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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포 Nov 23. 2021

실리콘 밸리 축하파티에서 막걸리로 건배할 때

문화적 측면에서 본 한류의 완성은?


축하파티에서 막걸리로 건배할 대

문화적 측면에서 본 K 푸드의 완성은?


한류 바람을 타고 한국 문화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덩달아서 K푸드(Korea Food)가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음식에 대한 외국인의 평가를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으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올 1월 해외 주요 16개 도시의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식 관련 온라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가장 좋아하는 한식 메뉴는 한국식 치킨, 김치, 비빔밥 순이었다. 가장 싫어하는 메뉴는 우리술(K-Sool), 김치 순이었다. 좋아하는 한식 메뉴를 보고는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우리술이 비선호 1위라는 것은 다소 의외다. 김치는 최선호 메뉴에서도 2위를 차지하고 있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고 볼 수 있다. 우리술은 최선호 조사에서 22개 메뉴 중 20위이고 비선호 메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우리술에 대한 비선호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동남아시아가 다른 지역보다 높게 나타났다. 한류 영향이 강세인 지역인데도 말이다. 필자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토대로 한국 술의 주격(酒格)을 논하고자 한다.


술, 지역의 역사·문화를 담다

“한 사회의 문화적 특성은 그 사회의 음식문화에 압축되어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마르셀 모스의 말이다. 그 나라의 음식을 알면 그 나라의 문화적 특성을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음식문화 중에서도 주류 문화가 특히 중요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술은 지역의 농산물로 만들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자연환경과 농업의 특징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실제로 프랑스 와인과 독일의 맥주, 영국의 위스키는 그 지역 농산물 생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게다가 술은 음식과 함께 먹고 마신다는 특성 탓에 자연히 음식 문화까지 가늠해볼 수 있다.


나라마다 그 나라를 대표하는 주류가 있다. 단순한 알콜 음료가 아니라 문화상품으로 보호·육성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는 포도를 재배하기 좋은 자연조건을 갖췄고 와인을 생산·발전시켜온 지 2천 년이 훌쩍 지났다. 최상의 품질을 갖춘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와인의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이 강하고 와인 문화를 지키려는 노력도 남다르다.


루이 파스퇴르는 “한 병의 와인에는 세상의 어떤 책보다 더 많은 철학이 있다”라고 했고, 철학자 피에르 상소는 “와인은 지혜를 가르치는 학교”라고 말한 바 있다. 그 사회에서 어떤 술을 어떻게 소비하는지 알게 되면 그 사회의 문화적 특성도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측면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선 관혼상제 등 주요 행사에 사용되기 때문에 술 문화를 둘러싼 우리의 사회상을 흥미롭게 엿볼 수 있다.


프랑스와 이란의 와인 갈등

그 나라를 대표하는 술이 얼마만큼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2016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프랑스를 국빈 방문했다.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수아 올란드였다. 프랑스식 국빈 오찬에는 와인이 올라간다. 이것은 프랑스의 오랜 전통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란은 금주 율법의 이슬람 국가다. 이란은 오찬에 와인을 빼줄 것을 요청했으나 프랑스는 자국의 전통문화라며 이를 거절했다. 결국 오찬은 취소되고 오후에 맹물 만남을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 하나! 오찬에 와인 하나 올라가는 것이 외교적 갈등을 빚을 만큼 중요한 것일까? 우리나라를 공식 방문하는 외국 정상과의 만찬에는 어떤 술이 올라갈까? 우리나라는 프랑스만큼 자부심을 가지면서 이를 지키려고 노력할 수 있을까? 일련의 상황을 살펴보면 프랑스에 있어서 와인은 단순한 알콜 음료가 아니다. 프랑스 전통이 담겨 있는 문화상품이다. 반면 똑같은 선택의 상황에 놓였던 이탈리아는 이란의 요구대로 와인을 빼고 연회를 베풀었다가 “돈 앞에 이탈리아의 역사와 문화를 배신했다”라는 비난을 들어야했다.


