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된-실행된-실현된

교육의 흐름과 인생을 보는 시선

by 지평선

교육과정은 그 특성에 따라 여러 가지 유형(또는 모델)으로 분류할 수 있다. 지금의 유형 체계가 처음부터 완성된 형태로 태어난 것이 아니다. 사회적 결과물이 그러하듯 교육과정 또한 복잡한 발전의 과정을 거쳤고, 그 과정에서 복잡하게 만들어진 결과가 오늘날의 분류 체계이다. 다양한 유형 가운데 오늘 잠시 내 안에 머물다 간 것은 교육과정이 만들어지고 실현되는 과정 또는 차원에 따라 그 특성을 이해하려는 관점이다. 교육과정은 크게 세 가지 과정을 거치며 흘러가는데, 순서대로 늘어놓으면 계획된-실행된-실현된 교육과정이다. 다른 관점에서는 세 가지 차원이 있다고도 볼 수 있겠다.


계획된 교육과정은 주로 문서 형태로 정리된 공식적인 교육과정이다. 대표적인 것이 국가에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문서 형태로 배포하는 자료들인데, 초중등학교 총론 및 각론에 해당하는 교과별 교육과정 같은 것이다. 꼭 국가 수준이 아니더라도 지자체, 학교, 교사에 이르기까지 교육과정과 관련된 많은 문서들이 만들어지는데 이 모두가 계획된 교육과정이라 할 수 있다. 무엇이든지 성문화되면 그때부터 공적인 성격을 갖게 되고, 공통으로 적용되는 표준이나 기준이 된다. 그만큼 무게를 갖게 되는 셈이다. 계획된 교육과정은 교육과정이 구상과 논의, 협의의 과정을 모두 거친 뒤 실제로 작동하는 출발점이자 교육이라는 존재를 구체화하고 실제적인 정체성을 부여하는 DNA와 같다. 국가, 지자체, 학교나 교사 모두 공식적으로 만들어진 교육과정 자료들을 기초로 교육을 이해하고, 주어진 환경에 맞추어 구체적으로 실행하게 되기 때문이다. 계획된 교육과정의 공적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 이해와 적용은 상황과 조건에 따라 매우 자유롭게 이루어지기도 하고, 문건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여러 문제가 실제로 발생한다. 교육과정 문해력이라는 책도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계획된 교육과정이 중간 주체들을 지나 교사에게 전해지면, 교사는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계획된 교육과정(가령 수업계획서)을 만들고 실제 교실 수업을 진행하게 되는데 이를 실행된 교육과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교사가 진행하는 수업, 곧 실행된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또는 그 이후에라도 무언가를 학습하고 습득하면서 나름의 교육의 결과를 만들게 되는데 이것을 실현된 교육과정이라고 한다.


이상적인 교육과정은 계획하고, 실행하고, 실현된 것이 일치하는 것이다. 교육과정의 최초 설계(계획된 교육과정)를 교사가 완전하게 이해하고 소화하여 충실하게 구현하면(실행된 교육과정), 학생은 교육의 목표점에 온전히 도달하는 것이다.(실현된 교육과정) 짐작하듯이 교육현장에서 이런 교육은 불가능하며, 다만 일치도를 높여가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교육평가나 교육행정을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교육과정 관점에서 보면 교육과정의 과정이 순적하고, 충실하게 구현될 수 있도록 돕는 모든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얼핏 계획과 실행과 실현의 모든 과정과 차원에서 목적과 목표, 결과가 일치하는 일관된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은 매우 중요해 보인다. 자연스럽게 교육과정의 세 차원을 일치시키는 것이 핵심 과제처럼 보이지만, 사실 교육에는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의 생각 지푸라기이다. 오늘의 생각은 실현된 교육과정에 있다. 세 가지 차원에서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은 얼추 비슷하게 맞출 수 있다. 공교육 체계에서는 국가에서 교사에 이르기까지 교육의 틀과 길을 충실하게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현된 교육과정은 전혀 차원이 다르다. 학생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기에 사실상 학생에게 맡겨진 교육과정이다. 일정 부분 평가를 통해 확인하고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보완하기도 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학생 속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교육 현상들을 다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모든 교육은 처음부터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있고, 정해진 방향으로 나아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학생들, 아니 교사라 할지라도 그 교육의 길에서 얻게 되는 것은 너무나도 다양하고 많다. 한 가지를 가르치면 열 가지가 딸려 온다는 말은 단지 오랜 지혜 이상으로 교육에서는 현실이다. 어쩌면 교육은 출발지와 목적지를 잇는 길을 만드는 것에 가깝다. 그 길을 걷는 다양한 사람들이 길을 걸으며 경험과 강흠들은 전적으로 그 사람의 것이며 교육과정은 사람 안에서 벌어지는 교육 현상의 크기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실현된 교육과정은 단지 가르친 것의 성취에만 머물면 안 되고, 그것을 넘어서는 다양한 결과들을 최대한 많이 수집해서 그것은 최초 설계인 계획된 교육과정과 실천 단계인 실행된 교육과정에 반영해야 한다. 교육의 길에서 사람이라는 절대적인 가치가 생략되면 교육은 무너진다. 그래서 실현된 교육과정이야말로 교육의 못자리이며 계획된 교육과정을 잉태하고 해산하는 어머니의 자궁이 되어야 한다.


(사진 출처) https://www.jb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404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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