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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포 Feb 08. 2021

우리술이 외국인에게 비선호 1위인 이유는 무엇일까?

"한류의 완성은 우리술(K-Sool)에 있다."


한류의 완성은 K-Food, 그중에서도 K-Sool에 있다.

반도체나 자동차, 가전제품이 우리의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매우 크다. 한국 경제에는 크게 이바지했지만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살펴보면 다르다. 삼성 반도체, 현대 자동차, LG 가전제품에 한국문화가 얼마나 깃들여있을까? 한국 가전 제품과 일본이나 중국 가전제품 간의 문화적 차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한국의 음식, 한국의 술에는 우리 고유 문화가 듬뿍 담겨있다. 소주와 삼겹살, 막걸리와 파전은 그 어느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문화이다. 한류의 완성은 K-Food, 그중에서도 K-Sool에 있다고 생각한다. 실리콘 밸리의 벤처 사업가가 대박을 터트려  축하파티를 할 때, 파전에 막걸리, 또는 삼겹살에 소주 파티하는 장면이 연출되면 한류가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최근에 CJ의 비비고 만두가 Mandu란 이름으로 1조 원 넘게 수출된 것은 엄청난 쾌거라 하지 않을 수 있다. 한국의 고추장도 인기다. 영국 BBC에서 한국의 Gochujang에 대한 특집 기사를 게재하고 아마존에 입점된 Gochujang 품목만 100여 개다. 각종 보고서를 보면 식품에 Korea가 들어있는 품목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대단히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없다.  


우리술이 '외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한식 메뉴 1위'로 꼽힌 이유는 무엇인가?

그럼 K-Food 중에서 K-Sool은 어떤가?  한국 식품이 날로 발전하는데 한국 술에 대한 이미지는 걸음마 단계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월 7일 지난해 8월부터 9월까지 해외 주요 16개 도시의 현지인 대상 한식 관련 온라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가장 좋아하는 한식 메뉴는 한국식 치킨, 김치, 비빔밥 순이다. 그럼 가장 싫어하는 메뉴는? 우리술(K-sool), 김치  순이다.  


좋아하는 한식 메뉴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우리술이 비선호 1위라는 것이 충격적이다. 김치는 최선호 메뉴에서도 2위를 차지하고 있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술은 최선호 조사에서 22개 메뉴 중 20위이고 비선호 메뉴에서 1위이다. 우리술에 대한 비선호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동남아시아가 다른 지역보다 높게 나타났다. 한류 영향이 강세인 지역인데도 말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한국 술의 대표주자 ‘소주’의 품격에 대해서 논하고도 있다. 국내에서만 인기 주류이고 외국에 나가면 맥을 못 춘다는 등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자료 : 농림축산식품부 조사 자료>

우리술은 어떤 술을 말하는 것인가?

일단 설문에서 우리술(K-sool)이란 표현이 애매하다. 우리술에 대한 정의가 정확하지 않다. 우리술을 한국 전통의 술을 말하는지, 한국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술을 말하는지, 한국에서 생산되는 술을 말하는지가 분명치 않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볼 때는 한국 소주를 비롯한 술을 지칭할 가능성은 크다고 본다. 우리술(K-sool)은 한국 전통주협회에서 전통주의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국내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용어를 외국인이 이를 이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간한 자료에 의하면 옛 제조법을 계승한 술을 포괄적으로 전통주라 부른다.  전통주는 크게 탁한 술인 ‘탁주(막걸리)’, 맑은 술인 ‘약주’ 또는 ‘청주’, 알코올 도수가 높은 ‘증류주 (소주류)’, 지역의 과일로 만든 ‘과실주(한국 와인)’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농식품부는 전통주의 가치를 알리기 우리술 종합 정보 사이트인 더술닷컴(thesool.com)과 전통주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주류 시장에서 전통주가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미미하다. 전체 주류시장이 9조 394억 원인데 전통주 시장은 456억 원으로 점유율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맥주와 소주가 전체 주류 시장의 82.7%를 차지하고 있다.


<자료 : 2019 주류산업정보 /aT센터>



<자료 : 농식품부에서 운영 중인 전통주 갤러리 / 자료 :soollife.com>


수입주류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맥주는? 과거엔 아사히맥주가 압도적인 1위였지만 2020년엔 호가든, 칭따오, 하이네켄 맥주이다. 한국 마케팅협회 소비자 평가 결과이다. 그럼 아사히 맥주나 칭따오 맥주는 어느 나라 술인가? 일본 술과 중국 술이다. 맥주도 그 나라에서 생산해서 그 나라 사람들의 애호를 받고 있다면 그 나라 술로 봐야 한다.  한국 맥주도 우리술(K-Sool)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맥주는 전체 주류 시장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시장이다.


문화상품으로서의 술

"한 사회의 문화적 특성은 그 사회의 음식문화에 압축되어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마르셀 모스의 말이다.  그 나라 음식을 알면 그 나라의 문화적 특성을 알 수 있다. 음식 문화 중에 주류 문화가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술은 그 지역의 농산물로 만들기 때문에 그 지역의 자연환경과 농업의 특징을 알 수 있다. 프랑스 와인과 독일의 맥주, 영국의 위스키는 그 지역 농산물 생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리고 술은 안주와 함께 먹고 마시니까 자연히 음식 문화를 알 수 있다.  또 관혼상제 등 주요 행사에 사용되기 때문에 그 나라의 사회상을 엿볼 수 있다.  그  사회에서 어떤 술을 어떻게 소비되는지 알게 되면 그 사회의 문화적 특성이 파악된다.  


