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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포 Feb 13. 2022

라멘 영화를 통해 알아본 이키가이 정신

한국의 라면과 일본의 라멘은 어떻게 다른가?

한국의 라면과 일본의 라멘



<자료 : 한중일 3국의 '라면' / 우리 음식의 언어>


중국에서 라몐(拉麵)이 들어와 일본 라멘(ラーメン)이 됐고 한국에 들어와 라면이 됐다. 중국의 라몐은 밀가루 반죽을 손으로 늘여서 만든 면으로 수타면의 일종이다. 일본에 들어온 이후 라멘은 종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국물 맛, 면을 뽑아내는 방식, 고명 재료에 따라 각양각색의 라멘이 탄생했다.  '요리로서의 라멘'으로 발전을 거듭해서 이제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이 됐다.  


반면에 한국에선 라면 하면 인스턴트 라면을 떠올린다. 주로 분식집의 메뉴이다.  인스턴트 라면은 1958년 닛신식품의 설립자 안도 모모후쿠가  면을 기름에 튀겨 보존 기간을 늘린 ‘치킨라멘’이 세계 최초이다.  이 인스턴트 라면을 한국에서 받아 들어 삼양라면, 농심 라면이 됐다.  한국에서 간편식, 패스트푸드로 발전했고 일본에선 요리의 하나로 발전했다.  


라면의 발전 상황을 보면 참 흥미롭다. 일본은 외국 것을 받아 들어 개선해 더 멋진 상품으로 만드는 것을 잘하다. 한국은 그런 자잘한 것으로 고민하지 않는다.  대신 빨리빨리 만들길 잘한다. 한국은 인스턴트 라면 분야에서  세계적인 강국이다.


한국의 분식집 메뉴와 달리 일본의 라멘은 미슐랭 별점을 받을 만큼 일품요리로 대접받는다.  미술랭 가이드에서 '일본 방문 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7가지를 꼽았는데 그중 세 번째가 라멘이다. 테이스트아틀라스(TasteAtlas)에서 선정한 일본 음식 톱 10에서 라멘은 초밥에 이어 2위이다. 일본 국내뿐만 아니라 뉴욕 등지에서도 일본 라멘은 인기 메뉴이다. '라멘 덕후'를 보면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라멘 만들기에 깃든 이키가이 정신, 영화 '담뽀뽀'와 '라멘 덕후'


<자료 : '라멘 덕후' 영상 캡처>


켄 모기는 <이키가이>에서 '코다와리'(こだわり , 拘り)라는 개념을 들어 일본에 명품 요리를 하는 소규모 음식점들이 많은 이유를 설명한다.  코다와리는 어느 한 개인이 평생토록 유지하는 삶의 태도이자 이키가이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심혈을 기울이고 거기서 보람을 찾는다. 코다와리를 가진 식당 주인은 자기 자신이 만든 음식이 최고 수준으로 대우받을 수 있도록 엄청나게 노력한다.  적당히 맛있는 정도로는 절대로 만족하지 않는다. 그 사례로 영화 '담뽀뽀'를 들고 있다.


영화 <담뽀뽀>는 라면 만들기에 투영된 <코다와리>정신을 잘 보여준다. 라멘의 국물, 면발, 고명을 만드는 과정뿐만 아니라 라멘을 대한 태도, 먹는 방법까지 진지하고 거창하게 다루고 있다. 라멘 만들기 과정이 수련과정과 비슷하게 그려져 있다. 손님이 국물과 면발에 감탄해야 하고 국물 한 방울까지 깨끗이 비워야 만족한다. 라멘 덕후라면 강추하는 영화이다. 80년대 만들어졌지만 스토리 전개가 지금 봐도 나무랄 데가 없다. 


<담뽀뽀>가 라멘 만들기 과정을 소재로 만든 영화라면, <라멘 덕후>는 일본 제일의 라멘 장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코다와리 정신을 가진 라멘집 주인이 일품 라면 요리를 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담뽀뽀를 보면서 별것 아닌 라면 만들기에 유난을 떤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라면 덕후>를 보면서 영화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실제도 그렇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음식을 소재로 한 명작 영화에 일본 게 많다.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이 담겨 있고 음식을 통해 사람들 간의 관계를 보여주고 전개되는 이야기에 공감하게 만든다. 이 또한 작은 것으로 시작하고 작은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이키가이 정신의 발로인 듯하다. 음식 관련 유명한 영화로 담뽀뽀, 라멘 덕후, 카모메 식당, 심야 식당, 스시 장인: 지로의 꿈, 남극의 셰프 등을 들 수 있다. 




