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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포 May 18. 2022

덜 익은 그린 토마토의 힘

"제가 아침마다 눈을 뜨는 게 누구 덕분이게요?"

<영화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포스터>




프라이드 그린 포마토(Fried Green Tomatoes At The Whistle Stop Cafe, 1992)

감독 : 존 애브넷

출연 : 캐시 베이츠, 매리 스튜어트 마스터슨, 메리 루이스 파커, 제시카 탠디


패니 플래그(Fannie Flagg)의 소설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Fried Green Tomatoes at the Whistle Stop Cafe, 1987)'를 각색하여 만든 작품. 이 소설은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목록에 36주간 올랐었다.


에블린(Evelyn)은 남편과 함께 입원 중인 숙모를 만나기 위해 요양병원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입원 중인 80대 여인 니니(Ninny)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는 현재 에블린의 일상과 니니의 젊은 시절 이야기가 액자식으로 전개된다. 


영화는 사회의 편견과 억압에 맞서는 여성들의 따뜻한 연대와 그 힘을 보여준다.  에블린은 자신감을 잃고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 중년 여성이다.  젊다고 하기엔 늙었고 늙었다고 하기엔 젊은 나이라고 자조적으로 말하면서 주위 상황에 휘둘리며 지내는 자신을 책망한다. 그런데 니니의 이야기를 듣고 삶의 태도를 바꾸어 나간다.  


50년 전의 이야기가 오늘을 사는 사람에서 힘과 용기, 연대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 <줄리 앤 줄리아>는 40여 년 전에 쓴 요리책과 음식 이야기를 통해서 연결되는데 여기서는 니니의 이야기를 통해서 영향을 준다.  음식은 여기서도 메시지를 전해주는 주요 테마이다. 시그니처 메뉴가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이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고 삶의 이야기를 엮어준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여운이 길게 남았다.  이 영화를 보고 나름대로 느낀 점 세 가지를 간추린다. 



<영화 '프라이드 그린 포마토' 포스터>


첫째, 왜 잘 익은 토마토가 아닌 덜 익은 그린 토마토일까?

소설과 영화 제목에 '그린 토마토'가 들어있다. 토마토 하면 응당 잘 익은 토마토가 나올 텐데 왜 덜 익은 풋 토마토, 그린 토마토일까? 그린 토마토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고 있다. 


익기 전에 따는 토마토를 말하기도 하지만 성장기가 끝날 때까지 익지 않은 토마토를 말하기도 한다. 늦여름과 초가을 기온이 뚝 떨어지면 더 이상 익지 않은 토마토가 되기도 한다.


그린 토마토는 익은 토마토보다 더 단단하고 밀도가 높기 때문에 익은 토마토로는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요리할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옥수수 가루에 빵가루를 입혀 얇게 썰어서 팬에 튀기는 것이다. 익은 토마토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린 토마토는 질감이 단단하여 튀기는 것 외에도 수프, 처트니, 살사, 양념, 피클, 파이에도 사용된다.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미국 남부 지역의  요리이다.  잘 익은 토마토보다 더 단단하고 밀도가 높은 특성을 지니고 있어서 이러한 성질을 살린 요리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이다.


소설과 영화에서 그린 토마토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영화 포스터의 비주얼을 통해서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덜 익었지만 나름대로 개성을 가지고 있는 그린 토마토, 그 개성을 활용하면 명품 요리가 나오는 듯이  우리의 삶도 그러한 것이 아닐까?    



<영화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캡처>


둘째, "제가 아침마다 눈을 뜨는 게 누구 덕분이게요?"


에블린이 니니에게 자기 집에서 같이 살자면서 하는 말이다. 에블린은 하루하루를 수동적으로 살아가고 있었는데 50년 전 휘슬 카페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삶의 태도를 바꾸게 된다.  비로소 아침마다 눈을 뜨고 할 일을 찾게 되었다. 


처음엔 수다쟁이 할머니의 그저 그런 이야기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을수록 빠져들게 만든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잇지의 독립적이고 주도적인 삶의 이야기를 듣고 에블린은 달라진다.  남편에게 휘둘리기만 했었는데 이제 자신이 존재감을 부각하기도 한다. 그리고 니니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여 같이 살자고 한다.


"당신이 아침에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기에 대해서 <이키가이>가 적절한 설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켄 모기의 책 <이키가이>에 의하면, 이키가이는 살아가는 보람, 살아가는 이유를 뜻하며 더 오래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사람은 거창한 인생의 목표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루하루 작은 일들에서 보람을 찾고 행복한 생활을 열어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개념이다.


