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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포 Apr 25. 2021

노자 도덕경의 지혜 10선

나이 들어서 노자를 읽어야 하는 이유

노자 도덕경을 1일 1장을 읽고 블로깅하기를 마쳤다. 모두 81장이다. 심오한 지혜가 담겨 있어서 이를 한 번에 이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혜의 보고이니 만큼 두고두고 음미하면서 되새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100일 프로젝트 도중에 도경 지혜 10선과 덕경 지혜 10선을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이번엔 도덕경 전체를 망라한 10선을 꼽아본다.  


이러한 시도는 중국 노자 관련 사이트를 방문하고 생각했다. 노자 명구 10선, 천고의 지혜 10선 등이 무수히 많이 실려있었다. 노자에 관한 관심과 활용이 많았다. 도덕경은 모두 5000자로 구성돼있어 다른 경전에 비해 짧다. 하지만 함축된 언어로 기록돼있고 판본과 주석서가 다양해서 어떤 게 옳은지 판단하기 어렵다. 이럴 때는 자신이 느낀 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최진석의 노자, 리링의 노자, 도올의 노자, 이렇게 3권을 중심으로 보고 이중톈의 ‘인간을 말하다’, 김시천의 ‘노자의 칼, 장자의 방패’, 강신주의 ‘노자 혹은 장자’, 최진석의 '노자 인문학',  신영복의 ‘나의 동양 고전 독법, 강의’를 보조 교재로 활용했다. 최진석 교수의 EBS 인문학 특강, 도올 TV의 노자 강의도 참고했다. 북경대 리링 교수가 내한 강연을 할 때는 직접 참여해서 질문도 한 바 있다. 각기 특징이 있어서 동시에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다.


최진석 지음,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

리링 지음, 노자

김용옥 지음, 노자가 옳았다





도덕경을 읽으려고 결심한 이유와 느낀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나이 들어서는 노자를 공부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나이 들면 더 너그러워지고 포용력이 늘어야 하는데 실상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더 까칠해지고 딱딱해지는 것 같다. 체면과 위신을 더 중시하고 잘 삐지는 것 같다. 노자의 유능제강(柔能制剛)의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그리고 왕년의 경험만 가지고 세상을 보면 꼰대 되기 십상이다. 평생 학습과 변화관리에서 강조되는 것이 Learn – Unlearn – Relearn이다. 지금껏 배우고 익혔던 것을 버리고 다시 배워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고 본다.


둘째, 노자는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반대편에서 바라보게 만들어 준다. 대표적인 것이 상반상생과 물극필반이다. 대립 면이 경쟁관계가 아니라 상생하고 늘 움직인다. 정언약반의 지혜를 배울 필요가 있다. 유무상생(有無相生),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 현동(玄同), 위도일손(爲道日損), 빈항이정승모(牝恒以靜勝牡)...


그리고 여태 알던 노자는 노장사상에 갇혀 있었다. 제왕학, 병법가의 노자가 있다.


셋째, 노자 도덕경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도 살아있다. 여러 분야에서 노자 사상과 연관 지으려는 시도들이 있다. 광고 마케팅 분야의 활동을 ‘노자 마케팅’으로, 창업과 비즈니스 전략에 적용한 책 ‘실리콘 밸리에 간 노자’, 주식투자를 도덕경으로 풀어낸 '노자와 생맥주 등이 있다. 특이하게도 ‘노자의 도(道)와 예수의 길’이라는 제목으로 도덕경과 마가복음을 연결해서 연재한 목회자가 있다. 김용옥의 '도올의 마가복음 강해'와는 또 다른 관점이다.


모택동은 노자를 병법가로 보고 전략 전술에 활용했다. 국민당 반격 계획에 “우리는 자위적 입장에 서서 국민당 진공을 반격하려 한다. 우리의 계획은 다음과 같다. 제1조는 ‘세상 사람들보다 앞서지 않는다(不敢爲天下先)’라고 부르는 노자의 철학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먼저 총을 쏘지 않는다.”





나름대로 노자 도덕경의 지혜 10선을 정리한다.


노자 도덕경 지혜 10선


1. 부드러움을 지키는 것을 강(强)이라 한다(52장)

    수유왈강(守柔曰强). 노자가 여러 곳에서 강조하는 사항이다. 부드럽고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유약승강 柔弱勝強). 부드러움은 도가 운행하는 모습이다(弱者道之用). 살아 있는 것은 부드럽고 죽어 있는 것은 뻣뻣하다. 굳세게 나가는 것이 강한 것이 아니다. 부드러움이야 말로  강한 자가 취할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2. 유와 무를 서로 살게 해 준다(2장)

   유무상생(有無相生). 상반상성(相反相成)으로 서로 모순되고 대립되는 쌍방이 모두 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세계는 대립쌍들(유/무, 고/저, 장/단, 상/하)이 꼬여서 이루어져 있는데 이렇게 무와 유와 같은 대립 요소가 서로 상대편의 존재 근거가 되면서 공존한다.


