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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포 Jun 16. 2021

"남근이 여근에 들어가면 반드시 죽을 것이다"

노자 사상으로 풀어본 선덕여왕의 여근곡 사건


"남근이 여근에 들어가면  반드시 죽을 것이다(男根入於女根則必死矣)"



우리나라 역대 임금 중 최고의 에로티스트이자 노자사상 실천가는 신라 선덕여왕이 아닌가 한다. 백제군이 몰래 들어와 여근곡에 잠복해있는 것을 선덕여왕이 징후를 알아채리고 군사를 보내 이를 퇴치했다. 신하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묻자  선덕여왕이 연유를 설명하고 이렇게 결론짓는다. "남근이 여근에 들어가면  반드시 죽을 것이다.(男根入於女根則必死矣)이 사건의 전말은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 모두 기록돼있다. 선덕여왕의 총명한 세 가지 일 중의 하나이다. 임금이 이런 말을 대놓고 할 수 있었다니 그 시대의 모습을 어떠했는지 잘 보여준다.  



선덕여왕은 후사가 없어 고민하다 남편인 용춘공 외에 남자를 더 들였다.  당시엔 ‘삼서 지제(三婿之制)’라고  여자가 적통 아들을 두기 위해 남자를 세 명까지 불러들이는 제도가 있었다.  이것을 보면 당시 신라시대에 성에 대해 개방적인 풍조였고 선덕여왕도 이 부분에선 전문가였다고 보인다.  선덕여왕은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2세를 낳지 못했다.



선덕여왕의 여근곡 스토리는 음양오행보다는 노자 사상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하면 어떨까?  <삼국사기> 백제본기, 근구수왕 원년 조에  백제 장군 막고해(莫古解)가 노자 도덕경을 인용한 말이 기록된 걸로 보아 신라에도 노자 사상이  전파돼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남근이 여근골에 들어가면  반드시 죽게 되니  이로써 쉽게 잡을 줄 알았다."  이 솔직하고 직설적인 표현을 노자 사상과 관련지어 생각해보도록 하자. 



노자 도덕경 61장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천하의 성교는 암컷의 부드러움이 항상 고요함으로 수컷의 강함을 이긴다. 

천하지교, 빈상이정승모(  天下之交,  牝常以靜勝牡 )


빈(牝)은 여성의 생식기를 빌려 여성을,  모(牡)는 남성을 가리킨다.  ‘교(交)’는 여기서 성교를 가리킨다. 여성이 고요함으로써 움직임을 제어하고, 부드럽고 약함으로써 굳세고 강함을 제어하니 승리는 여성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정제동(以靜制動), 싸움은 성교와 마찬가지로 상교, 즉 서로 관계를 맺는 일이다. 특히 먼저 움직이는 쪽이 오히려 불리하다. 예를 들어 성교는 일반적으로 남자가 먼저 들어갔다가 먼저 물러난다. 들어갈 때는 기고만장하지만 물러날 때는 기운이 다 빠지고 만다.  노자는 특별히 강하면 강할수록, 크면 클수록, 더욱 겸손하고 낮게 자신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도 그러하고 군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싸울 때도 여인을 배워야 한다. 


노자 도덕경 10장 구절도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골짜기의 신은 죽지 않는데, 이를 현빈(玄牝 깜깜한 암컷)이라고 부른다.

곡신불사 시위현빈(谷神不死 是謂玄牝)


노자는 도를 천지 만물의 어머니로 보았고 현빈(玄牝)은 바로 천지만물을 낳은 어머니의 생식기이다. 현빈은 여자의 음부를 빌려 도(道)를 비유하는 말이고, 방중술을 빌려 도의 끝없이 생산하는 작용을 설명하는 것이다. 역대 주석가들은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으나 너무 직설적이어서 직접 말하지 않고 빙빙 돌려서 말했다. 노자의 말 하기는 매우 솔직하고 직설적이다.

<참고자료 : 리링의 '노자', 이중텐의 '사람을 말하다'>



선덕여왕은 노자의 이러한 사상을 잘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용봉()의 자태와 천일()의 위의’를 지녔고,  ‘성품이 너그럽고 어질며 총명하고 민첩한’ 선덕여왕이 아무 근거 없이 그렇게 말하진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야 선덕여왕의 지기삼사(知幾三事)도 더욱 빛나지 않을까 한다.


여근곡(女根谷)은 경북 경주시 건천읍 부산(富山) 아래에 위치한 골짜기이다. 현재의 지명도 여근곡으로 남아있다.



<자료 : 여근곡 사진 / http://www.ohmynews.com>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기록된 선덕여왕과 여근곡 이야기


『삼국유사』 선덕왕 지기삼사(知幾三事)조에 의하면 영묘사(靈廟寺)의 옥문지(玉門池)에 개구리가 모여 3-4일을 우니, 선덕여왕(善德女王)이 서교(西郊)의 여근곡에 숨어 있는 적병을 미리 알아차리고 부산 아래 여근곡에서 백제 병사를 잡아 죽이라고 했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군사를 이끌고 여근곡에 가보니 실제로 백제 병사들이 숨어 있어서 모두 죽였다고 한다. 신하들이 어떻게 그 기미를 알게 됐냐고 물으니 선덕여왕은 이렇게 답했다. 


"개구리의 노한 형상은 병사의 형상이며 옥문이란 여자의 생식기이다. 여자는 음이 되니, 그 음의 색은 흰색이고 흰색은 서쪽이다. 그러므로 군사가 서쪽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남근이 여근에 들어가면 반드시 죽게 되니 이로써 쉽게 잡을 줄 알았다.”라고 하였다.  이에 여러 신하들은 모두 그 뛰어난 지혜에 감복하였다.

蛙有怒形 兵士之像 玉門者女根也 女爲陰也 其色白 白西方也 故知兵在西方 男根入於女根則必死矣 以是知其易捉 於是群臣皆服其聖智



삼국사기에는 여근곡이 아니라 옥문곡으로 기록돼있고 위치도 신라 서남쪽 변경이다. 옥문(玉門)과 여근(女根)이 똑같이 여성의 성기를 뜻하기에 생긴 착오라는 견해가 있다.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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