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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포 Jan 29. 2022

핀란드의 행복한 혼술 문화, 칼사리캔니

행복지수 1위 국가의 나만의 행복 찾기

<자료 : Kalsarikännit - thisisFINLAND>

세계 행복지수 1위 국가 핀란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어디일까? 핀란드다. 핀란드는 유엔이 발행한 <세계 행복 보고서> 149개 국가 중 행복지수 1위다.   2018년부터 3년째 부동의 1위다.  한국은 OECD 37개 국가 중에서 최하위권인 37위, 일본도 우리와 비슷한 35위이다.  한국의 세계 순위는 62위다.



<자료 : 한국경제 2021.05.19 >


칼사리캔니 (Kalsarikänni)

세계에서 삶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나라, 세계에서 가장 자유스러운 나라, 세계에서 교육제도가 가장 우수한 나라, 모두 핀란드가 1위다. 그럼 핀란드 사람들은 어디서 행복감을 찾을까?  핀란드만의 독특한 혼술 문화, 칼사리캔니 (Kalsarikänni)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핀란드어 칼사리캔니(Kalsarikänni),  칼사리(Kalsari)는 속옷, 캔니(kanni)는 취한 상태를 뜻하는 단어의 합성어이다. 영어로 번역하면 팬츠 드렁크(pants drunk)다. 칼라니캔니는 어디도 나가지 않고 오직 집에서 속옷 차람으로 술을 마시는 행위를 의미한다. 칼사리캔니의 핵심은 ‘의미 있는 무의미함’이다.


핀란드인이 마음을 다스리는 법

대체적으로 북유럽 국가들이 행복지수가 높은 편이고 나라별로 독특한 문화가 있다. 라곰(Lagom)은 스웨덴과 노르웨이에서 사용되는 철학이자 행동 철학이다. 라곰은 ‘딱 알맞은’, ‘적당한’,  ‘완벽하게 균형 잡힌’이라는 의미다. 모든 것이 적당한 상태, 즉 너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균형 잡힌 상태를 말한다. 민주적이고 친환경적이며, 또 많은 면에서 북유럽식 사고의 정수가 담긴 개념이다.


덴마크는 ‘휘게(Hygge)’의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덴마크인은 아늑한 분위기와 삶의 여유, 현재의 순간을 느긋하게 즐긴다. 눈 내리는 창밖을 내다보며 방 안에서 어룽대는 촛불 아래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을 마시는 일, 그게 바로 휘게다. 라곰이 삶을 향한 태도이자 마음가짐이라면, 휘게는 실제 환경을 바꾸고 조성해야 얻을 수 있다. 휘게는 인테리어 잡지와 라이프스타일 블로그에서 흔히 보이는 번지르르한 이미지로 비치기도 한다. 이 점이 휘게의 맹점이다.


칼사리캔니의 휴식 효과는 단순한 요소에서 나온다. 편한 옷차림, 적당량의 술, 그리고 가벼운 소일거리, 그리고 필요한 게 하나 더 있다. 칼사리캔니를 제대로 즐기려면 마음을 열고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겨야 한다. 사실 칼사리캔니는 정신, 감정적인 면에서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집중하는 명상법인 ‘마음 챙김(mindfulness)’과 닮은 구석이 있다. 마음 챙김 수련자들은 현재의 순간을 알아차리고 집중하고 관찰함으로써 지금의 상태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경지에 이른다.


칼사리캔니를 제대로 즐기려면

칼사리캔니는 무엇보다 혼자만의 시간이며, 가장 자연스러운 장소는 아무도 없는 빈방이다. 가족이나 친척, 친구가 바로 옆에서 함께한다면 서로 대화를 피하는 것이 좋다. 잡담이 섞이면 더 이상 순수한 형태의 팬츠드렁크라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칼사리캔니는 근본적으로 명상 활동이다. 핀란드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주장소는 자기 집이나 마당(57%), 다른 사람 집이나 마당(10%), 오두막집이나 마당(10%)이고 음식점이나 술집은 17%밖에 되지 않는다.


