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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포 Jun 23. 2022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의 황금 비율은 과연 사실일까?

출처 불명의 "에토스60%, 파토스30%, 로고스10%" 의 비율

2400년 전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의 3가지 요소로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를 꼽았다. 그 후 이 이론은 수사학의 근간이 되어왔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은 3권으로 구성됐는데  1, 2권은 수사학의 정의와 세 요소에 대하여, 3권은 그 외 연설에 미치는 요소들에 대한 것이다.  이 설득의 세 가지 요소 중 어느 것이 가장 중요할까?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의 영향력을 비율로 설명하는 내용은 나와 있지 않다.


그런데  놀랍게도 많은 전문가들의 칼럼과 책에서 '에토스 60%, 파토스 30%, 로고스 10%로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설득의 황금 비율 등으로 자주 소개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도 자주 인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많은 책과 컬럼에서 소개되고 있는 설득 요소의 영향력, 근거가 있는 주장일까?>


책의 저자와 칼럼 기고자, 연구자들에게 이 비율의 출처는 묻는 메일을 보냈는데  아직까지 확실한 근거를 제시한 답변은 받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어디서 인용하긴 했는데 정확한 출처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어떤 교수는 아리스토텔레스는 로고스 보다 에토스를 강조했다면서 수사학 분야에서 당연시되는 이론이어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사회과학에서 정확한 근거도 없이 풍문만 믿고 이를 사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은 전문가의 책에서 인용한 내용이다.  너무나 많은 책에 이런 내용이 수록돼 있지만 잘 알려진 작가의 책  3권만 꼽았다.


일반적으로 상대방이 공감을 얻어내고 마침내 의사 결정과 행동을 유발하는 과정에서 미치는 영향력은 에토스가 60%, 파토스가 30%, 로고스가 10% 정도를 차지한다. 한마디로 믿을 만한 사람이 믿을만한 에너지를 통해 수신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감동시켜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설득이 된다는 말이다.
- 유영만 저, 공부는 망치다. p.247


아리스토텔레스는 일찍이 누군가를 설득할 때는 이토스 Ethos, 파토스 Pathos, 로고스 Logos 라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토스는  명성, 신뢰감, 호감 등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에 대한 인격적인 측면으로, 설득 과정에 60 퍼센트 정도 영향을 미친다.
파토스는 공감, 경청 등으로 친밀감을 형성하거나 유머, 공포나 연민 등 감정을 자극해 마음을 움직이는 감정적 측면으로, 설득에 30 퍼센트 정도 영향을 미친다.
로고스는 논리적인 근거나 실증적인 자료 등으로 상대방의 결정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는 논리적 측면으로, 설득에 10 퍼센트 정도 영향을 미친다.
- 이민규 저,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 p.35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설득의 3요소는 에토스 Ethos, 파토스 Pathos, 로고스 Logos다. 그리고 그 각각은 설득을 할 때 차례대로 60%, 30%, 10%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 이시한 저, 논리로 설득하고 스토리로 공감하라. p.21



네이버에서 "에토스 60%, 파토스 30%, 로고스 10%"로 검색하면 수백 개의 칼럼, 블로그 글이 나온다. 그중 전문가 칼럼 몇 편을 소개한다.  

<'에토스 60%, 파토스 30%, 로고스 10%'에 관한 칼럼들 / 네이버 >



"에토스 60%, 파토스 30%, 로고스 10%"의 비율에는 문제점이 많다.  


처음 이 내용을 접하고 적잖이 놀랬다. 조금만 살펴보면 문제점이 하나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첫째, 기원전 그리스 시대의 글에 백분율 적용한 것이 있다니  놀랄 수밖에 없다. 백분율은 15세기에 등장한 개념이다. 그 이전 모든 서적에 백분율이 나타날 수가 없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중요도를 말했다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말했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연구하는 사람이 이런 비율을 산출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실제로 질문하니까 이런 답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럼 연구 근거를 대면서 설명해야 한다. 수많은 아리스토텔레스 연구자들이 있어 왔는데 과연 누구의 연구 결과물이란 말인가?  당연히 연구 방법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


