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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포 Jan 21. 2022

한국 Soju가 일본 Shochu를 이긴 이유

미국에서 한국 소주의 위상


<자료 : Getty Image>


소주(燒酎)를 즐겨 마시는 나라로 전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을 꼽을 수 있다. 소주의 '주'를 '술 주(酒)'가 아닌 '진한 술 주(酎)'를  사용하는 것도 똑같다. 조선시대까지 '소주(燒酒)'였으나 일제 점기를 거친 후 '소주(燒酎)'로 바뀌었다. 소주의 발음과 영문 명칭은 다르다. 한국은 Soju, 일본은 Shochu라고 한다.


미국에서 K 푸드와 함께 소주의 인기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 미국 마트에는 한국 Soju와 일본 Shochu가 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일본 소주의 명문 표기를 Soju로 많이 표시한다. 자기 것을 최고로 여기는 일본 제조사가 왜 Shochu가 아닌 Soju로 할까?


그것은 미국의 주류 판매 관련 법과 관계가 있다. 미국 음식점에서  술을 판매하려면 주류 판매 면허가 있어야 하는데  두 종류로 나뉜다.  발효주(beer & wine)는 쉽게 내주지만 증류주(hard liquor)는 주점용이어서 비용이 많이 든다. 대부분의 한국 식당은 발효주 판매 면허만 갖고 있다. 증류주 판매 면허를 받으려면 비용도 많이 들고 규제도 많다. 소주는 주류 분류상 증류주에 속한다.


재미 동포, 특히 캘리포니아 LA 한인들은 주 정부에 끈질긴 청원을 했다.  한국인에게 소주는 반주(飯酒)로 식문화의 일부이다.  식사 때 으례껏 마시는 술로 테이블 와인과 같은 역할을 한다. 소주와 불고기의 관계는 맥주와 소시지와 같다. 그리고 일반 증류주와 달리 알코올 도수가 25% 이하로  저도주이다. 식당에서 beer & wine 판매 면허로도 판매하도록 허용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그 결과 1998년 캘리포니아 주정부로부터 특별 허가를 받아냈다. 바로 소주법(Soju Law)이다. 이어서 한인 커뮤니티가 활발한 다른 주에서도 청원 운동이 벌어져 뉴욕, 버지니아, 워싱턴 주(2019)에서도 허용됐다. 법적 장벽이  제거되자 소주 판매가 대폭 신장될 수 있었다.


음식점에서 맥주 와인 면허로 증류주인 소주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한국인이 미국에서 이룩한 놀라운 성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 어떤 주류도 해내지 못했다. 일본 소주도 하지 못한 것을 한국 소주가 해냈다. 다른 증류주, 예를 들면 보드카 회사 등에서 한국 소주만 특별 허가를 내주는 데 대해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소주 제조 방법이 보드카와 비슷해서 미국에서 Soju를 코리언 보드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문화가 다르다. 소주는  몇백 년 동안 반주로 애음돼왔다.


이러다 보니 미국에서 소주를  판매하려면 Soju로 표기해야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같은 알코올 도수라도 Soju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 소주회사가 미국 판매용에는 Shochu를 버리고 Soju로 표기한 이유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한국 소주(Soju)를 일본 소주(Shochu) 카테고리로 넣을려고 갖은 압력을 행사했던 그들이다. 이젠 반대 상황이 됐다. 주류 판매 사이트에  가보면 Soju 카테고리에 한국 소주뿐만 아니라  일본 소주가 섞여 있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다음은 그중 하나이다. Shochu가 아닌 Soju로 표기돼있다.



<자료 : HAKUTAKE SHIRO SOJU / mmsake.com>


이제 한국 소주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Soju'에 대한 규격과 원산지 명칭 보호에 대한 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산지 명칭 보호는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다. 스카치위스키, 코냑, 샴페인 등은  그 지역에서 생산된 주류에만 그 이름을 사용할 수 있다.  멕시코의 테킬라, 이탈리아의 그라파(Grappa)도 마찬가지다. 그라파는 와인 양조 후에 남은 찌꺼기를 이용해 만든 증류주로 처음엔 매우 저급한 술로 취급당했으나 오랜 진화를 거듭해 독특한 술로 자리매김한 술이다. 그라파는 구태여 보호할 필요가 있는 술인가도 싶은데 이탈리아는 자국의 전통문화가 담겨 있는 술로 보호하고 있다.


드링크 인터내셔널의 통계 자료에 의하면 진로 소주는 전 세계 스피릿(증류주) 중에서 수년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스피릿에는 위스키, 보드카, 럼, 진 등이 포함된다. 소주는 한국의 대표적인 대중주이고 세계에 수출도 많이 되고 있다.  고려 말부터 수백 년 동안 우리와 고락을 같이 해온 전통주이다.   한국인의 문화가 가장 많이 담겨 있다고 본다. 그동안의 주류에 대한 접근은 네거티브 위주였다. 하지만 선진국일수록 그 나라의 문화가 담긴 술을 보호 육성하고 있다.  이제부터 새로운 관점에서 보고 문화상품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료 : 전 세계 스피릿 판매 순위(2019년) /Drink Intern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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