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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포 Feb 03. 2021

'좋아요 뽕'과 댓글의 유혹

"어떤 의미에서 인터넷은 술과 비슷하다"


#1. "이건 '좋아요' 1000개짜리인데"

대통령의 글쓰기의 저자인 강원국 작가가 한 모임에서 한 말이다. 계단에서 굴러서 갈비뼈 부상을 당해서 병원에 이송될 때에도  "이건 좋아요 1000개짜리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한때 페이스북에 글 쓰고 '좋아요' 달리는 걸 엄청 좋아했다고 했다.


이미 유명 작가라서 초연할 줄 알았는데 '좋아요'는 여전히 즐기는구나.  자신의 글에 ‘좋아요’가 달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은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강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그때그때 메모하고 이것을 다른 사람이나 SNS를 통해서 피드백을 받고 이것을 발전시켜서 최종 책으로 출간한다고 했다.  SNS도 잘 활용하면 도움이 많이 되는 도구이다.


#2. "댓글을 보면 희열을 느껴요"

대학생인 막내딸의 이야기다. 온라인 수업을 받고 소감을 올리면 교수님이 댓글을 달아주는데 그 글을 읽을 때 희열을 느낀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글에 피드백을 받는 것에 목말라 있구나. 그렇다면 댓글을 달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작년 1학기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할 때의 일이다. 매 수업마다 동영상 강의를 듣고 간단한 코멘트를 올리는 것을 과제로 냈었다. 평소 같으면 '좋아요'만 눌렀는데 이번에 댓글을 달아주기로 했다. 매주 70여 명의 코멘트를 읽고 댓글로 피드백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 전체 코멘트를 종합해서 총평을 했다.  


"일일이 코멘트를 읽어보고 피드백해주는 열정에 감동했다"는 학생들이 많았다. 이런 반응을 보고 댓글을 중단할 수 없었다. 처음엔 몇 회만 하려고 했는데 결국 14주를 계속했다.  70여 명이다 보니 댓글 작업을 한꺼번에 할 수 없어서 2~3일 걸려서 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한 과목만 강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고생은 했지만 매회 피드백을 해주니까 코멘트 수준이 더불어 향상되었다. 수업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졌다.  다른 보상도 있었다.  원격강의 우수사례 1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3. '좋아요'와 댓글의 차이

세연이 '좋아요'를 눌렀다. 하지만 댓글을 달지는 않았다. 진경은 기다려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하면서 기다렸다. 세연은 진경이 쓰는 거의 모든 포스팅에 '좋아요'를 눌렀지만, 댓글을 달지 않았다. 그런지 꽤 오래되었다.

자신이 쓴 '장미가'라는 단어를 세연이 어떻게 생각할지 진경은 궁금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을 궁금해하고 있는 자신이 궁금했다. 나는 왜 세연의 무반응에 이렇게도 상처 받는 사람이 되었을까?


김이형의 소설, '붕대 감기'의 한 대목이다. '좋아요'와 댓글의 차이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서 소개한다.  소설의 등장인물인 진경과 세연은 고등학교 단짝 친구 사이다. 오랜 기간 소식이 끊겼다가 페이스북을 통해 다시 만났다. "둘은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네트워크로 언제나 이어져 있었고, 서로에게 가장 먼저 댓글을 달아주는 사이였다." 그런 사이였는데 어느 날부터 댓글을 달지 않고 '좋아요'만 누르게 된 사연이 담겨있다.  


"댓글 달아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다."  싸이 시절부터 유행하던 말이다. 자신의 글에 관심을 갖고 댓글을 달아주는 친구가 고마울 수밖에 없다. 댓글 달아주는 친구 사이에서 '좋아요'만 누르는 서먹서먹한 관계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자료 : pixabay>



'좋아요 뽕'과 카페인 우울증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뽕은 ‘좋아요 뽕’이라고 한다. 이것에 한번 중독되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지게 된다. ‘좋아요 뽕’은 온 오프라인의 경계도 없다. 정치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이것에 물들게 되면 이성이 마비되고 계속 뽕만 찾게 된다. 추종자에 둘러싸여 한마디 한마디에 ‘좋아요’를 연호하니 그 얼마나 강력한 중독이겠는가.


인터넷 신조어 중에 ‘카페인 우울증’이 있다.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이 아니라 카카오 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첫 글자를 딴 신조어이다. 다른 사람들의 포스팅을 보고 상대적으로 박탈감과 열등감을 느껴 우울해지는 증상이라고 한다. 여기에 다른 사람은 ‘좋아요’를 많이 받는데 자신의 적은 숫자를 보면 자신의 삶이 초라해 보인다고 한다.


SNS는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왔기 때문에 멀리하기가 사실 어렵다. 그리고 너무나 강력하기 때문에 잘 다뤄야 한다. ‘좋아요 뽕’과 우울감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균형 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의 경영 구루로 선정되기도 했던 에스더 다이슨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떤 의미에서 인터넷은 술과 비슷하다. 당신의 행동을 더욱 강화해 주기 때문이다. 그것을 통해 외톨이가 되고 싶은 사람은 더욱 외톨이가 될 수 있고, 남들과 교류하고 싶다면 훨씬 쉽게 교류할 수 있다.”





'꾸준하게, 무심하게'를 다시 생각한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나서 ‘좋아요’와 조회수에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그동안 블로그에서는 나의 사이버 서재라고 생각하고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나만의 자료실이라고 생각하고 그때그때 생각하는 것을 격식 없이 기록했다. 방문객이 별로 없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브런치는 그런 것 것이 아니었다. 작가를 꿈꾸고 들어온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반응이 즉각 나타났다. 어쩌다 다음카카오 메인에 뜨게 되면 조회수가 폭증했다. 정성을 들여 쓴 글보다 별 기대도 안 하고 쓴 글이 더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인터넷 포스팅은 꾸준하게,  '졸라 꾸준하게' 써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해지는데 '무심하게'이다. 방문 숫자, 좋아요에 연연하지 않고 무심하게 대해야  오래갈 수 있다. 담담 태연의 자세이다.   '좋아요 뽕'과 댓글의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 '꾸준하게, 무심하게'를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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