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인생나눔교실 멘토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서울 무중력지대에서 20대 청년을 대상으로, 작년엔 군부대 장병을 대상으로 실시했습니다. 첫해에는 멘티들의 호응이 좋아서 세종종합청사에서 열린 전국 인생나눔 축제에서 수도권 대표로 사례 발표를 하기도 했습니다.
작년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부대 행사가 대폭 축소됐고 비대면 도구인 줌을 통해서 미팅을 했습니다. 직접 만나지 못해 아쉬운 점이 있으나 원격 멘토링도 해보니까 나름 좋은 면도 있었습니다. 거리 제한이 없고 시간을 훨씬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참여인원이 모두 주목하는 가운데 진행할 수 있어 효과적이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멘토링을 하면서 느꼈던 소감을 남기고자 합니다.
첫째, 젊은 친구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즐거움입니다. 사실 이런 자리가 아니곤 젊은 청춘을 만나서 이야기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꼰대 취급받기 쉬운데 멘토로 대우해주니 즐겁지 아니할 수가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 우울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들어주는 청춘들을 보면 이것은 돈을 내고도 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소액이나마 보수를 받고 할 수 있다니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둘째, 자신도 변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엔 될 수 있는 한 많이 가르쳐주는 것이 좋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자리만 깔아주고 속에 있은 말을 끄집어내서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치중했습니다. 멘티들은 멘토의 이야기 못지않게 같은 또래들의 이야기에 흥미를 많이 보였습니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동료를 보면서 더 많이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또래학습의 효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멘토링을 하면서 세대를 넘어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더불어 말하고 싶은 것을 꾹 참는 연습도 하고 있습니다.
셋째, 도구의 개발과 사용입니다. 좋은 재료가 있어도 좋은 요리 도구가 있으면 더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것과 같다고 봅니다. 작성하고 발표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적절한 학습 도구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습니다. 도구는 눈에 보이지 않은 도구도 있습니다. 질문과 퀴즈는 관심을 집중시키는데 효과적인 도구입니다. ‘백과사전이 아니라 추리소설’와 같은 진행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늘 도구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으니까 관찰력도 길러지는 것 같습니다.
아빠 리더십과 엄마 리더십
이 세 가지 즐거움 외에도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멘토 소모임을 하면서 멘토링 경험을 공유하는 것도 즐거운 일중의 하나입니다. 저마다 독특한 방법을 통해 진행하는 것을 보고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멘토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문득 아빠 리더십과 엄마 리더십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아빠들은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가르침을 줄려고 합니다. 준비도 많이 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합니다. 인생의 지혜를 전해주려고 했는데 멘티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많이 서운해합니다. 이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데 몰라주다니 속상할 때도 있습니다. 이것이 아빠 리더십의 예가 아닌가 합니다.
반면에 엄마들은 어떻습니까? 일단 들어주고 같이 놀아줍니다. 논리보다는 맥락을 중시하면서 어울립니다. 뭔가 준비해 가도 때를 기다립니다. 아이들이 떠들고 자기들 맘대로 놀다 보니까 즐겁게 함께 했다는 귀중한 경험도 하게 합니다. 멘티들이 자신감을 얻기도 합니다. 바로 엄마 리더십의 장점이라고 봅니다. 복세편살을 외치는 MZ세대, 이른바 ‘요즘 것들(?)’에게는 맥락 중심의 따뜻하고 자상한 엄마 리더십도 필요합니다.
나는 어떤 스타일로 멘토링을 하고 있는지 종종 반문합니다. 소모임 토론은 멘토들에게도 효과적이었습니다. 다른 멘토의 이야기를 들으면 거기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멘토링에는 아빠 리더십과 엄마 리더십 모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보완관계로 보고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배움을 멈추는 순간 늙는다고 합니다. 멘토링을 하기 위해서는 배움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젊은 친구들과 만날 수 있고 함께 어울리는 방법을 배우고 새로운 도구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멘토링이 주는 커다란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