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학적 사회구조 분석

미래학에서 발견하는 인생 원심분리기

by 지평선

미래학의 여러 기법들 가운데 생태학적 사회구조 분석 기술이 있다. 쉽게 말하면 다양한 것들이 복잡하게 얽혀 드러나는 세상의 모습을 특성과 중요도에 따라 다양한 층으로 나누어 분류하고, 분석하는 기법이다. 이렇게 하면 복잡계의 특성을 가진 세상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결국 미래를 더 잘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생태학적 사회구조 분석에서 사용하는 분류의 층에는 현상층, 유행층, 트렌드층, 심층원동력층, 심층기반층이 있다.


현상층은 그냥 여기저기서 만나게 되는 여러 가지 사실들이다. 세상 모든 것이 해당되지만 미래학에서 의미 있게 보는 예로는 어떤 기술이 처음으로 개발되었다거나 이전에 없던 어떤 서비스가 첫 시행된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유행층은 어느 정도 사람들이 알거나 즐기는 것, 사용하는 것들로 패션, 음악, 게임, 음식 같은 것들이 있다. 비슷한 듯 다른 것이 트렌드층이다. 트렌드층은 하나의 아이템 성격을 넘어 사회적 현상으로 정리할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구조화되어서 보다 오래 영향을 미치게 된 것들이다. 워라밸, 웰빙, 초고령화 같은 것이다. 심층원동력은 실제로 세상의 변화를 일으키는 힘으로 누구나 그렇다고 인정하는 불문율 같은 것들이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나 법칙이 이에 속한다. 아주 오래부터 존재하는 것들도 있지만, 워낙 강력하게 영향을 끼쳐와서 원래부터 그렇다고 해도 사람들이 크게 저항하지 않는 힘을 갖게 된 것들도 포함된다. 심층기반층은 변화가 일어나는 기반으로 시공간이 대표적이다. 심층기반은 우주나 지구 같은 물리적 현실, 인간의 본질적 특성 등이기에 사실 이미 주어져 있어서 분석의 대상은 아니다. 실제로는 현상에서 심층원동력까지를 주로 분석하게 된다.


현상-유행-트렌드층은 누구나 볼 수 있고, 쉽게 경험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흔히 하는 착각이 있는데, 이 층에 속하는 것들이 세상을 바꿀 것처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최근 메타버스가 유행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이미 그전부터 온라인 플랫폼에서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진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로블록스 같은 게임 기반 회사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접속에서 마치 세상을 살아가듯 다양한 활동을 한다고 하더니, 우리나라에서도 제페토니 이프랜드니 하면서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눈을 번뜩였던가? 마치 이것이 곧 미래를 바꿀 것처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와 돌아보면 메타버스는 더 이상 세상의 관심이 아니다. 물론, 기술과 통신망 그리고 사람들의 인식과 경험이 훨씬 발전하면 언젠가 메타버스는 세상의 중심이 될 것이다. 그때도 여전히 메타버스라고 부를지는 모르겠지만...


미래학자에게 정말 필요한 역량은 심층원동력을 발견하는 것이다. 세상의 변화를 일으키는 근본적이고 강력한 힘이 되기 때문이며, 상당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나아가 미래학자로서의 진정한 가치는 누구보다 먼저 미래를 보는 것에서 나온다. 첫 현상이 어디까지 나아갈지를 보는 것, 현상에서 그칠지, 유행과 트렌드까지 나가서 사람들이 열광하고 환호하지만 이내 사라질지, 아니면 결국 하나의 거대한 패러다임을 만들고 세상 전체를 뒤바꾸는 강력한 힘을 갖게 될지를 보는 것이다. 지금 우리 시대의 심층원동력은 무엇인가? 많은 것들이 왔다가 사라지고, 사람들이 이것에 열광했다가 곧 다른 것으로 눈길을 돌리는 세상의 흐름에서 보이지 않는 큰 손처럼 계속 살아남아 변화를 이끌어 가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3차 산업과 4차 산업을 가르는 결정적인 힘, 이것을 보여주는 현상은 이미 한참 전에 시작되었다. 그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이 2차 대전 즈음이었으니 말이다. 천재 수학자이자 컴퓨터의 원조인 튜링은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지 질문하며 유명한 "튜링 테스트"를 제안했고, 비슷한 시기 다트머스 회의에서 최초로 이 말이 등장했으니, 이때가 1956년이다. 지금 우리 시대의 심층원동력은 "인공지능"이다.


이제 눈을 인생으로 돌려본다. 톰보이의 가사 "젊은 우리 나이테는 잘 보이지 않고 찬란한 빛에 눈이 멀어 꺼져가는데"는 꼭 젊을 때만 있는 것 같진 않다. 나이테가 조금 더 많다고 한들 여전히 인생은 한없이 얇고 한 때 반짝이는 것들에 눈멀어 쫓아가다 인생을 허비한다. 나를 스쳐 지나는 현상에 귀를 팔랑거리기도 하고, 기껏해야 몇 개월에서 몇 년의 수명을 가진 것에 백 년 단위의 인생을 맡겨 버리기도 한다. 이렇게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경험, 방황의 결과물이 지금의 나이다.

가능한 일찍부터 나의 인생 기반은 무엇인지를 아는 것, 인생 전체를 이끌고 갈 인생원동력이 무엇인지 시대의 변화 속에서 발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발단단계가 되었건 생애주기에 따른 통화의례가 되었던 인생의 전환기마다 또는 해마다 연말연초에 인생을 멈추고 복잡하게 얽혀 만들어진 "나"를 분류하고 분석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내 인생에서, 신념에서, 생각에서 현상과 유행, 트렌드를 잘 분류해 내고, 상당 기간 아니 어쩌면 평생 나를 이끌고 갈 원동력을 찾아가는 가치 있는 사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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