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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포 Oct 24. 2021

'위대한 쇼맨'과 쇼 비즈니스

흥행의 천재 '바넘'과 21세기 바넘 '트럼프'의 전략



위대한 쇼맨(The Greatest Showman, 2017)

감독 마이클 그레이시, 휴 잭맨, 잭 에프론, 미셀 윌리엄스 


PR의 역사에 꼭 등장하는 두 사람이 있다.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인 P.T. 바넘과 에드워드 버네이즈이다. 바넘의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린다. ‘위대한 쇼맨’이라는 영화 제목처럼 바넘을 ‘최초의 위대한 대중 엔터테인먼트 공급자’로 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야바위의 왕자’, ‘사기꾼’으로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다. 재미있는 것은 바넘 스스로도 자신을 ‘야바위의 왕자’라고 즐겨 불렀다. 그리고 흥행을 위해서는 야바위 같은 짓을 거리낌 없이 감행했다.


미국인들은 영웅 만들기를 잘한다. 사람은 누구나 장단점을 갖고 있는데 미국 사람들은 장점을 극대화시켜 이를 영화와 같은 비즈니스 콘텐츠로 활용하는데 능란하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아메리칸 드림이나 긍정심리학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도 문제적 인물인 바넘을 아주 매력적인 인물로 재탄생시켰다. 너무 미화시켜서 진위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다. 그냥 영화는 영화로 보는 수밖에.


'야바위의 왕자'를 애칭으로 사용한 바넘

영화에서 바넘이 ‘야바위의 왕자(Prince of Humberg)’라는 모자를 쓰고 춤추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그의 자서전을 통해서 이렇게 말했다. "허풍과 과장은 충분히 수용될 만한 성질의 것이었고 사람들도 결코 그런 것을 싫어하지 않았다. ‘사기꾼이나 '야바위의 왕자'라는 호칭을 처음 사용한 것은 나 자신이었다. 이 호칭은 내 애칭이었다."

<영화 '위대한 쇼맨'에서 캡처>

바넘은  청년시절에 잡화점에서 일하면서 물건에 가치를 부여하면 판매가 잘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복권판매 대리점을 운영할 때는 복권이 아니라 꿈을 팔았다. 그 결과 뉴 잉글랜드 지역에서 가장 큰 복권 대리점으로 성장했다. 말하자면 스토리텔링 전략을 일찍이 터득했다고 볼 수 있다. 


1842년 아메리칸 박물관을 개장했는데 강연장, 밀랍 전시관, 극장, 쇼 무대 등을 조합해서 운영했다. 여기서도 바넘 특유의 엉뚱함의 극치, 야바위와 같은 스토리텔링이 작동한다. 


영화 속 바넘은 선천적인 특징 때문에 사회로부터 소외된 ‘특이한 사람들’을 모아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여 의미를 찾도록 하고 사업에도 성공하는 것으로 나온다. 이런 착한 활동만 했다면 바넘이 흥행의 천재, 야바위의 왕자라는 소리를 듣지 못했을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한다. 


평범한 흑인 여성 '조이스 헤스'를 워싱턴의 유모라고 선전하다 

바넘의 첫 히트 작은 조이스 헤스(Joice Heth)라고 볼 수 있다. 그녀는 평범한 흑인 여성이었으나 조지 워싱턴의 유모라고 주장하면서 나이가 무려 161세라고 선전했다. 실제 나이는 80살 정도였다. 바넘의 뛰어난 선전술 덕분에 그녀를 보기 위해 엄청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얼마 후 관중이 적어지자 신문에 익명 투고를 한다. 바넘이 대중을 속였다고 하면서 조이스 헤스가 실은 인조인간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내용이 보도되자 다시 관람객이 크게 늘었다. 바넘만이 할 수 있는 술수였다. 


제너럴 톰 섬

난쟁이 톰 섬(Tom Thumb)은 영화에선 20대로 나오지만 실제론 5세였고 키는 64cm였다.  바넘은 이 아이에게 제너널 톰 섬(General Tom Thumb)이란 이름을 붙여주고 공연을 하도록 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유럽 순회공연 때는 영국 빅토리아 여왕 앞에서도 공연하기도 했다. 


