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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포 Dec 12. 2021

'지식의 저주'와 커뮤니케이션의 원리

강의력 향상을 위한 3가지 포인트

여태까지 강의를 제법 해왔다. 햇수로는 15년 정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강의를 하려면 긴장된다. 좀 더 재미있는 강의를 하고 싶어서 교수법에 대한 강의를 몇 개 신청해서 들었다. 한기대 교육원에 좋은 과정이 많다. 수강한 과목은 다음과 같다.


'영화로 배우는 강사의 코칭 스킬'

'타고난 이야기꾼에게 배우는 감성 수업'

'참여를 이끌어내는 러닝 퍼실리테이션'

'교육 운영 커뮤니케이션 스킬 향상'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소통 전략'

 


명강의를 하려면 명강사에게 수시로 배워야 한다. 디지털 전환교육 강사 양성과정에도 교수법에 대한 과정이 있었다.  '창조적 교수 설계법'이란 과정인데 좋은 내용이 많았다.  이를 종합해 강의력 향상을 위해 3가지 포인트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째, 지식의 저주


최고의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강단에서는 최악의 교수로 뽑힌 이유는 무엇일까?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고 스위스 베른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했을 때, 기대와 달리 열역학 법칙의 기본조차 설명하지 못했다고 한다. 명성에 비해 형편없는 강의로 학기말에 3명의 수강생만 남았고, 다음 학기엔 수강신청자가 1명에 불과해 강의가 폐지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와튼스쿨> 애덤 그랜트 교수는 최고의 전문가와 최악의 강사의 미스매치의 이유를 '지식의 저주(curse of knowledge)'로 설명했다. 지식의 저주는 상대가 나와 같은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인지적 오류를 말한다. 내가 잘 아는 만큼 상대가 모를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조차 못 하는 것이다.


그랜트 교수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어서 선생님을 선택할 때 세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첫째,  배운 지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가?  가장 최근에 배운 사람에게 배워야 가장 잘 배운다.

둘째,  배우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우리는 우리와 비슷한 지능과 학습능력을 가진 사람에게 배워야 한다.

셋째, 커뮤니케이션을 얼마나 잘하는가? 방에서 연구하는 것과 학생들을 상대로 지식을 설명하는 건 엄연히 다르다.



<자료 : http://www.ttimes.co.kr/view.html?no=2018082716467754999>


옳은 말을 하는데 왜 학생들이 집중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니 그렇다. 대학에서 창업 특강자를 초빙할 때  같은 대학을 최근 졸업한 선배일수록 학생들의 호응이 좋다. 자신과 비슷한 조건에서 가장 최근에 겪은 일이라서 더욱 생생하게 받아들인다. 중견 기업의 나이 많은 CEO에게는 거리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았다.  그랜드 교수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첫 번째 물리학 수업을 아인슈타인에게 들으라 한다면 거절할 것이다. 차리리 그 과정을 이해하는데 몇 년을 투자한 아인슈타인의 제자에게 수업을 듣겠다."


또래학습이 효과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능력과 학습능력을 가진 동료들과 서로 의견을 나누는 것을 통해서 학습효과를 올릴 수 있다.  강의 후에 학생들에게 강의 코멘트를 사이트에 올리고 그 코멘트에 댓글 달고 토론하도록 한 적이 있는데 효과가 매우 좋았다. 학생들은 교수자의 강의 내용 못지않게 다른 학생들의 소감을 통해서 더 많이 느끼고 배우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식의 저주는 강의뿐만 아니라 대화 도중에도 종종 겪게 된다.  으례껏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설명했는데 엉뚱한 대답이 나왔을 때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질 때가 많다. 그러면 이것으로 인해 설왕설래하게 된다.  가족 간의 대화할 때도 많이 일어난다. 잘 이해하지 못하면 설명이 잘못됐다고 생각해야 되는데 그렇지 않았다. 상대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나의 관점에서만 의견 전달에 치중하지 않았는지 반성해 본다.



'지식의 저주'에 대한 실험


엘리자베스 뉴턴이 1990년 스탠퍼드 대학에서 실험을 했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을 두 무리로 나누어 한쪽에는 사람들이 잘 아는 노래 제목을 알려주고 리듬에 맞추어 손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는 일을 맡겼고, 다른 한쪽에는 노래 제목은 모른 채 두드리는 소리만 듣고 노래 제목을 맞추도록 했다.


