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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포 Dec 22. 2021

노자는 그런 수유칠덕(水有七德)을 말하지 않았다

노자 도덕경에 등장하는 물의 지혜


<자료 : 水有七善,人有七智,做人如水(好文) - 每日头条 (kknews.cc)>



언제부터인지 노자의 '수유칠덕'에 관한 글을 자주 접하게 된다. 노자가 말하는 '물의 일곱 가지 덕'이라면서 삶의 지혜로 많이 소개되고 있다. 대체로 이런 내용이다.



1. 낮은 곳을 찾아 흐르는 겸손(謙遜)

2. 막히면 돌아갈 줄 아는 지혜(智慧)

3. 구정물도 받아주는 포용(包容)

4. 어떤 그릇에나 담기는 융통(融通)

5. 바위도 뚫는 끈기와 인내(忍耐)

6. 장엄한 폭포처럼 투신하는 용기(勇氣)

7. 유유히 흘러 바다를 이루는 대의(大義)


다음은 네이버에서 검색한 '수유칠덕'에 관한 글들이다.

<네이버 수유칠덕 자료 검색>



모두 삶의 지혜가 담겨있는 훌륭한 내용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수유칠덕'을 인용해서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노자 도덕경에는 이런 내용이 없다.  노자 도덕경 81장을 모두 살펴봐도 '수유칠덕'이란 말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7가지 덕목도 전체적으로 좋은 말이긴 하지만 노자 사상과 맞지 않은 내용이 들어있다.


도덕경에서 말하는 물의 지혜

노자는 갓난아이(嬰兒), 여성(雌), 물(水), 곡(谷, 박撲)의 특징인  나이 어림, 유약(柔弱), 음성(陰性), 허공, 원시를 강조한다. 아래쪽을 향하고 부르러 운 것을 귀하게 여기며, 양보다 음을 추구하며, 무(無)를 숭상하고 원시상태를 좋아한다.  물(水)에 관한 내용은 8장과  78장이 유명하다.


최고의 경지는 물과 같다.(8장)

세상에는 물보다 부드럽고 약한 것은 없지만 견고하고 강력한 것을 공격하는 데는 그것보다 나은 것이 없다. (78장)


이 중에서 8장의 '상선약수(上善若水)'가 많이 알려져있다. 그 전문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가장 훌륭한 덕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만 하지만 다투지는 않고, 주로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처한다.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

물과 같은 이런 덕을 가진 사람은 살아가면서 낮은 땅에 처하기를 잘하고, 마음 씀씀이는 깊고도 깊으며, 베풀어 줄 때는 천도처럼 하기를 잘하고, 말 씀씀이는 신실함이 넘친다. 정치를 한다면 질서 있게 잘하고, 일을 할 대는 때를 능력에 잘 맞추며, 거동을 할 때는 때를 잘 살핀다. 오로지 다투지 않으므로 허물이 없구나.


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居善地, 心善淵, 與善仁, 言善信, 正善治, 事善能, 動善時,夫唯不爭, 故無尤.

< 최진석, 노자의 목소리로 읽는 도덕경>


상선약수는 덕의 최고 경지는 물과 같다고 뜻이다. 도는 부드럽고 약한 것을 중시하고 낮은 쪽과 아래쪽을 중시하는데, 그것은 마치 물이 만물을 이롭게 하고 만물과 다투지 않으면서 대단히 편안하고 고요한 것과 같다. 물이 도의 경지에 가깝다는 것이고 이러한 경지에 도달하면 7가지 장점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7가지 장점 다음과 같다.


거선지(居善地) : 물처럼 낮은 곳에 머문다.

심선연(心善淵) : 마음가짐은 물처럼 깊고 고요하다.

여선인( 與善仁) : 어울리는 사람은 물처럼 선한 사람이다.

언선신( 言善信) : 말하는 것은 물처럼 진실하다.

정선치(正善治) : 정사는 물처럼 질서가 있다.

사선능(事善能) : 일처리는 물처럼 능숙하다.

동선시(動善時) : 행동은 물처럼 시의적절하다.

<리링, 노자>


도덕경이 말하는 용기(勇氣), 혜(智慧), 인의(仁義)란?

거선지(居善地) 등의 일곱 가지를  수유칠덕이라 하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자주 거론되는 '노자의 수유칠덕'에는 겸손, 지혜, 포용, 융통, 인내, 용기, 대의, 이런 덕목이 나열됐다. 노자의 사상을 포괄적으로 적용해서 작성했다고 해도 문제가 많다고 본다. 특히 용기, 지혜, 대의에 대한 관점이 노자 사상과 거리가 있다. 오히려 싫어했다. '장엄한 폭포처럼 투신하는 용기'라고 했는데, 도덕경에는 폭포라는 말이 등장하지도 않고 맥락이 맞지도 않는다. 도덕경은 "감히 하지 않음이야말로 가장 큰 용기"라고 가르친다(73장).


