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모기의 저서 <이키가이>를 읽고 인터넷에서 <이키가이 다이어그램>을 접했다. 켄 모기의 책에는 다이어그램에 대한 언급이 없다. 출처가 궁금했다. 다이어그램 4개의 요소는 자기 계발 프로그램에서 많이 소개되는 내용과 비슷하다. Sweet Spot 다이어그램 3요소에 '돈이 되는 것'을 추가했다. 이키가이는 내적 성찰이 필요한 삶의 방식을 강조하는데 어떻게 이런 성공전략 수립을 위한 도구로 소개되는 것일까?
이키가이(生き甲斐)란 무엇일까?
이키가이는 ‘삶(いき, 生き)’의 ‘보람(がい, 甲斐)’이라는 의미이다. 켄 모기에 의하면, 이키가이는 일본인들의 삶에 깊이 녹아들어 있는 삶의 철학으로, 거창한 인생의 목표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루하루 작은 일들에서 보람을 찾고 행복한 생을 열어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개념을 말한다.
켄 모기는 <이키가이> 책에서 5가지 요소를 강조했다. 책을 다 완성하고 이 아이디어를 정리했다고 했다. 그가 강조한 다섯 가지는 작게 시작하기, 작은 것에서 즐거움을 찾기, 화합과 지속가능성, 자아 내려놓기, 현재에 충실하기이다. 이런 요소들이 벤 다이어그램의 4가지 요소와 어떤 관련성이 있을까? 이것들과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 돈이 되는 것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자료 : 켄 모기의 '이키가이'>
이키가이는 작은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을 중시한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따스한 햇살 바라보기, 하루를 시작하기에 앞서 커피 한 잔 마시기, 신선한 과일 챙겨 먹기처럼 지극히 사소한 일상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찾을 수 있다. 장수마을 오키나와의 이키가이는 바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 균형 잡힌 식사, 깨어있는 정신이라 할 수 있다. "당신의 이키나이는 무엇인가?"에 100세 어부는 "가족을 위해 주 3회 고기잡이를 한다"라고 대답한다. 이키가이는 이런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키가이 10가지 규칙
<이키가이>에 관한 또다른 책, 헥토르 가르시아의 <나이 들어가는 내가 좋습니다 - 평균 나이 115세 인생 초고수들의 이키가이 라이프스타일, 원제는 Ikigai: The Japanese Secret to a Long and Happy Life(2017)>에서는 이키가이 다이어그램이 1 페이지에 걸쳐 나오긴 하지만 4가지 요소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는다. 이 책의 주내용은 이키가이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기 위한 태도, 먹고 마시는 것, 운동하기 등에 관한 것들이다. 결론으로 '인생은 살아가는 것의 예술'이라며 '이키가이 10가지 규칙'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1. 늘 활동하고 은퇴하지 않는다.
2. 여유를 갖는다.
3. 배부를 때까지 먹지 않는다.
4. 주변을 좋은 친구들로 채운다.
5. 몸 관리를 한다.
6. 미소를 짓는다.
7. 자연과 교감한다.
8.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한다.
9. 현재를 산다.
10. 나만의 이키가이를 따른다.
Marc Winn, 이키가이 벤 다이어그램의 최초 작성자
이키가이 벤 다이어그램을 최초로 만든 사람은 Marc Winn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2014년 Dan Buettner의 TED 강연(How to Live 100+)에서 이키가이에 관한 내용을 듣고 Zuzunga의 '목표 벤 다이어그램( Venn Diagram of Purpose)'과 이키가이 컨셉을 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었다. 그는 다이어그램의 중앙에 있는 Purpose를 Ikigai로, 단 하나의 단어만 바꿨다. 그리고 자신의 블로그에 "당신의 이키가이는 무엇인가?(What's your ikigai?)"라는 글을 게재했다. 새로 만든 다이어그램도 함께 제시했다.
