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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포 Nov 24. 2021

영업의 ABC란? 영화 '글렌게리 글렌로스'

"항상 계약을 성사시켜라 (Allways be closing)"

글렌게리 글렌로스(Glengarry Glen Ross, 1992)


감독 : 제임스 폴리

출연 : 알 파치노, 잭 레먼, 알 볼드윈, 케빈 스페이시


<'글렌게리 글렌로스' 포스터>

1984년 희곡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마메트(David Mamet)의 희곡을 스크린으로 옮겨 놓은 영화이다.  연극으로도 유명하다. 영화 제목 '글렌게리 글렌로스'는 Glengarry Highlands and Glen Ross Farms 이라는 부동산 중개업 회사 이름에서 연유됐다.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샐러리맨의 모습을 심도 있게 보여주는 영화이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작은 사무실에 4명의 세일즈맨과 지점장, 그리고 본사 감독관이 등장한다. 이 공간에서 다양한 형태의 일들이 벌어진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생존하지 못하기 때문에 너 죽고 날 살자는 식의 온갖 술수가 다 동원된다. 남성들만 등장하고, 화끈한 장면은 없어 보이지만 인내력을 갖고 보면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연기파 배우들이 많이 등장해서 그 깊이를 더해 준다.


본사에서 나온 젊은 감독관은 나이 든 4명의 영업사원에게 오직 계약 성사만이 살길이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당근과 채찍을 제시한다. 실적을 평가하여  “1등은 캐딜락 자동차, 2등은 주방용 나이프 세트, 3등은 해고(You're fired)다”라고 말한다.  1등만이 최고 대우를 받고 절반은 해고다.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나이 들었다고 봐주지 않는다. 대놓고 퍽큐를 남발하면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성과를 내라고 다그친다. 목표 달성을 하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4명의 샐러리맨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행동한다.


이 영화를 통해서 성찰해야 할 것은 아주 많다고 생각한다. 마케팅 관점에서도 교훈을 주는 요소가 많다. 이 부분을 중심으로 말하고자 한다.   


<영화'글렌게리 글렌로스' 장면 캡처>


영업의 기본은 ABC, Always  be closing.

"항상 계약을 성사시킨다." "항상 판매를 마무리짓는다."로 번역할 수 있다.  본사에서 파견된 감독관 블레이크가  직원에게 강조한 말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왜냐하면 인생에 가치 있는 것은 딱 한 가지이기 때문. 그들이 계약에 서명하도록 하는 것이야 (Because only one thing counts in this life. Get them to sign on the line which is dotted.)”  


"Allways be closing"은 오랫동안 영업의 기본으로 통했다. 실적 위주의 영업을 이야기할 때 이 장면이 자주 인용되고 있다. 세일즈맨에게 있어서 계약의 체결(closing)이 절대적 가치라는 것이다.  실적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ABC를 명심하라.  항상 계약을 성사시켜라. 살아남으려면 실적을 내라. 그렇지 않으면 해고다."라고 다구 친다.


다니엘 핑크의 <파는 것이 인간이다>에서는  새로운 ABC 주장한다. 현대인들은 누구나 무언가를 팔고 있고 40% 이상의 시간을 다른 사람을 움직이는데 쓰고 있다. 그렇게 하려면 새로운 ABC가 필요하다. 바로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3가지 조건’인데 바로 새로운 ABC,  Attunement(동조), Buoyancy(회복력), Clarity(명확성)이다. 고객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팔아재끼는 과거의 ABC는 이제 바꿔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니엘 핑크의 새로운 ABC를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새로운 ABC

동조(Attunement):  관점 바꾸기가 핵심이다. 이를 통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라.

회복력(Buoyancy) : 적절한 긍정성 비율 유지하기. (긍정과 부정의 비율을 3:1로 권유)

명확성(Clarity) : 문제 해결자보다는 문제 발견자가 돼라.


<영화'글렌게리 글렌로스' 장면 캡처>


목표 고객명단(글렌게리 명단)이 중요하다

회사에서 많은 비용을 들여 글렌게리 명단을 작성하여 실적이 좋은 사람에게는 부상으로 준다.  특급 고객 명단이다. 모두 글렌게리 명단을 확보하기 위해서 경쟁한다. 부동산을 구입할 재력이 없는 사람에게 아무리 사정해도 판매할 수 없다. 구매력 있는 고객 명단 확보만이 살 길이다.  개인 역량의 차이는 별로 없다. 결국 글렌게리 명단을 훔치려는 모의가 꾸며진다.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목표 고객이 설정이다. 고객을 세분하고 고객 프로필을 만들고 고객 페르소나 작성이 중요한 마케팅 활동이다. 고객이 누구인지, 어떤 라이프스타일과 니즈를 갖고  있는지 모르는 채 열심히 뛰어봤자 헛수고이다.  자신이  공략할 고객 명단이 있다면 승부는 결정 난 거나 다름없다. 이 영화를 통해서 배워야 할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디지털 환경에서는 목표 고객을 파악하기가 아주 용이하다. 조금만 노력하면 글렌게리 명단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프로필, 고객 페르소나 작성을 등한시하는 기업이 너무 많다. 타깃도 정하지 않고 총을 쏘면 과녁에 맞힐 수 있을까?



