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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포 Jun 11. 2021

서로 대립되는 것들이 실제론 서로 돕는다

노자 도덕경의 유무상생에서 배우다


<고윤식 작가, 유무상생-토끼와 거북이 /출처 : 지금제주(http://www.jigeumjeju.com)?




유무상생은 무위와 더불어 노자의 핵심 사상입니다. 다음은 노자 도덕경 2장의 일부입니다.

<출처 : 최진석, 노자의 목소리도 듣는 도덕경>


이 세계는 대립쌍들(유/무, 고/저, 장/단, 상/하)이 꼬여서 이루어져 있는데 이렇게 무와 유와 같은 대립 요소가 서로 상대편의 존재 근거가 되면서 공존하는데 이것이 바로 세계의 존재형식(恒)이자 법칙(常)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얻는 교훈은 “서로 대립되는 것들이 실상은 서로 살게 하고(상생) 서로 이루게 해 준다(상성)”는 것입니다. 개념화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위험하다는 교훈입니다.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습니다.


도덕경 40장에는 한술 더 떠서 이렇게 말합니다. 연결해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노자핵심 사상이라고 말하는 연구자들이 많습니다.


反者道之動(반자도지동)

반대편으로 향하는 것이 도의 움직임이다.


이중톈의 <사람을 말하다>를 보면 여기엔 두 가지 관점이 있다고 말합니다.

첫째는 상반상성(相反相成)으로 서로 모순되고 대립되는 쌍방이 모두 같이 존재한다는 존재론적 관점입니다. 바로 이런 구절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有無相生, 難易相成, 長短相較 高下相傾, 音聲相和, 前後相隨


둘째는 물극필반(物極必反)으로 모순적이고 대립되는 쌍방은 언제나 자신의 반대편으로 전화한다는 가치론적 관점입니다. 위의 40장과 58장을 들 수가 있습니다.


其無正, 正復爲奇, 善復爲妖(기무정, 정복위기, 선복위요, 58장)

정해져 있는 것은 없다. 바른 것이 돌연 기이한 것으로 변하고, 선한 것이 돌연 악한 것으로 변한다.




상반상성과 물극필반은 도덕경뿐만 아니라 주역, 태극 음양설에도 등장하는, 동양 사상의 기저를 이루는 세계관이기도 합니다. 여기서는 유무상생의 주는 교훈, 세 가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첫째, 희비상생(喜悲相生)입니다

기쁨과 슬픔은 서로 돕고 살립니다. 흔히 희비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합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심리학자들의 자문을 받아서 제작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영화로 심리 영화의 수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영화에서 심리의 기초가 되는 5가지 요소 –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소심이, 까칠이가 등장합니다.


리더는 기쁨이(Joy)로 매사 긍정적입니다. “잘못된 일에만 신경 쓰지 마. 늘 되돌릴 방법은 있다고!”라고 하며 “우리가 행복해야 할 이유가 정말 많다”를 외칩니다. 기쁨이 옆에 슬픔이(Sadness)가 따라다니는데 기쁨이는 이를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합니다. 주인공을 기쁘게 해줘야 하는데 슬픔이의 존재 자체가 거슬리기만 할 뿐이다. 슬픔이는 “우는 건 인생의 문제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진정하도록 도와줘.”라고 말합니다.


평소엔 기쁨이의 긍정 에너지가 빛을 발합니다. 그런데 친구의 아픔을 위로하는 순간에는 기쁨이의 노력은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슬픔이는 울고 있는 친구 곁에 가서 “정말 슬프겠구나” 며 한마디 하고 같이 있어주기만 했습니다. 그런데도 그 친구를 위로를 받고 일어서게 됩니다.


영화는 기쁨이의 긍정 마인드도 중요하지만 슬픔이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때론 내면의 슬픔을 꺼내어 함께 공유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도 해주고 있습니다. 바로 희비상생의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 영화 '인사이드 아웃'>



둘째, 나와 적은 상생관계입니다. 아적상생(我敵相生)


강한 적이 있으면 강한 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면 서로의 성장을 돕습니다.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 그가 영국의 전시 내각 수반으로 등장했을 때 그의 나이는 66세였습니다. 국회의원 선거에 낙선된 후 10년 동안 처칠은 한물간 정치인, 퇴물 취급을 받았습니다.



