 소설이었지만 제목으로 활용하기에 괜찮겠다. ‘일상생활의 혁명’만 생각했는데 ‘일상의 혁명’도 나쁘지 않다. 거기에 실리콘밸리가 들어가면 새로운 맛도 생겨난다.
휴가를 와서는 회사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한다. 와이파이에 접속하면 울리기 시작하는 카카오톡을 0으로 만들고 있다. 내용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 평정심을 잃게 만드는 메시지와 메일도 있었지만 신경쓰지 않겠다. 유재하 노래의 가사를 떠올렸다.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에 “달리 보면 그만인 것을”이란 부분이 있다. 내친 김에 유재하의 가사로 일기를 마친다.
“붙들 수 없는 꿈의 조각들은 하나둘 사라져가고. 쳇바퀴 돌 듯 끝이 없는 방황에 오늘도 매달려가네. 거짓인 줄 알면서도 겉으론 감추며. 한숨 섞인 말 한마디에 나만의 진실 담겨있는 듯. 이제 와 뒤늦게 무엇을 더 보태려하나. 귀기울여 듣지 않고 달리 보면 그만인 것을. 못 그린 내 빈 곳. 무엇으로 채워지려나. 차라리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그려가리. 엇갈림 속에 긴 잠에서 깨면 주위엔 아무도 없고. 묻진 않아도 나는 알고있는 곳. 그곳에 가려고 하네. 근심 쌓인 순간들을 힘겹게 보내면. 지워버린 그 기억들을 생각해내곤 또 잊어버리고. 이제와 뒤늦게 무엇을 더 보태려 하나. 귀기울여 듣지 않고 달리 보면 그만인 것을. 못 그린 내 빈곳 무엇으로 채워지려나. 차라리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그려가리. 이제 와 뒤늦게 무엇을 더 보태려 하나. 귀기울여 듣지 않고 달리 보면 그만인 것을. 못 그린 내 빈곳 무엇으로 채워지려나. 차라리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그려가리.” - 유재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