칼사리캔니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준비물은 적당한 한경, 적당한 양의 술과 편한 옷, 디지털 기기 하나, 그리고 적당한 먹을거리다. 술은 늘리고 옷은 줄이는 등 질적, 양적인 개인차는 허용된다. 칼사리캔니의 기본 음료는 맥주 또는 와인이다.


국가 이미지를 상징하는 '칼사리캔니'

2015년 12월, 핀란드 외교부의 민간 외교 부서는 세계 최초로 국가 이모티콘을 출시했다. 처음 보여 주는 30가지 기본 요소를 담아냈고, ‘ThisisFinland(TIF)’ 웹사이트를 통해 출시했다. 그 이후 새로운 이모티콘 26개를 공식적으로 추가 발표했다. 국가를 상징하는 이모티콘에 칼사리캔니가 포함돼있다.  위에 있는 칼사리캔니 이모티콘은 공식 사이트(https://finland.fi/emoji)에서 다운로드했다.


혹시 정부가 음주를 권하는 것으로 비치지는 않을지 염려했지만 ‘핀란드스러움’을 담은 이모티콘으로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칼사리캔니는 핀란드의 전형적인 (음주) 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어서 우리 모두 그 문화를 이야기하고 싶었죠.” 담장자의 이야기다.


영화 속의 칼사리캔니

2001년 샤론 매콰이어 감독 <브리짓 존스의 일기> 도입부에서 르네 젤위거가 연기한 브리짓 존스가 잠옷 차림으로 레드 와인을 마시면서 큰 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는 장면이 바로 칼사리캔니다. 브리짓 존스는 온몸을 던져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드럼 치는 흉내까지 낸다.


자기 연민과 내적 혼란 역시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처럼 긍정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지인과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아 소외감을 느끼고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자마자 두 사람은 편한 차림으로 칼사리캔니를 즐기며 오랜만에 숙면을 취한다.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지' 장면>


핀란드는 독특한 것이 많다. 영화<카모메 식당>도 핀란드가 배경이다. 등장인물 중 한 명은 핀란드의 '에어 기타 대회'를 보고 이곳을 여행하기로 했다. 에어 기타는 진짜 기타 없이 시늉만 내는 연주이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여주인공이 드럼 치는 동작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유엔 <세계 행복 보고서>는 1인당 국내총생산, 사회적 지원, 건강 기대수명, 자유 등을 주요 분석 지표로 활용했다. 반면에 '어제 잘 쉬었니?', '어제 많이 웃었니?'와 같은 일상적인 경험을 설문조사를 한 갤럽 조사에서 자신의 일상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가장 많이 느낀 나라는 남미 파라과이였다. 갤럽 조사에서는 핀라드가 10위권 안에 들지 못했다.


행복지수 1위 국가를 흔히 부탄이라고 하지만 이젠 아니다. 유럽의 신경제재단(NEF)이 2010년 국가별 행복지수를 조사했는데 그때 1위를 해서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계속 하락해 2016년 조사에선 56위로 떨어졌다.  


유엔조사와 갤럽조사가 다르게 나타나다 보니까 핀란드인이 실제 느끼는 행복감이 그 정도는 아니다는 주장도 있다. 이와 관련한 핀란드 대사 인터뷰 자료(2020.06 한겨레)이다. 핀란드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같아 인용한다.


"핀란드인에게서 행복보다 훨씬 중요한 개념이 평온이다. 급한 마음 없는 편안하고 예상 가능한 삶이 핀란드인에게 중요하다. 그리고 핀란드인은 신나고 기쁠 때 그런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그러니까 핀란드 사람은 행복보다는 평온, 만족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차분한 것을 좋아하고 감정 표현을 삼가한다고 볼 수 있다. 떠들썩하게 술 마시는 것보다 혼자 잠옷 차람으로 술 마시는 것, 칼사리캔니에서 더 큰 만족감을 얻는다.


나도 코로나 이전부터 혼술을 즐기고 있다. 글을 쓸 때 맥주나 와인 한잔 하면 훨씬 생각이 잘 떠오르는 것같다. 한편으론 혼술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때도 있는데  앞으로는 마음 편하게 칼사리캔니를 계속 즐겨야겠다.  



참고자료 ;  팬츠드렁크, 리스카 란타넨 지음, 다산북스

                그 외 관련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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