박제한 코끼리가 더 인기를 끌게 된 이유

바넘 서커스단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물은 점보 코끼리였다. 이 코끼리가 열차 사고로 죽는 사건이 벌어졌을 때 바넘의 기발한 스토리텔링이 또 한 번 작동된다. 죽은 코끼리를 박제해서 전시하고  새끼 코끼리를 구하려다 사고를 당했다는 스토리를 만들어서 전파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자료 : www.historynet.com>

영화 엔딩 신에 바넘의 말이 등장한다. “최고의 예술은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바넘의 말 중에서 가장 근사한 말이 아닐까 한다. 바넘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라면 사람들을 속이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고 그러한 사실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강조했다. 바넘은 논란을 일으키고 그 논란을 이용할 줄 알았다. 말하자면 노이즈 마케팅을 제대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바넘 이후 영화배우나 인기 연예인의 화젯거리를 만들어서 대중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식이 대유행하게 되었다. 엉터리 보석 도난 사건, 결혼 파경설, 혼외정사 등은 배우 스캔들의 단골 메뉴였다. 결혼, 이혼, 의상, 어떤 주제에 대한 의견, 여행 등의 새로운 메뉴도 개발되었다. 이런 독특한 방식의 언론대행술이 나타나게 된 데는 이런 종류의 기사를 좋아하는 대중의 심성이 배경으로 작용하였던 것이다. 다음은 바넘이 했던 말들이다.


"속는 줄 알면서 속는다"

"사람들은 기만당하길 좋아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속기 위해 태어나는 사람이 있다."

"사람을 지루하게 만드는 건 죄악이다. “


쇼 비즈니스의 창시자, 바넘

이 영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150년 전 인물인 바넘과 바넘의 쇼 비즈니스가 21세기에도 여전히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쇼 비즈니스를 근간하는 사업이 엔터테인먼트인데 현재 “미국을 이끌어가는 산업은 엔터테인먼트(역사학자 닐 게이블러)”라고 한다.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정치는 쇼 비즈니스다 “라고 말한 바 있다. 이제 엔터테인먼트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이런 쇼비즈니스를 창시한 사람이 바로 바넘이다. 


엔터테인먼트는 바넘 시대보다 큰 규모와 강도로 우리의 일상적인 삶의 구도와 풍경 자체를 형성하는 틀로 군림하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엔터테인먼트와 결합하는 추세이다. 예를 들면,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다큐테인먼트(Docutainment),  스포테인먼트((Sportainment), 아트테인먼트(Arttainment), 애드테인먼트(Adtainment),  쇼퍼테인먼트(Shoppertainment), 리테일테인먼트(Retailtainment),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 등이다. 



미국의 광고는 바넘의 능란한 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바넘 방식에 대한 찬반 논란은 있지만 그가 이룬 업적과 영향력에 대해서는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다음은 언론과 학자들의 평가이다. 


“역사 이래로 최고의 쇼맨” – 뉴욕 타임스


“바넘은 현대 민주주의의 기본 속성을 이해했다. 그는 인민(people)이 군중(crowds), 그것도 돈을 지불하는 군중(paying crowds)이라는 걸 간파했다. 군중은 유행을 좋아했고, 그는 그것을 공급했다.” – 더 타임스


“광고의 셰익스피어”  - 윌리엄 라이언 펠프스 교수(William Lyon Phelps, 1865-1943)


“헤밍웨이의 말대로 미국 문학이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시작된다면, 미국의 광고는 바넘의 능란한 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 제임스 트위첼 ‘욕망, 광고, 소비의 문화사'




<자료 : 문학동네 / www.nydailynews.com>


21세기 바넘도날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2016년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그의 낙선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비난을 많이 받았던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을까?


트럼프는 사업할 때나 정치를 할 때 모두 바넘의 쇼 비즈니스 방식을  활용했다. 논란을 일으켜 화제의 중심에 있도록 했고, 성난 특정 유권자들을 결집시키는 방법으로 집권에 성공했다. 특히 백인 인종주의자와 백인 블루칼라층에 공을 들였다.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를 마다하지 않았고 그에 대해서 뻔뻔스러울 만큼 당당하게 대처했다. 바넘이 흥행을 위해서 ‘야바위의 왕자’나 ‘사기꾼’이란 평을 오히려 역이용했던 것과 비슷하다. 


이런 활동 때문에 트럼프는 21세기 바넘이라고 비난을 받았지만 오히려 “나와 비교되는 인물 중 가장 맘에 드는 인물은 바넘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미국은 바넘과 같은 치어리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뉴욕 데일리 뉴스 헤드라인의 'Ha, Suckers'의 sucker는 '잘 속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바넘의 "대중은 속는 것을 좋아한다"라는 말과 연결되는 내용이다. 



이 에피소드는 광고 홍보 전략을 설명할 때 자주 인용하고 있다. 150년 인물인 바넘의 쇼 비즈니스 방식이 21세기에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고 오히려 더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다.  광고 홍보는 전통적인 관심 경제(Attention Economy)이지만 이젠 전 산업이 관심 경제로 이동하고 있다. "현대 세계의 화폐는 당신의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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