하버드 대학의 장기간 연구 결과에서도 <행복의 조건>은 아침에 일어나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침에 이불 킥하고 일어나는 이유"를 갖는 것은 인생에서 아주 중요하다. 모두 마음속에 이키가이가 숨어 있다. 그렇지만 이키가이를 발견하려면 인내심을 갖고 찾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는 이유를 갖고 있는 것일까?


https://brunch.co.kr/@oohaahpoint/70


<영화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캡처>


셋째. "누가 이 귀엽고 소중한 아이를 짐이라고 생각할까?"


니니는 늘그막에 아이를 출산했는데 장애아였다. 의사는 안 보는 것이 좋겠다고 하고 시설에 보낼 것을 권유했으나 니니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짐이 아니라 '신이 준 축복'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순수한 아이는 없을 거야"라고 말한다. 정성을 다해 보살폈지만 30살에 사망했다. 니니는 천국에서 만날 것을 기대한다고 말한다.


이 장면을 보고 생각을 많이 했다. 나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큰 딸이 지적 장애를 갖고 있다.  감정 조절을 잘못해서 사회생활 하는데 애로사항이 많은 편이다. 그렇지만 순수한 면이 있다. 딸아이에게 별명을 지어줬는데 '동심'이다. 아직 아이의 마음을 갖고 있어서다. 영화의 대사처럼 '순수한' 면이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몇 년 전부터 바리스타가 적성에 맞다면서 그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있다. S 커피숍을 비롯한 몇몇 카페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한 직장에서 오래 적응하기에 도전하고 있다. 아직도 외출할 때 데려가면 엄청 좋아한다. 오늘은 마트에 데려갔다. 차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딸애가 이런 말을 했다. 


"아빠, 친구들에게 내가 장애인이라는 거 이야기했어?"

"응, 했는데, 왜?"

"아빠가 날 창피하게 생각해서 말 안 할 줄 알고..."


나보다 솔직하고 용감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이 반성했다. 




소설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에는  '십시의 레시피'라는 제목으로 영화에 등장하는 요리법을 소개한다. 대표적인 메뉴가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이다. 이를 소개한다.  이어서 한국 조리사가 추천하는 요리법을 소개한다. 


<영화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캡처>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Fried Green Tomatoes)

중간 크기의 풋 토마토 1개(1인분), 흰 옥수수 가루, 베이컨 기름, 소금과 후추


토마토를 0.5cm 두께로 잘라 소금과 후추로 간한 다음 양면에 옥수수 가루를 묻힌다.

큼직한 팬에 베이컨 기름을 두르고 가열한다.

토마토를 넣고 양면이 노릇노릇 해질 때까지 튀긴다.

<패니 프래그 저,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 십시(Sipsey)의 레시피> 


우유 그레이비스 소스를 끼얹은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Fried Green Tomatoes with Milk Gravy)

베이컨 기름 3 테이블스푼, 계란, 1cm로 두께도 자른 풋 토마토 4개, 마른 빵가루, 밀가루, 우유, 소금, 후추


두툼한 프라이팬에 베이컨 기름을 넣고 달군다.

토마토를 풀어놓은 계란에 적신 다음 빵가루를 입힌다.

그것을 팬에 넣고 양면이 황금빛 나는 갈색이 될 때까지 튀긴다.

토마토를 꺼내 접시에 담는다.

팬에 남아 있는 기름에 밀가루 1 테이블스푼을 넣고 잘 뒤섞는다.

거기에 따뜻한 우유 1컵을 붓고 계속 저으면서 걸쭉해질 때까지 끓인다.

식성에 맞게 소금과 후추를 넣는다.

토마토 위에 소스를 붓고 뜨거울 때 식탁에 올린다.

<패니 프래그 저,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 십시(Sipsey)의 레시피>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토마토 4개를 기준으로 달걀 4개(풀어준다), 밀가루 100g, 빵가루 120g을 준비한다. 


토마토를 0.5~0.7㎝ 두께로 썰어 소금과 후추로 밑간 한 뒤 밀가루와 달걀물, 빵가루를 차례로 묻힌다. 

기름을 자작하게 둘러 중불에 달군 프라이팬에 겉면이 노릇해질 때까지, 토마토를 한 면당 2~3분씩 지진다.

바삭한 빵가루 껍질과 살짝 익어 부드러워진 토마토의 질감 대조가 매력 포인트이다. 

<[이용재의 필름 위의 만찬]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 조선일보>


<위에 있는 레시피대로 만들어 본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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