실험을 하기 전에 두드리는 역할을 맡은 사람들에게 상대방이 정답을 맞힐 확률이 얼마나 되겠냐고 물어보았더니 50퍼센트 정도를 상대방이 맞출 것 같다고 예측했다. 그런데 실험을 한 실제 결과는 과연 얼마나 되었을까? 겨우 2.5퍼센트만 노래 제목을 맞추었을 뿐이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자료 : seripro.org / https://www.youtube.com/watch?v=e6C1sp_c7qU>


둘째, 수강생 페르소나


스타트업 마케팅을 강의할 때 가장 강조하는 것이 목표 고객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고객 페르소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고객의 프로필, 니즈를 모르고 어떻게 마케팅을 할 수 있느냐고 말하곤 했다.


강의도 마찬가지다. 수강생에 대한 페르소나 작성이 필요하다. 어떤 니즈를 가지고 있는지? Unmet Needs는 무엇인지? 이러한 사항을 알고 콘텐츠를 제작하고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콘텐츠 제작을 가장 중시했다. 이러니  지식의 저주에 빠지기 쉽지 않겠는가?


사업계획서는 기술설명서가 아니다. 생산자의 관점에서 설명하지 말고 고객의 입장에서 어떤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고 어떤 혜택이 있는지 이야기하라. 그리고 자신의 사업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라. 이런 말을 많이 했다. 그런데 강의 설계할 때도 이런 방식으로 했을까?   


린 스타트업은 수시로 고객의 피드백을 반영하여 사업을 고도화한다. 강의도 마찬가지다. 수시로 수강생의 참여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태풍에 쓰러진 소나무 / 구례 지리산 자락에서 촬영>

셋째,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나무가 쓰러지면 소리가 날까?


피터 드러커가 말한 '커뮤니케이션의 4가지 원리'를 생각해 보자.


1) 커뮤니케이션은 지각이다.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나무가 쓰러지면 소리가 날까?"  대답은  "나지 않는다"이다. 지각되어야 소리가 된다.  커뮤니케이션의 제1 원칙은 '내가 무슨 말을 했는가’가 아니라  ‘상대가 무슨 말을 들었느냐’가 중요하다.  "목수와 대화할 때는 목수의 말을 사용하라." 소크라테스의 말이다.


2) 커뮤니케이션은 기대다

기대되지 않는 것은 받아들여지지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수신하는 쪽이 기대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커뮤니케이션할 수 없다.


3) 커뮤니케이션은 요구다

커뮤니케이션은 수신자 측에 무언가는 요구한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은 받는 쪽의 가치관, 욕구, 목적에 합치될 때 강력해지지만, 반대의 경우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저항하게 된다.


4) 커뮤니케이션은 정보가 아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지각의 대상이지만 정보는 논리의 대상이다. 정보는 사실일 뿐 그 자체에 의미는 없다.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


종합해 보며 이렇다. 그동안  스스로 생각하길 "콘텐츠는 그런대로 훌륭한데 딜리버리 스킬이 약하다"라고 생각해왔다. 친한 동료 교수에서 이런 말을 자주 했다. 나는 10을 알면 3을 활용하는데, 당신은 3을 알면 10으로 활용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이 말을 수정해야겠다.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고 하면서 정작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요소를 망각하고 있었다.


수강자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만 잔뜩 만들어서 전달하려고 하지 않았는지?  수강자가 뭘 필요로 하고 어떤 입장인지 생각하기보단, 난 이렇게 박식하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하진 않았는지?  말로만 소통과 교류를 강조하고 실제론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생각해 보자.


커뮤니케이션은 지각이고 기대이고 요구이다.  정보가 아니다. 수강자의 지각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지식의 저주에 빠지지 않으려면 수강자의 페르소나를 작성해 보자.





다음은 창조적 수업설계 과정의 일부이다. 도움이 될 사항이 많아서 인용한다.


<출처 : 창조적 교수 설계법(한기대 이규영 교수)>



<출처 : 창조적 교수 설계법(한기대 이규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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