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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포 Apr 13. 2022

상선약수 매트릭스 전략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처하고 다투지 않은 곳을 찾아라

상선약수(上善若水) 매트릭스 전략




가장 훌륭한 덕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만 하지만

다투지는 않고,

주로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처한다.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


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 도덕경 8장



도덕경에 의하면, 물은 세 가지 훌륭함이 있다.

첫째, 만물을 이롭게 하고

둘째, 다투지 않고

셋째,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처한다.


여기서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상선(上善)은 ‘가장 착함’이 아니고 ‘가장 훌륭함’을 나타낸다.

선(善)의 사전적 의미는

1) 착할 선,

2) 좋을 선, 훌륭할 선,

이렇게 두 가지로 나뉜다. 상선약수는 2번의 의미로 사용됐다. 최선(最善), Best와 같은 뜻으로 사용됐다. “가장 좋은 것은 물과도 같은 덕성을 지니는 것”이라는 뜻이다. 가장 착한 것이 물과 같다는 뜻이 아니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위치하고 다투지 않고 만물을 이롭게 한다.

이러한 3가지 훌륭한 점은 사업 전략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특히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있는 것과 다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스타트업에게 이 두 가지 조건은 필수이다. 남들이 싫어하는 곳은 다툼도 심하지 않다. 스타트업은 이런 곳을 선정해서 힘을 키워야 한다.  


이 3가지를 ‘How Might We~?’ 질문으로 바꿔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디자인씽킹에서 자주 사용하는 질문법이다.

어떻게 하면 남들이 싫어하는 곳, 가지 않은 곳에 위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경쟁하지 않고 사업을 운영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혜택(benefit)을 제공할 수 있을까?


상선약수 매트릭스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처하고 다투지 않는 곳을 찾아라.

2X2 매트릭스로 그려볼 수 있다. 상선약수 매트릭스이다.




먼저 사람들이 좋아하는 곳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분야이다.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기존 시장의 상태이다. 반면에 사람들이 가기 싫어하는 곳은 관심을 덜 받는다.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경쟁도 약하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이다.  아직은 없는 시장처럼 보이지만 잠재력이 큰 시장일 수 있다.


사람들이 싫어하지만 할 수밖에 없는 것, 고객의 불편한 점을 찾아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것이 사업의 출발점이다. 이것을 고객의 문제점, 고통점(Pain Pont), 숨겨져 있는 니즈(Unmet Needs)라고도 한다. 숨어 있기 때문에 찾기가 어렵다. 하지만 해결책을 제시해주면 선도자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요소가 경쟁력에 관한 것이었다면 세 번째 장점인 "만물을 이롭게 한다"는 지속가능성과 관련 있다. 비즈니스 모델에서 중요한 두 가지 요소는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이다. 경쟁력을 지니고 있어도 지속가능성이 없으면 오랫동안 존속하기 어렵다. 지금은 마켓 3.0의 시대다. '보다 나은 세상 만들기' 위한 미션과 가치경영이 중시되고 있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ESG 경영과 직결된다.


상선약수 매트릭스 전략은 현대 비즈니스 전략에 적용해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성공한 많은 사례를 상선약수 매트릭스로 설명할 수 있다. 특히 스타트업에 적용하면 탁월하다. 월마트, 백세주, 장윤정의 사례로 설명하고자 한다.



월마트의 전략, 인구 8천 명 이하 소도시에서 시작하다

첫째, 남들이 가지 않은 인구 8천 명 이하의 소도시에 개점했다.

둘째, 소도시에 있었기 때문에 다른 할인매장과 경쟁하지 않았다.

셋째, 고객에서 최저가로 품질 좋은 제품을 제공했다.