<영화 '글렌게리 글렌로스'  장면>

 


콜드 콜(Cold Call) 영업

전혀 거래가 없던 새 고객에게 연락을 취하는 것을 콜드 콜이라고 한다. 영화에서 주로 사용하는 영업방법이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전화를 하기 때문에 거절당하기 일쑤이다. 관심을 끌기 위해 온갖 수단이 동원된다.  자신을 부동산 회사 부사장이라 속이기도 하고 추첨을 통해서 당첨됐다.  딱 하나 남았다.  투자 정보를 알려주겠다며 꼬드긴다.  콜드 콜이라고 해서 모두 술수는 쓰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에선 이렇게 영업을 한다.


특히 셸리는 입원 중인 딸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도 실적을 내야 했다. 공중전화 박스에 들어가 밤늦도록 전화를 돌리면서 영업을 한다. 좋은 부동산인데 당신에게만 특별히 제안한다고 말하고,  비를 맞으며 집을 방문해서 어찌해보려고 했지만 퇴짜를 맞는다. 번번이 실패한다. 최후 수단으로 지점장에게 명단을 주면 수입의  일부를 주겠다고 제안도 해보지만 성공 못한다.


반면에 톱 세일즈맨 로마(알 파치노)는 소프트 스킬(Soft skill) 영업을 한다. 판매보다는 삶에 대한 이야기로, 심리적 약점을 파악하여 비유적인 이야기로 고객을 설득한다. 고객과 인생 이야기 등을 하면서 신뢰를 쌓으면서 서서히 설득하는 작업을 한다. 이렇게 계약에 성공했지만 다음날 고객이 회사를 방문하자 로마는 계약 해지를 할까 봐 온갖 연극을 한다.


콜드 콜 영업은 현대에선 텔레마케팅이란 그럴듯한 이름으로 성행 중이다.  여기에 데이터를 활용해서 조금 진보하긴 했다. 부동산, 보험, 휴대폰 구입 권유를 안 받아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직도 성과가 있기 때문에 채택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방법이다.  


현대차가 왜 여기서 나와?

본사 감독관이 영업의 ABC에 대해 이야기하자 직원 한 명이 "당신 이름이 뭐요?"라고 묻는다. 그러자 그 감독관은 '퍽큐(Fuck you)'를 날린다. 그러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현대차를 몰고 왔지만 나는 8만 달러 BMW를 타고 왔기 때문이다('Cause you drove a Hyundai to get here tonight. I drove an $80,000 BMW)"

값싼 차를 몰고 왔으면 이름도 못 물어본단 말인가? 아무리 본사에서 나왔어도 자기소개부터 해야지 다짜고짜 얼차려  교육부터 시키고 나이가 한창 많은 영업사원에게 말 싸다구를 사정없이 내뱉는다. 싸구려 차나 모는 주제에 어디 BMW 차주에게 이름을 물어보다니... 퍽큐가 이런 용도로도 쓰이는구나.


두 번의 퍽큐(Fuck you)

이 영화에서 의미 있는 퍽큐(Fuck you)가 두 번 등장한다. 한 번은 위에서 언급한 그 퍽큐이고 또 한 번은 영화 마지막 부분에 등장한다. 셸리는 딸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했지만 안되자 명단을 훔치는 범죄를 저질렀고 그것을 지점장이 눈치를 챘다. 궁지에 몰린 셸리가 지점장에게 통사정을 하고 마지막엔  사정조로 '내 딸이(My daughter)'라고 말하자 그는 단칼에 퍽큐를 날린다. 이 한마디의 욕설이 어떤 보다 맥락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두 번의 퍽큐를 잘 이해해도 이 영화를 음미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Always be closing. 이 말은 내게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이것저것 시작해놓고 결론도 없이 끝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며칠 후 그 일을 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얼마나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인가? 일을 시작했으면 마무리를 해라. 이것저것 벌여 놓지만 말고. 퍽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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