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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포 May 23. 2021

고양이와 노자

본질적인 것과 비본질적인 것에 대하여


고양이는 옳다 / 브라이언 패튼


날마다 고양이는 무엇을 기억하는가?

추위를 피해 안으로 들어가는 길,

가장 따뜻한 지점과

먹을 것이 있는 위치를 기억한다.

고통을 안겨주는 장소와 적들,

애를 태우는 새들,

흙이 뿜어내는 온기와

모래의 쓸모 있음을.

마룻바닥의 삐걱거림과 사람의 발자국 소리,

생선의 맛과 우유 핥아먹는 기쁨을 기억한다.

고양이는 하루의 본질적인 것을 기억한다.

그 밖의 기억들은 모두 무가치한 것으로 여겨

마음속에서 내보낸다.

그래서 고양이는 우리보다 더 깊이 잔다.

너무 많은 비본질적인 것을 기억하면서

심장에 금이 가는 우리들보다.



이 시의 원제는 <비본질적인 것들> 

출처 : 마음 챙김의 시 / 류시화



<자료 : Pixabay>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은 이렇습니다.


고양이는 하루의 본질적인 것을 기억한다.

그 밖의 기억들은 모두 무가치한 것으로 여겨

마음속에서 내보낸다.


심란한 상태에서 보면 마음 챙김이 되는 시라고 생각합니다. 지나 놓고 보면  무가치한 것인데 당시엔  얼마나 연연했던가? 어떤 게 본질적인 것이고 비본질적인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더불어 드는 생각도 있습니다. 과연 비본질적인 것은 어떤 것이며 떨쳐내는 것이 옳은 것일까?  고양이가 옳았다고 말하는 것처럼.




노자 도덕경 3장에 "마음을  비우고 배를 채운다( 虛其心  實其腹 허기심 실기복)" 란 구절이 있습니다. 이 구절과 이 시를 관련지어 생각해봤습니다. 연결되는 메시지가 있다고 봅니다.  허기심 실기복은 허심실복( 虛心實腹)이란 사자성어로 많이 거론되며 "마음에 욕심과 욕망이 가득 차면 머리가 무거워지니 그럴 바엔 차라리 배를 채우는 게 낫다" 는 겁니다.  이어지는 구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 뜻을 약하게 하여 그 뼈를 강하게 한다.(弱其志 強其骨 약기지 강기골)

이 구절도 약지강골(弱志強骨)이란 사자성어로 많이 사용됩니다. "의지가 너무 차올라 강해지면 마음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대신 뼈대를 튼튼히 하면 어떤 의지도 세울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허심실복과 약지강골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간혹 곱씹어 보면 좋을 6가지 비움의 고사성어"에 포함해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생각이 많으면 진다."  

이 말은 류현진 선수에 관한 책 제목이기도 합니다. 운동을 할 때 생각이 많으면  경기에서 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리보다 근육이 기억하도록 해야 자연스럽게 신체 반응이 나올 수 있습니다. 골프를 배울 때도 많이 듣는 이야깁니다. 운동화에다 '헤드업 금지'라고 써붙여놓고 스윙을 해도 이게 잘 안됩니다. 몸이 알아서 반응하도록 하려면 끊임없는 연습밖에 없겠죠.  바로 '약지강골'의 경지라고 생각합니다.


이어지는 구절은 논란이 있는 내용입니다.


늘 백성으로 하여금 앎이 없게 하고 욕심이 없게 한다. 常使民無知無欲 (상사민무지무욕)


 "백성이 무지무욕(無知無欲)하게 해야 한다"

이 구절들과 관련해서 상반된  해석이 있습니다. 두 가지를 소개합니다.


첫째, 노자는 인간이 살아가는 행위의 가장 기본적인 특성을 ‘마음을 비우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마음을 비우는 것이야말로 ‘무욕’의 행위이며 생명 중추를 심하게 만드는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마음 비움을 배 채우고 뼈를 강하게 만드는 건강의 비결로 생각한 것입니다. 성인의 다스림은 항상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무지하고 무욕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무지는 ignorance가 아니라 개념적 사유의 폐단으로부터 벗어나 있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무지 무욕이야말로 평화의 원천입니다. 김용옥의 <노자가 옳았다>에서 인용한 내용입니다. 

둘째, 노자의 우민 정치철학이 담겨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경우(중국의 리링)입니다. 노자의 견해는 고대의 총명한 제왕은 모두 우민정책을 채택했다는 것입니다그래서 백성의 머리를 텅텅 비게 함으로써 다른 사람과 우열을 다투게 하지 않았고, 배불리 먹게 하여 몸을 튼튼하게 한 다음 힘껏 일할 수 있게 했다는 주장입니다. 이러한 내용은 65장에도 등장합니다.


백성들을 다스리기 어려운 것은 그 지혜가 많기 때문이다

民之難治, 以其智多(민지난치 이기지다)


노자의 우민 정치철학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자세하게 다뤄볼까 합니다.





이 시와 노자 도덕경의 구절을 연결해서 생각해 봤습니다.  '고양이는 옳다'와 '노자가 옳았다(김용옥 저)'도 연결되는 것일까요? 본질적인 것이 무엇이고  비본질적인 것이 무엇일까요? 관점은 다양합니다.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는 읽는 사람의 몫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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