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숙소 근처 팀 호턴스에서 쓴다. Tim Hortons를 찾아봤더니 우리말 표기법은 팀 호턴스라고 한다. 실제 발음은 팀 호르튼스 혹은 팀 홀으튼스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빅토리아는 4박 5일 일정이었다. 월요일 저녁에 도착해서 화, 수, 목 3일을 꽉 채워서 보내고 오늘 떠난다. 화요일에 팀 호턴스를 갔고 수, 목에는 스타벅스를 갔다. 미국에서 쓰는 스타벅스 앱이 통했다. 실리콘밸리의 루틴을 여기서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어 편했다. 오늘은 빅토리아를 떠나는 날이다 보니 캐나다 방식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팀 호턴스로 왔다. 팀비트도 10개짜리를 사가야겠다. 앱을 깔아서 알차게 활용하고 있다.
어제는 저녁 먹으러 가기 전에 유재하의 노래를 반복해서 들었다.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이다. “귀기울여 듣지 않고 달리 보면 그만인 것을” 부분에 꽂혔다. 오후에 숙소로 돌아와 잠깐 잠들었는데 빈수레 선생한테 전화가 와있었다. 안 되겠다 싶어 깨서 보이스톡을 했다. 주저리주저리 말하는데 소음처럼 들렸다. 자연스레 내 귀는 수화기에서 멀어졌다. 마지못해 최소한의 대답만 하고 통화를 마쳤다. 빈수레 선생이 먼저 뚝 끊는 소리가 어찌나 기분 나쁘던지. 분노에 휩싸인 감정이 휘몰아쳤지만 유재하 노래를 생각했다. “귀기울여 듣지 않고 달리 보면 그만인 것을.”
기자 시절, 상사와 그리고 하사와 불화가 많았다는 작가 김훈을 생각한다. 나는 김훈만큼 역량이 있나. 모르겠다. 그래도 기개만은 유지하고 싶다. 내 삶의 혁명가로 살기 위해 구태의연한 사람들에게 침을 뱉겠다. 물론 속으로. 일상의 혁명을 매일 시도하고 싶다. 깨지더라도 지속해 나가겠다.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휴가 중인 사람한테 계속 주절주절 떠드는데 진절머리가 났다. 그러려니 하는 수밖에 없다. 안타깝다. 나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1년 6개월이다. 인사이트를 위한 인사이트라고 폄훼한 마당 장의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귀기울여 듣지 않고 달리 보면 그만인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대한 집중하고 몰두하려 다짐한다. 행사는 잠깐이다. 지나가는 것이다. 글을 계속 남는다. 내 기록은 평생 살아있을 테다. 글의 정신적 생명력은 한계가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물리적으로 존재할 것이다. 따라서 남겨야 한다. 뭐라도 남겨야 한다. 남는 게 있어야 한다. 글이다. 반환점을 돈 나는 내 존재의 강점을 되새긴다. 써야지 살 수 있다. 기록해야 남을 수 있다. 이렇게 또 하루 글쓰며 시작한다. 밴쿠버에서 이번 여행 2라운드를 시작한다.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여장을 풀고 캐나다 일정을 준비했다면 이번에는 리치몬드에서 날개를 펼칠 시점이다. 업무는 어느 정도 확인을 다했다. 지난 여름휴가 때처럼 완전히 새로운 동기와 의욕에 충만해서 돌아가겠다. 몸무게를 더 빼고 싶은데 좀처럼 뜻대로 되지 않는다. 캐나다에서는 체중을 확인할 수 없으니 할 수 있는만큼 하자. 다음주 축구에 가기 전 가벼운 몸상태를 만들 수 있다고 믿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