유별난 한국의 음주 문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술로는 ‘막걸리’와 ‘소주’가 있다. 우리나라의 음주 문화는 어떠한가? 이와 관련해 술을 테마로 한 회식 문화는 참으로 유별나다. 영문으로도 ‘Hoesik’으로 표기될 정도니 말이다. 지난 2013년 미국 CNN은 ‘한국인이 잘하는 것 10가지’를 발표했는데 그중 회식(business drinking)이 포함돼 있다. 한국인은 일하지 않을 때, 계약이 이뤄져 기뻐서, 계약이 성사되지 않아 안타까운 나머지 술을 마신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하직원에서 소주, 맥주 등을 섞은 폭탄주를 마시게 하는 상사가 많다고 보도했다.


이후 한국의 회식이 유명세를 탔다. 몇해 전 CNN은 ‘한국에서 술 마시기, 회식을 잘 다루는 7가지 방법(Drinking in South korea, 7 tips on the handling a hoesik)’을 소개하기도 했는데 그 첫 번째가 ‘위계질서 파악하기(Know the hierarchy)’다. 이는 한국 사회의 ‘꼰대 문화’와 관련 있다고 볼 수 있다. 영국의 <가디언지>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술로 한국의 소주를 소개하면서 소주와 어울리는 음식과 ‘소맥’ 제조법 등을 상세히 다뤘다.


외신 보도처럼 한국의 음주 문화가 회식 문화나 폭탄주 문화로만 비쳐져서는 곤란하다. 대부분 외국인은 한국에서 회식을 경험한 뒤 상당한 문화충격을 받았다고 얘기한다. 세계적인 지식인 질문 사이트 ‘quora.com’을 보면 많은 외국인이 한국 회사에 근무하고 싶은데 ‘회식이 겁난다’라고 말하는 것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이 같이 너무 한쪽 면만 부각해 잘못 알려진 한국의 회식문화로 인해 한국술, 우리술에 대한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한류의 완성은 ‘우리술(K-Sool)’에 있다

문화국가 치고 그 나라를 대표하는 술을 가지고 있지 않은 나라가 드물다. 통상 여기에 맞는 음주 문화를 가지고 있다.


우리술이 비선호 메뉴 1위에서 벗어나 인기 상품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 술을 단순한 알콜 음료로만 봐서는 안 된다. 술이 가진 잠재적 문화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깨달아야 한다. 문화상품인 만큼 문화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오랫동안 한국 주류산업은 통제와 주세 징수의 대상이었지 육성의 대상으로 간주되지 못했다. 수천 년 이어온 우리 문화가 오롯이 담겨있는 상품으로 개발·육성해야 한다.


작금의 대한민국 경제에서 반도체나 자동차, 가전제품이 차지하는 부분이 매우 크다. 한국 경제에 크게 이바지했지만 문화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삼성 반도체, 현대 자동차, LG 가전제품에 한국문화가 얼마나 담겨있을까? 한국 가전제품과 일본이나 중국 가전제품 간의 문화적 차이는 찾아볼 수 있을까?


하지만 한국의 음식과 한국의 술에는 우리 고유의 문화가 듬뿍 담겨있다. 소주와 삼겹살, 막걸리와 파전은 그 어느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문화다. 한류의 완성은 K-Food, 그중에서도 K-Sool에 있다고 생각한다. 실리콘 밸리의 벤처 사업가가 대박을 터뜨려 축하파티를 할 때, 파전에 막걸리 또는 삼겹살에 소주 파티하는 장면이 연출된다면 비로소 한류가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일전에 브런치에 썼던 단편을 재구성해서 칼럼으로 작성했습니다. 반복되는 내용도 있지만 자주 언급해서 주의를 환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방송통신대학 KNOU 위클리에 게재된 글입니다.

원문 출처는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 : KNOU위클리 -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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