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포 Jan 28. 2022

상황극의 주인공처럼

배역을 맡은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기

<자료 : MBC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주기자가 간다' 코너로 인기를 끈 주현영,  요즘 핫하다.  인턴기자 코너는 사회 초년생의 애환을 코믹하게 그려서 공감을 많이 얻고 있다. 그녀의 활약상도 흥미롭지만 라디오스타에 한 이야기에 더 많이 끌린다. 여러 가지 알바를 많이 했는데 힘들 때마다 상황극을 떠올렸고, 드라마의 배역을 생각하고 그 역할 연기를 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상속자들>의 박신혜와 같은 역할처럼.


"그래, 오늘도 열심히 하자."

"나는 할 수 있어"

이런 대사를 치면서....

라디오스타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주현영이 오디션에서 했던 역할도 상황 설정이 아주 구체적이었다. 어떤 일을 하던지 역할극 상황으로 대하는 태도가 좋게 느껴졌다.


'역할 연기'를 거론하니까 코미디언 김형곤 씨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내가 주류 회사에 다닐 때의 일이다. '회장님 시리즈'로 유명한 인기 코미디언 김형곤 씨의 별명이 '공포의 삼겹살'이었는데 그는 이 별명을 이용해서 삼겹살 체인점 사업을 했다. 꽤 성공적이었다.  체인점 식당에 우리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만났다. 그때 김형곤 씨가 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식당에서 서브하는 배역을 맡았다고 생각하고 행동해라."


김형곤 씨가 식당 근무자들 교육할 때 자주 강조하는 말이라고 했다. 2~3시간만, 배역을 맡았으니 최고의 역할 연기를 해봐라.  그렇게 하면 자신도 힘들지 않게 되고 최고의 서비스가 저절로 나오게 된다.  


자신의 주 무기인 '연기'와 관련해서 이야기하니까 효과가 있었다. 20여 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주현영의 상황극 연기가 바로 이런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상황극은 아니지만 상황을 다르게 설정하는 것도 효과가 있다.  주류 회사에 다닐 때 전 직원이 식당에서 판촉행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후 6시면 한 식당에 배치되어 손님에게 신제품을 소개하고 권하는 행사였다. 나는 신사동 '한우방'이라는 식당에서 3개월 정도 판촉 행사를 했다. 그야말로 력전이었고 저녁이 없는 삶의 연속이었다.


처음엔 많이 어색했다. 그동안 주로 기획 업무를 많이 하다 보니 현장 업무에 익숙하지 못했다. 당시 직급이 부장이었지만 현장에선 나이 많은 아저씨일 뿐이었다. 새삼 매일 이런 일을 하는 영업 사원의 현장 활동이 대견하게 보였다. 그러다 이 상황을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난 지금 시장 조사 나온 것이다.


어떻게 접근하면 잘 먹힐지, 현장 조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맘이 훨씬 편해지고 행동도 자연스러워졌다. 함께 온 사람들이 어떤 관계이고 어떤 상황일까? 상황별로 여러 가지 방식으로 권유도 해보고, 이를 분석해서 다른 사람에게 적용도 해봤다. 이렇게 하니까 관찰력도 늘고 나름 흥미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 많이 힘들기도 했지만 그런 경험이 나를 단련시키는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함께 생활하면서 조사하는 방법이 새로운 혁신의 도구로 사용되기도 다. P&G는  2001년 이후  포커스 그룹 방식 대신 살아보기(Living It)와 일해보기(Working It)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P&G의 모든 관리자의 70%는 이런 프로그램에 한 번은 참석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했던 일은  '일해보기' 프로그램의 일종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 기간이 너무 길어서 문제였지만.


이 즈음 행사장에서 있었던 일을 소재로 쓴 글이 "아버님은 좀 참으세요"이다.  '스타 도네이션'이란 프로그램에 가수 비가 나왔었는데 엄청났었다. 


https://brunch.co.kr/@oohaahpoint/10

 

상황을 바꿔서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보는 것. 어려움에 처했을 때 자신을 격려하고 자신을 갖도록 하는 데 아주 유용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의 수용소>라는 책을 보면,  빅터 프랭클은 아우슈비츠의 극한 상황 속에서도 이러한 경험을 소재로 강제수용소에서의 심리상태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고 상상함으로써 순간의 고통을 이기는 데 성공했고 그것을 마치 과거에 이미 일어난 일처럼 관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삶의 목적을 찾아낸다면, 그 사람은 어떤 모욕적인 상황에서도 계속 성숙해나갈 수 있다"


빅터 프랭클의 말이다.  빅터 프랭클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았고 이후 의사이자 심리학자로서 활발할 활동을 하였으며 로고테라피(logotherapy, 의미 요법) 이론을 정립했다. <죽음의 수용소>는 인생을 사는데 지침과 지혜를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원제는 '삶의 의미를 찾아서, Man's Search for Meaning'이다.








작가의 이전글 다산은 왜 여유당(與猶堂)이란 당호를 지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