처칠은 1930년대 10년 동안 켄트주에 있는 차트웰 고향집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벽돌 쌓기, 글쓰기를 하면서 소일했습니다. 역사가들은 그 시기가 처칠에겐 ‘광야의 시대(wilderness years)’였다고 말합니다. 처칠은 그러는 도중에도 신문 기고나 강연을 통해 히틀러의 위험을 경고하길 계속했었는데 이로 인해 ‘전쟁광’이란 비난도 받았습니다. 처칠이 다시 국가 지도자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히틀러의 등장이 처칠에게는 더 없는 기회를 준 것이었습니다. 이때 히틀러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처칠의 재등장도 없었을 것입니다. 역사의 아이러니지만 사실은 사실입니다. 바로 선악상생의 증거라 부를 만하지 않은가요?


때로는 적군이 없어지면 자신의 역할도 없어지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처칠도 2차 세계대전 승리 직후 총선에서 패배하여 정권을 잃었습니다. 몇 년 후 다시 집권하지만 이때는 그때의 총기를 많이 상실해서 오히려 명성에 흠이 되는 일이 많이 발생했습니다.


중국 한나라 통일의 주역이었던 한신의 경우가 극적입니다. 항우를 몰락시키고 천하통일의 패업을 달성한 유방에게 한신은 오히려 짐이 되었고 결국 죽임을 당했습니다. 한신은 토사구팽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비즈니스에서도 악역 설정이 활용됩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인물이 애플의 스티브 잡스입니다. 애플은 초기엔 타도해야 할 악당으로 IBM을 설정했습니다. 이런 관점은 1982년에 론칭한 매킨토시 광고에 잘 그려져 있습니다. 이후엔 마이크로소프트가 표적이 됐습니다. 일반화되고 고정화된 세계를 타도의 대상으로 설정했습니다. 10여 년 만에 애플로 컴백한 스티브 잡스가 진행한 캠페인이 ‘Think Different’입니다. 악당이 설정돼야 이를 무찌를 용사들이 집결하고 컬트 문화가 형성됩니다.


라이벌을 활용한 사례는 무수히 많습니다. 콜라 전쟁으로 일컬어지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경쟁, 안호이저 부시와 밀러의 맥주 전쟁... 등등. 그들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시장 규모를 키웠고 자신들도 경쟁력을 갖고 더 크게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셋째, 영화와 드라마에선 선악상생(善惡相生)입니다


영화를 살리는 것은 주인공과 악역의 갈등 이야기입니다. 선한 주인공과 악한 상대역의 갈등이 치열할수록 관중은 열광합니다. 착한 인물만 등장한다면 누가 그 영화를 보겠습니까?


악역에 대한 이미지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주인공보다 악역을 연기한 배우가 더 각광을 받는 경우가 많아졌으니 말입니다.


소설가 한승원은 ‘소설 쓰는 법’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려면 등장인물들 사이에 갈등 대립이 치열하게 일어나야 한다. 갈등 대립이 치열해야 이야기와 서술하는 문장 하나하나에 탄력이 생기게 되는 법이다.”

미국 영화배우이자 감독인 크린트 이스트우드는 “좋은 이야깃감의 조건은 갈등의 충돌, 극적인 전개” 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연예인의 경우 팬과 안티팬이 동시에 발생합니다. 댓글도 선플이 있는가 하면 악플도 있습니다. 선플과 악플은 서로의 관계 속에 존재하고 인기의 빛과 그림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악플에 견디려면 마음 근육을 단련해야 하는데 이런 현상을 선악상생의 차원에서 바라보면 이겨내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연예인 박수홍은 착한 이미지로 안티팬이 거의 없습니다. 반면에 열성팬도 드뭅니다. 한마디로 관심을 별로 받지 못해 댓글도 거의 달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박수홍 본인이 한 방송 프로에서 이런 내용을 밝힌 바 있습니다.







아직도 열렬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나훈아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나훈아의 통찰이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마케팅의 고수입니다. 타깃 시장을 수립하는데 귀감이 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30%쯤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야
나마지 사람들이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슈퍼스타가 될 수 있다"
- 나훈아




도덕경 2장, ‘유무상생’ 구절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개념화된 것의 상대성, 대립쌍들이 실제는 관련성을 갖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라는 것, 실로 놀랍습니다. 유무상생을 발전시켜 희비상생, 아적상생, 선악상생에 적용해봤습니다. 다음엔 기정상생(生)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기정상생은 노자뿐만 아니라 손자병법에서 아주 중요한 전략으로 소개됩니다.  



#노자 #도덕경 #유무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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