노자는 인의(仁義)나 지혜(智慧)에 대해서 다르게 말했다. 도덕경의 다음과 같은 구절을 보자. "대도(大道)가 망가져서 인의(仁義)가 제창하게 되고, 지혜(智慧)가 출현하여 큰 거짓이 있게 된다(18장)."  대도가 버려지자 비로서 인의가 강조되기 시작했고 지혜가 나타나자 거대한 허위가 나타났다는  뜻이다. 인의와 지혜에 대한 시각이 독특하다.  이러할진대 '막히면 돌아갈 줄 아는 지혜(智慧)'를 도덕경의 지혜라고 할 수 있을까?  


도덕경의 전개 방식은 독특하다. 논거는 없고 이치만 말하고 있으며, 인물이 없고 이야기가 없다. 그리고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누구 들으라고 하는지 알 수 없다. 공자 처럼 제자들과 대화를 나눴다는 기록이 없다. 정(正)과 반(反), 음(陰)과 양(陽)이 각각 서로 바뀌는 등 대비가 강렬한 변증법을 즐겨 말한다. 해석이 쉽지 않은 표현이 많다. 그러다 보니 같은 내용임에도 관점에 따라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수유칠덕의 덕목은 노자 사상과 배치되는 내용이 너무 많다.   


수유칠덕의 출처는 어디일까?

중국의 바이두를 통해서 검색해보니 물에서 지혜를 찾는 글이 많았고 수유칠덕(水有七德), 수유칠선(水有七善), 수지칠덕(水之七德)이란 글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수유칠덕의 내용이  대부분 도덕경 8장의 일곱 가지 장점에 관한 것들이었다. 또 중국 여러 문헌을 종합해서 물의 일곱 가지 덕(수유칠덕)을 작성한 글도 있었다. 한국에서 자주 인용되고 있는 수유칠덕과 비슷한 내용을 찾았는데 그것은  그냥 '물의 일곱가지 덕(수지칠덕)'이었지 노자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수유칠덕의 출처가 이 글인지 확인하긴 어렵다. 하지만 비슷한 내용이 수록돼 있어서 첨부한다.


<자료 : https://wenku.baidu.com>


물과 관련해서 지혜를 주는 말은 많다

노자는 '상선약수(上善若水)'를 말했고 공자는 ‘인자요산(仁者樂山) 지자요수(知者樂水)’를 말했다.  순자는 “임금은 배고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뒤집을 수도 있다(水能载舟、亦能履舟)”고 했고,  주희는 "물이 불어나면 큰 배도 자연히 뜬다(水到船浮 수도선부)"라고 했다. 중국에는 이와 같은 말을 종합해서 물의 지혜나 덕성을 표현하려는 시도가 많다. 수지칠덕도 이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를 노자가 말하는 것으로 잘못 소개돼서 이 글을 작성한다.


차제에 상선약수(上善若水)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사전을 보면 선(善)의 의미는 1) 착할 선, 2) 좋을 선, 훌륭할 선, 이렇게 두 영역으로 나뉜다. 상선약수는 2번의 의미로 사용됐다.  이를테면 최선(最善)’의 의미는  ‘가장 착함’이 아니라 ‘가장 좋고 훌륭함’이다. 따라서 ‘상선(上善)’을 ‘지고의 선’으로 번역해서는 안 된다. ‘가장 좋은 것은 물과도 같은 덕성을 지니는 것’이라는 뜻이다. (김용옥의 <노자가 옳았다> 참조)


노자 도덕경을 하루에 1장씩 읽고 내용과 소감을 블로깅을 했다.  읽은 후 노자 도덕경의 지혜 10선으로 브런치에 글을 게재했다.  다음과 같은 글이다.


https://brunch.co.kr/@oohaahpoint/39






'노자의 수유칠덕'에 관한 글을 읽고 "이런 좋은 내용을 왜 발견하지 못했을까"하면서 도덕경을 다시 꼼꼼하게 들여다 봤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전술한 바와 같이 도덕경 8장에 7가지 좋은 점이 나오고 이 내용을 중심으로  수유칠덕을 설명한 글이 많습니다. 중국에선 대부분 이런 내용였습니다.


하지만 자주 인용되고 있는  '수유칠덕'덕목은 출처를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노자는 그런 덕목의 '수유칠덕'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물이 가진 7가지 덕'을 노자와 연결했다고 생각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오랫동안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요? 의문을 품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글을 쓰게된 이유입니다.  혹시 오류가 있다면 코멘트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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