<이키가이>의 저자인 켄 모기는 2020년 <진짜 이키가이 다이어그램 The true ikigai diagram >이란 유튜브 동영상을 게시했다. 그는 이키가이의 5가지 기둥에 대해서 설명하고 여기에 맞는 벤 다이어그램을 작성했다. 4가지 요소가 모두 합쳐진 중앙에 이키가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4 요소 모두가 이키가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강조한 이키가이의 5 가지 기둥과 관련지어 이키가이 다이어그램을 새롭게 작성했다.
큰 즐거움과 작은 즐거움, 개인적인 즐거움과 공적인 즐거움, 모두 이키가이라는 것이다. 전통의 이키가이에 적합한 다이어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이키가이는 재정적인 성공을 추구하는 것 이상을 의미하고 일상에서 작은 즐거움이 모여서 삶 전체가 더 충만해진다는 개념으로 자아실현에 더 가깝다. 하지만 자기 계발 다이어그램이 너무 퍼져서 이것으로 대체될지는 의문이다. 다음 그림과 같다.
켄 모기가 말한 이키가이와 Marc Winn의 이키가이 다이어그램은 확실히 다르다. 내가 생각해봐도 Marc의 벤 다이어그램은 기업가정신이나 자기 계발 성공전략에 맞는 것이지 내적 성찰과는 거리가 있다. 특히 돈이 되는 것, 이 요소는 이키가이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러 곳에서 이키가이 벤 다이어그램이 전통의 이키가이와는 맞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키가이 다이어그램은 세계적으로 인기다. 이키가이 다이어그램으로 자기 계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회사가 많다.
positivepsychology.com에서는 일본의 이키가이와 서구화된 이키가이에 대한 건설적인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고 이키가이 벤 다이어그램에 의한 자기 계발 과정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반면에 ikigaitribe.com은 기존의 벤 다이어그램은 잘못된 것이다고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자사의 과정이야 말로 일본인의 지혜가 담긴 전통의 이키가이라고 주장한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 사항이다.
이번 이키가이 다이어그램을 통해 배운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키가이 다이어그램은 어쩌다 만들어졌다. Marc Winn은 오키나와 장수노인에 관한 Dan Buettner의 TED 강연을 듣고 이키가이 컨셉과 목적 벤 다이어그램을 합쳐서 만들었다. 그가 한 것은 Purpose를 Ikigai로 바꿨을 뿐이다. 한 시간도 안 걸려 만들었지만 가히 신의 한 수였다. 그는 <이키가이>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둘째, 근원을 따지기보다 활용하기 나름이다.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속도로 파급되고 새로운 도구로 활용됐다. 변종 바이러스가 증식하듯 퍼져서 <이키가이 다이어그램>이 더 유명해졌다. 처음 만든 Marc Winn 조차 깜짝 놀랐다. 이 도구에서 영감을 받고 삶의 방향을 바꿨다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났다. 본래의 이키가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줬다.
셋째, 사람들은 '있어빌리티'한 자기 계발 도구에 관심을 보인다. 그냥 자기 계발 도구가 아니다. Ikigai다. '삶의 존재 이유'라는 충실한 목표를 제시했다. 뿌리가 있다. 일본의 전통적인 지혜가 담긴 삶의 방식이다. 일본의 장인을 사례로 들 수 있다. 신상품으로 안성맞춤이다. 이런 이유들로 많은 HR 관리자와 라이프 코치들이 새로운 도구로 받아들이고 활용했다. '이키가이'를 키워드로 한 자기 계발 커리큘럼을 개발하여 운영하는 곳이 많다.
넷째, 세상은 연결돼 있고 상자 밖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 Dan Buettner는 세계 장수촌 마을을 조사하는 블루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2009년 TED 강연을 했다. 여기서 오키나와 장수노인을 인터뷰하면서 이키가이를 말했다. Marc Winn은 2014년 이 강연을 듣고 새로운 조합을 만들었다. 이키가이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몰랐기 때문에 이러한 조합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Ikigai>에 대한 개념을 설명한 켄 모기의 영문판은 한참 후인 2017년에 출판됐다.
<이키가이에 관한 책들 / positivepsychology.com/ikigai-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