3. 빛을 감추고 티끌 속에 섞여 있다(4장, 56장)

    화광동진(和光同塵) / 현동(玄同). 화광동진은 빛을 감추고 티끌 속에 섞여 있다는 뜻으로 자기의 뛰어난 지덕을 나타내지 않고 세속을 따름을 이르는 말이다.  현동(玄同)은 구별이 없고 차별도 없는 것을 말한다.

   화광동진은 도가, 불가, 유가에서 모두 중요한 덕목으로 삼고 있다. 논어의 자로 편에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는 구절이 있다.


4. 도를 행하면 날마다 덜어진다(48장)

    위도일손(爲道日損). 논어가 날마다 배워 더하는 것(爲學日益)을 강조한다면, 도덕경은 날마다 덜어내어 도에 이르는 것(위도일손爲道日損)을 강조한다.  지식을 더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자신의 것을 찾아내려면 덜어내야 한다.

    “진정으로 단순하기 위해서는 매우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  본질적이지 않은 부분들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해당 제품의 본질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평생 단순함을 추구했던 스티브 잡스의 말이다.


5. 대상大象)을 잡고 있으면 천하가 움직인다(35장)

   집대상 천하왕(執大象, 天下往). 대상(大象)은 도의 형상이다. 도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무형유상 無形有象)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도(道)는 스스로 그러함을 본받는다(도법자연 道法自然).  노자 철학의 정수를 드러내는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의 또 다른 표현이다.

   현실에 적용하면 미션의 중요성이다. 대의명분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


 


 6. 그릇에 빈 곳이 있기 때문에 그릇이 쓸모 있다(11장)

     당기무 유기지용(當其無, 有器之用). ‘유(有)’는 그릇 자체이고, ‘무(無)’는 그릇의 쓰임이며, 쓰이는 부분을  ‘용(用)’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컵은 물을 담는 것이다. 물을 어디에 담을 것인가? 그릇에서 비어 있는 부분이 없다면 내용물을 담을 방법이 없다.


7. 반대편으로 향하는 것이 도의 움직임이다(40장)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 물극필반(物極必反)이다. "정해진 것은 없다. 바른 것은 다시 기이한 것이 되고 선한 것은 다시 요사한 것이 된다". 이는 노자 이전시대 부터 수천 년 동안 있어 왔다. 그럼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도덕경은 이렇게 말한다. "솔직하되 멋대로 하지 않고 빛나되 눈부시지 않는다(광이불요 光而不耀)."


8. 자신을 아는 자라야 명철하다(33장)

   자지자명(自知者明). 자신을 아는 자가 명철하고 자신을 이기는 자가 승자이고 만족을 아는 자가 부자다. 조금 유약해 보이거나 소극적인 것 같지만 자지(自知)-자승(自勝)-지족(知足)의 방식이 ‘죽어서도 잊히지 않는’ 진정한 의미의 위대한 효과를 담보해 준다는 것이다.

   더불어 중요한 것이  知白守黑(지백수흑)이다. 강한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고 차분히 자신의 약함을 잃지 않고 지키는 것이다.


 9. 최고의 경지는 물과 같다(8장)

    상선약수(上善若水), 상선여수(上善如水)로도 표기된다. 여기서 상선(上善)은 '최고의 선'이 아니라 '가장 훌륭한 것'이라는 뜻이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만 하지만 다투지는 않고, 주로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처한다. 도는 부드럽고 약한 것을 중시하고 낮은 쪽과 아래쪽을 중시하는데, 그것은 마치 물이 만물을 이롭게 하고 만물과 다투지 않으면서 낮은 곳,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처하는 것과 같다.

    삶과 비즈니스에서도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기회가 있다.


10. 싸우지 않고 이긴다(73장)

     하늘의 도는 싸우지 않고도 이기고, 말하지 안 하고도 잘 대응하며, 부르지 않고도 저절로 오게 한다. 천지도 부쟁이선승 불언이선응 불소이자래(天之道, 不爭而善勝, 不言而善應,不召而自來).  노자 병법으로 자주 인용되는 구절로 손자병법에도 같은 맥락의 내용이 수록돼있다.  손자 허실 편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백전백승만이 최선의 병법이 아니며, 싸우지 않고 적군의 군사력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상의 병법이다(是故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

   싸우지 않고 이기고 부르지 않고도 저절로 오게 하는 것, 이것은 병법에서나 비즈니스에서 모두 중요한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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