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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포 Apr 13. 2021

영화 '고야의 유령'과 소설 '꺼삐딴 리'

외세를 이용한  로렌조와 이인국




영화 '고야의 유령(Goya's Ghosts : 2006년)

밀로스 포만 감독, 하비에르 바르뎀, 나탈리 포트맨 출연 


스페인 종교재판을 소재로 다룬 영화 중에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종교재판의 광기, 나폴레옹의 침략과 민중의 저항, 이러한 격변의 시기를 자신의 출세 수단으로 삼는 인물들,  거대한 국가 폭력에 휘둘리는 민초들의 억울한 희생, 스페인 민족 화가 고야의 눈을 통해 이러한 시대의 변화를 애잔하게 바라보게 된다.  이 영화 속의 로렌조 신부과 소설 꺼삐딴 리의 이인국 박사는 공통점이 많다. 이 영화의 관점 포인트를 중심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째, 스페인 종교재판과 돼지고기 사건

악명 높은 스페인 종교재판은 1478년부터 1834년까지 있었는데 약 30여만 명이 연루됐고 이 중 10%는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처음 대상은 유대교, 이슬람교 등 이교도였다가 나중엔 개신교 신자까지 포함됐다. 


스페인에서 계속 살려면 개종을 해야 하고 개종을 하지 않으면 종교재판에 회부됐다. 개종을 했어도 겉으로만 개종한 척하고 실제로는 유대교를 믿는다고 의심하고 지속적으로 감시를 했다. 유대인은 돼지고기를 금기하기 때문에 감사자들은 이를 판단 도구로 삼았다. 영화에서 아이네스가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시자들이 이를 신고하여 종교재판소에 끌려가게 된다. 고문과 협박에 의해 아이네스는 거짓 자백을 한다. 


둘째, 외세에 빌붙어 권세를 누리는 인물, 로렌조와 이인국

로렌조 신부는 종교재판에 관한 권한을 이용해서 사욕을 채운 사실이 발각되자 프랑스로 도망을 가게 된다. 그는 프랑스에서 철저하게 변신한다. 결혼하여 가정도 꾸린다. 프랑스혁명에 가담하고 이후  나폴레옹 군대와 함께 스페인으로 와서 권력을 행사한다.  종교재판을 폐지하고 과거의 상사에게 사형을 언도한다.  외세에 빌붙어 권력을 행사하는 인물은 어느 나라에나 있는 것 같다.


전광용의 소설 ‘꺼삐딴 리’의 주인공 이인국을  떠올리게 한다.

‘꺼삐딴 리’의 이인국은 자신의 보신을 위해 카멜레온적인 삶을 보여준다. 일제시대는 친일파로, 해방 후에는 재빨리 친소파로 변신한다. 꺼삐딴은 캡틴의 러시아식 발음이다.  한국전쟁 시 1.4 후퇴 이후에는 친미파로 또다시 변신하여 살아남는다.  의사이지만 오직 돈 버는 수단으로, 또 성공의 수단으로 의술을 이용한다.  기회주의, 물질만능주의, 출세지향주의적 특성을 모두 보여주는 “꺼삐딴 리”는 우리 사회의 한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알다시피 해방된 조국에서 권력층을 장악한 자들은 '꺼삐딴 리' 류의 친일세력들이었다. 독립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독립운동가 출신이 아닌, 외세 부역자들이 계속해서 집권층을 형성했다. 친일 행위를 한 자들을 단 한 명도 단죄하지 못했다. 독립운동가가 오히려 친일파 관료들에게 핍박을 받은 일까지 벌어졌었다. 이렇게 하고도 민족정기를 말할 수 있을까?  몇십 년 지난 후에 어렵사리 한 것이 친일 인명록 사전의 편찬이다.


셋째, 스페인의 게릴라와 한국의 의병 투쟁

1808년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스페인 국민의 환영을 기대했다. "자유와 해방을 의미하는 프랑스의 깃발을 보면 그들은 나를 스페인의 해방자로 맞이하리라." 이런 기대를 갖고 스페인 국민들도 혁명에 동참하리라고 예측했으나 그들의 국민성을 알지 못했다. 해방자가 아니라 건방진 이방인이었다.


스페인을 낙후된, 열등한 국가로 여겼다. 성직자의 지배를 받으며 암흑시대에 있다고 단정했다. 글도 모르면서 종교에 빠져있는 민족쯤으로 치부했고 그래서 저항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스페인 국민은 프랑스군에 저항했다.  저항은  보복전으로 전개됐고 큰 희생이 뒤따랐다. 스페인 국민들은 산악지대로 숨어 프랑스군과 소규모 전쟁을 벌였는데 이것이 바로 게릴라 guerilla 전이다. 게릴라는 스페인어로 작은 전쟁이란 의미이다. 빨치산과 같은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1800년 후반의 조선 정부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정부였다. 세계정세에도 어두웠을 뿐 아니라 낡은 제도에 갇혀서 국민을 수탈하고 세도정치를 일삼고 백성의 원성을 샀다. 하지만 일제의 침략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전국에서 의병이 일어나 저항했다. 의병투쟁은 독립운동으로 이어졌다. 






베이컨을 넣은 달걀 요리’가 두엘로스 이 케브란토스(노고와 탄식)’로 불리게 된 이유?


소설 '돈키호테' 1장에 이런 구절이 있다.

“그는 보통 양고기보다 소고기를  더 많이 넣은 요리와 소금을 넣어 잘게 다진 고기 요리를 저녁으로 먹고, 토요일에는 베이컨 조각을 넣은 달걀 요리를, 금요일에는...” 


소설에 등장하는 요리, 돼지고기 베이컨, 소시지, 햄, 달걀을 기름지게 섞어서 만든 요리가 바로  두엘로스 이 케브란토스(Duelos y quebrantos, 노고와 탄식)이다.  스페인에서 종교재판의 광풍이 불 때, 돼지고기를 먹느냐 안 먹느냐는 생사가 걸린 문제였다. 유대교와 이슬람교에서는 돼지고기를 금하고 있어서 이단을 식별하는 도구로 삼았기 때문이다. 유대교 신자들은 돼지고기가 들어간 이 요리를 눈물을 머금고 먹을 수밖에 없어서 '두엘로스 이 케브란토스(노고와 탄식)'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세르반테스가 소설 '돈키호테' 첫 부분에 이런 구절을 넣은 이유도 유대교 신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해석되고 있다. 소설이 발행된 1605년 당시에는 국왕의 허가증이 출판이 가능했다.  소설 '돈키호테' 에는 국왕의 허가증이 수록돼있다. 


<노고와 탄식(두엘로스 이 케브란토스) / KBS 서가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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