담뽀뽀(タンポポ: Tampopo, Dandelion, 1986)

감독 : 이타미 주조

출연 : 야마자키 츠토무, 미야모토 노부코, 야쿠쇼 코지



<자료 : '담뽀뽀' 영상 캡처>


라면을 소재로 한 최고의 영화로 불린다. 2015년 서울국제음식영화제에서도 상영됐다. 담뽀뽀는 민들레라는 뜻을 가진 라멘집 사장 이름이다. 


평범한 라멘집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이 멘토를 만나서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고 열심히 노력하여  맛집으로 성장하기까지 과정을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이런 서사구조는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중심 테마가 '라멘 만들기'여서  디테일에 강한 일본 특유의 정서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막간극 타입의 에피소드로 음식과 성, 부자와 빈자의 식사 등이 몰입감을 더해준다. 이런 에피소드로 인해 단조로운 진행이 아니라 다채롭게 전개된다. 


일본의 라멘은 우리나라의 라면과는 다르다. 식당마다 면발과 국물이 독특하다. 인스턴트 라면은 따로 분류한다. 식당에서 직접 고유의 라멘을 만들기 때문에 각양각색의 라면이 등장한다. 당연히 명품 요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참고로 라멘과 우동의 차이는? 라멘은 밀기루 반죽에 간수로 간을 하고 우동은 소금을 사용한다. 딱 그 차이다. 우동의 종류가 많듯이 라면도 다양하다.  




라멘덕후(Ramen Heads, 2017)

감독 : 시게노 코키

다큐멘터리 93분


<라멘 덕후 영화 포스터>


일본 가이드에서 3년 연속으로 상을 받으며 일본 제일이라는 수식을 가진 라멘 장인 ‘토미타 오사무'를 비롯한 일본의 라멘 장인들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토미타는 "라멘 가격이 800엔이니까 재미있다"라며 "라멘 덕후를 사로잡으려면 만드는 사람도 그 이상의 라멘 덕후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영화 포스터에 보여지듯이 토미타의 라면은 츠케면으로 면과 국물이 따로 나온다. 간략한 소감이다.  


첫째, 라멘 하나에 인생을 건 사람들의 이야기다. 라멘 장인들이 추구하는 목표는 자신만의 일품 라멘 만들기다. 라면 가게는 개성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고  예술가와 같은 마음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음식점이란 생각이 안 든다고 한다. 이것이 일본 문화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라멘 만들기에 투영된 이키가이라고 말할만하다.


둘째, 일본 제일의 라멘집 규모가 10 석이다. 품질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한다. 그런데 규모를 키우지 않는다. 일본의 유명 라면집의 규모는 상상외로 적어서 대부분 10 좌석 정도로 적은 규모로 운영한다. 2대에 걸쳐 60년 된 라면집도 있는데 역시 규모는 작았다. 


츠케면으로 유명한 도미타 식당도 자리가 10개다. 식당 좌석은 10개지만 이보다 큰 규모의 조리장이 바로 옆에 있다. 이곳에서 국물과 면발, 고명을 만든다. 미슐랭 별점 3개를 받은 일본의 스시집 '오노'도 좌석은 10개다. 그리고 이런 맛집은 대체적으로 분점을 내지 않는다. 


셋째, 손님의 열광적인 자세이다. 주인이 코다와리 정신으로 만든 라멘을 손님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그리고 구도자처럼 사발과 대치하고 말없이 라멘을 먹는다. 이 식당의 맛을 보기 위해 다른 지방에서도 온다. 새벽 4시에 출발해서 온 손님도 있다. 하루 전에 번호표를 뽑아서 오는 사람도 있다. 좋은 고객이 있어야 명품 요리가 만들어진다.


<자료 : '라멘 덕후' 영상 캡처>




오래전에 삿포로의 아주 유명한 라멘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아주 작은 규모로  좌석도 10개 정도였다. 우리나라로 치면 분식집 규모였다. 라멘집 사장은 운영한 지 40여 년 됐다고 한다. 벽에는 유명 야구 감독하고 같이 찍은 사진이 걸려있었다.


그때 맛본 라면이 미소 라면인 듯하다. 같이 간 일본 친구들은 아주 맛있다며 먹었는데 나는 좀 느끼한 맛이었다. 인스턴트 맛에 길들여 있어서 일본 장인의 솜씨를 제대로 감상할 줄 몰랐다. 그땐 그랬다.


이키가이에 관한 내용은 이전 글을 참고하길 바람.

https://brunch.co.kr/@oohaahpoint/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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