월마트의 1호점은 1962년 아칸소주 인구 8000명의 소도시에 설립됐다. 당시 미국에는 K 마트와 같은 대형 할인매장이 7~8개 있었고 이들은 대부분 대도시에서 위치하고 있었다. 월마트는 소도시에 있었기 때문에 대형 회사의 견제를 받지 않고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1급 브랜드를 저렴한 가격(every day low price)으로 공급하기 위해 공급망과 물류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아칸소주에서 5년간 기반을 다진 후에 다른 주로 확대했다. 처음엔 별것 아닌 것으로 봤던 K 마트가 대응하려고 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케이마트는 1899년에 설립돼 1970~1990년까지 미국 소매점 업계 부동의 1위였다. 90년대 중반부터 내리막길을 걷다 2002년 파산해 다른 회사에 인수됐다. 현재 케이마트는 미국 전역에 20여 곳만 남아있다.



<월마트 1호점, 아칸소주(1962년)/ en.wikipedia.org>


약주 시장을 개척한 백세주 전략

첫째, 서울이 아닌 경기도 일원에서 시작했다.

둘째, 외곽지역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메이저 기업과 경쟁하지 않았다.

셋째, 약주 시장이란 신시장을 개척했다.


우리나라 약주 시장을 개척한 국순당의 백세주가 처음 영업을 시작한 곳은 서울이 아니라 경기도 일원이었다. 이 중에서도 보양식을 주로 하는 식당을 집중했다. 주류 대기업에선 별 이상한 회사가 나타났는데 그러다 말겠지 하고 바라봤다. 메뉴판을 적극 활용한 것도 백세주가 처음이었다. 지금은 모든 주류기업이 메뉴판을 활용한다.


백세주의 인기가 시나브로 올라가고 약주 붐이 일었다. 이제 서울에서도 인기 주류가 됐다. 관망하던 주류 대기업이 대응에 나섰다. 진로는 '천국', 두산주류는 '군주'라는 약주를 출시했다. 그러나 약주 시장은 이미 백세주가 대표 브랜드가 된 상태였다. 대기업의 참여로 약주 시장이 커졌고 그 혜택은 백세주가 가져갔다. 백세주는 지금껏 판매되고 있으나 천국이나 군주는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만약 백세주가 처음부터 서울 시장을 공략했으면 상대사의 집중 견제를 이겨낼 수 있었을까? 역시 상선약수 전략이 통했다고 생각한다.



<자료 : 전통약주 삼파전 / 동아일보 2001-12-18 >


장윤정의 트로트 진출 전략

첫째, '트로트계의 젊은 여가수'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둘째, 당시 트로트 분야는 젊은 여가수의 활동이 미약해 경쟁이 약했다.

셋째, 트로트를 젊은 층도 좋아하는 장르가 되도록 했다.


장윤정은 1999년 강변가요제 대상 수상 경력에 가창력과 깨끗한 용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오랫동안 가수 지망생으로 있었다. 가수 활동보다는 서프라이즈 등에서 재연배우로 활동하고 있었다. 귀여운 이미지는 있지만 아이돌 가수에 비해서 특별함이 없는 편이었고 주류 분야인 댄스곡, 발라드, 힙합과 같은 분야는 진입장벽이 높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윤정은 젊은 여성 가수들이 하기 싫어하는 곳,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곳을 선택했는데 바로 트로트 분야이다. 당시 트로트는 아저씨들이 좋아하는 노래로 인식돼있었고 10대, 20대가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었다. 활동하는 가수도 대부분 남자 중장년이었고 젊은 여가수가 드물었다.  "젊은 트로트 여가수"로 방향을 선회하기로 했는데 장윤정은 처음엔 무척 상심했다고 한다. 사흘간 울었다는 후문도 있다. 노땅들이 노는 무대에 서기가 싫었던 것이다.


장윤정이 트로트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장윤정은 2004년 '어머나'의 히트 이후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트로트 가수가 되었고 때마침 트로프 붐까지 일어서 많은 가수들이 트로트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다. 큰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자료 : KBS 2 '연예가 중계 / 20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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