나라마다  그 나라를 대표하는 주류가 있다. 단순한 알코올음료가 아니라 문화상품으로 보호 육성하고 있다. 프랑스는 포도 재배하기 좋은 자연조건을 갖추었고 2천 년 이상을 와인을 생산하고 발전시켜왔다. 최상의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와인의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이 강하고 와인 문화를 지키려는 노력도 강하다. 다음 사례를 보자.  


프랑스와 이란의 와인 갈등  

2016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프랑스를 국빈 방문했다.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수아 올란드였다. 프랑스식 국빈 오찬에는 와인이 올라간다. 이것은 프랑스의 오랜 전통이다. 하지만 이란은 금주 율법의  이슬람 국가이다. 이란은 오찬에 와인을 빼줄 것을 요청했으나 프랑스는 프랑스 전통문화라며 거절했다. 결국 오찬은 취소되고 오후에 맹물 만남을 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프랑스는 이란을 비롯한 이슬람권 정상들을 만날 때마다 이런 갈등을 빚어왔다. 


2016년 1월 28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만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오찬  대신 맹물 만남  < 중앙일보 2016.01.29>


오찬에 와인 하나 올라가는 것이 외교적 갈등을 빚을 만큼 중요한 일일까? 우리나라를 공식 방문하는 외국 정상과의 만찬에는 어떤 술이 올라갈까?  프랑스만큼 그렇게 자부심을 갖고 지키려고 노력할 수 있을까? 일련의 상황을 살펴보면 프랑스에 있어서 와인은 단순한 알코올음료가 아니다. 프랑스 전통이 담겨 있는 문화상품이다.


반면에 이탈리아는 이란의 요구대로 와인을 빼고 연회를 베풀었다가 “돈 앞에 이탈리아의 역사와 문화를 배신했다”는 비난을 들었다.  



한국의 주류 문화는 바람직한 것일까?

한국의 회식 문화는 유별나다.  영문으로도 Hoesik으로 표기된다. 외국인이 보는 한국인의 음주 문화는 다음날 잊고 용서하기(forget and forgive)이다. "한국인은 모이면 마시고, 취하면 싸우고, 다음날 다시 만나 웃으며 함께 일한다.” 세계 유수의 언론에서 한국 회식의 유별남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미국 CNN이 2013년 '한국인이 잘하는 것 10가지' 발표했는데 그중 회식(business drinking)이 포함돼 있다. 한국인은 일하지 않을 때, 계약이 성사되어 기뻐서, 계약이 성사되지 않아 술을 마신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하직원에서 소주, 맥주, 위스키를 섞은 폭탄주를 마시게 하는 상사가 많다고 보도했다. 이후 한국의 회식이 유명세를 탔다.  CNN은 Hoesik을  '여러 장소에서 여러 차례로 술을 마시는  공식 행사(official eating /drinking )'로 소개했다.


CNN은 2017년 '한국에서 술 마시기, 회식을 잘 다루는 7가지 방법(Drinking in South korea, 7tips on the handling a hoesik)'을 소개하기도 했다. 영국의 가디언지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술로 한국의 소주를 소개하며 소주와 어울리는 음식과 '소맥' 제조법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자료 : theguardian.com>


CNN이나 가디언지 보도처럼 한국의 음주문화를 회식 문화, 폭탄주 문화로만 소개돼서는 곤란하다.  대부분의 외국인은 한국에서 회식을 경험하고 쇼킹했다고 말한다. quora.com 같은 사이트를 보면,  많은 외국인이 한국 회사에 근무하고 싶은데  '회식이 겁난다'고 말하는 것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이같이 알려진 한국의 회식문화로 인해 한국술, 우리술에 대한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우리 술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그동안 주류산업은 육성 차원이 아닌 억제의 대상이었다. 사건사고의 원흉, 음주 운전의 공범 등으로 될 수 있는 치부돼왔다.  하지만 다른 나라는 다르다.  그 나라 전통문화가 담겨있는 문화상품으로 개발 육성하고 있다. 문화국가 치고 그 나라를 대표하는 술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에 맞는 음주 문화를 가지고 있다.


우리 술이 비선호 메뉴 1위에서 벗어나 인기 상품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  무엇보다 문화상품으로서의 술로 봐야 한다. 술을 단순한 알코올 음료로만 봐서는 안된다. 문화상품인 만큼 문화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수천 년 이어온 우리 문화가 담겨있는 상품으로 개발 육성해야 한다. 오랫동안 한국 주류산업은 통제와 주세 징수의 대상이었지 육성의 대상으로 간주되지 못했다. 소주, 맥주 등 일반 주류의 주무 관청이 국세청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술과 주류 문화가 확실하게 성립되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 우리술이 싫어하는 한식 메뉴 1위로 선정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문화상품  이미지는 단 기간에 확립되기 어렵다. 전통주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생산되는 주류는 모두 포함해서 다양하게 개발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 붐이 일고 있는 수제 맥주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설날 대통령 선물로 안동소주와 지역 특산물이 선정됐다는 소식이다. 문대통령은 이임하는 주한 미 대사에게도 안동소주를 선물했다.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 우리술을 알리는데 정부도 적극 나서야 된다. 다시 강조하지만, "한류의 완성은 우리술(K-Sool)에 있다"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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