둘째, 중요도의 비율에 관한 것이다.  에토스가 60%로 가장 중요하다고  했는데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렇게 말했을까?  많은 연구자들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을 통해 강조한 것은 로고스였다고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소피스트들이 파토스와 에토스에 많이 의존하고 논증의 중요성을 소홀히 다루는 것을 비판했다. 청중의 감정을 자극하는 '파토스'의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로고스' 측면을 거의 무시했다는 점에서 진정한 수사학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에토스를 언급하며 청중이 연설가가 훌륭한 사람이라고 믿거나 자신의 성격에 더 부합하는 연설을 듣게 되면, 그런 연설을 더 잘 받아들인다고 했다. 더불어 로고스로 논증하고 파토스로 공감하게 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설득의 3가지 요소의 개념과 특징을 잘 이해하고 이를 적절하게 구사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셋째, 설사 "에토스 60%" 이론이 있다고 해도 이를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다. 대상과 상황에 따라 달라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이 연설을 듣는 청중에 따라 세 유형으로 구분된다고 했다. 세 가지 유형은 조언을 위한 연설, 법정에서의 변론, 선전을 위한 연설이다. 조언을 위한 연설은 권유하거나 만류하는 연설이고 법정에서의 변론은 고발하거나 변론하는 연설, 선전을 위한 연설은 찬양하거나 비난하는 연설이다. 이렇게 유형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더욱 이상한 것은 "에토스 60%, 파토스 30%, 로고스 10%"의 비율이  한국의 도서와 칼럼에서 자주 발견된다는 것이다.  수사학 관련 해외 사이트에서 이런 내용을 발견하지 못했다.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와 관련된 사이트는 무수히 많은데도 영향력을 백분율로 설명한 외국 사이트를 보질 못했다. 한국의 논문 검색을 통해서도 이러한 내용을 찾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점이 있는데도 이 이론이  오랫동안 전문가들 사이에서  통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가장 효과적인 강연은 파토스 65%, 로고스 25%, 에토스 10%이다"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권위자이자 '어떻게 말할 것인가(Talk Like Ted)'의 저자 카민 갤로 교수는 하바드 비즈니스 리뷰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논문을 게재했다. 유명한 TED  강연자 500명의 강연을 분석했는데 가장 반응이 좋았고 효과적인 강연은 파토스 65%, 로고스 25%, 에토스 10%로 구성됐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통해 감정을 자극하는 파토스의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시중에 떠도는 "에토스 60%"와는 상반된 결과이다. 이 연구 결과가 가장 신뢰할 만다고 생각한다.



<카민 갤로의 연구 결과 재구성 / HBR>

출처 : https://hbr.org/2019/07/the-art-of-persuasion-hasnt-changed-in-2000-years?utm_medium=social&utm_campaign=hbr&utm_source=LinkedIn&tpcc=orgsocial_edit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수사학의 정의와 설득의 3요소


설득 3요소에 대한 내용을 보다 정확하게 밝히기 위해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1권 2장 '수사학의 정의'에 수록된 내용을 인용한다. 아주 중요한 구절로 자주 인용되는 내용이다. 여기에서 언급한 화자의 성품은 에토스, 청중의 심리 상태는 파토스, 뭔가를 증명하는 것은 로고스를 가리킨다. 세 가지 요소의  개념과 정의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의 전편을 보더라도 에토스의 비중을 강조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수사학에 관한 많은 논문들을 살펴봐도 로고스를 강조했다는 내용을 다수 발견할 수 있다.  


수사학은 각각의 사안과 관련해 거기에 내재된 설득력 있는 요소들을 찾아내는 능력이다.

말로 신뢰는 주는 방법으로는 세 가지가 있다. 어떤 것은 화자의 성품과 관련되어 있고, 어떤 것은 청중의 심리 상태와, 어떤 것은 뭔가를 증명하는 것에 관한 것이다.

화자의 성품으로 인한 신뢰는 청중이 그를 신뢰할만하다고 생각하도록 말할 때 생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모든 일에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성품을  더 크게 더 신속하게 신뢰한다.

청중으로 인한 신뢰는 화자의 말에 청중이 어떤 감정을  지니게 되었을 때 생긴다. 괴로우냐 기쁘냐에 따라, 또는 좋아하느냐 미워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판단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말 자체로 인한 신뢰는  화자가 각각의 사안과 관련해 진정으로 설득력 있는 요소들, 또는 그렇게 보이는 것을 드러낼 때 생긴다.

신뢰는 이 세 가지로 생기기 때문에, 이것을 활용하려면 삼단논법을 통한 추론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성품과 미덕에 대해서 알아야 하며, 셋째로는 감정과 관련해서 각각의 감정이 어떤 것이고 그 특징이 무엇이며 어떻게 생기는지를 알아야 한다.

<출처 :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 박문재 역>



"에토스 60%, 파토스 30%, 로고스 10"에 관한 이론을 누가 처음 발표했는지는 아직 찾아 내지 못했다. 수사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인용되고 있다고 하는데 과학적 측면에서는 문제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관련 근거를 찾기 위해 저자에게 문의도 하고 관련 논문, 도서를 찾아봤지반 아직 근거를 찾지 못했다.


이것은 마치 "목표를 글로 쓴 3%의 효과"에 대한 예일대와 하바드대의 연구와 같은 현상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어느 한 사람이 주장한 것을 아무런 검증을 하지 않은채로 서로 인용을 하다보니 마치 근거가 있는 것처럼 굳어진 것이 "목표를 글로 쓴 3%의 효과"에 대한 주장이다. 논란이 되자 예일대와 하바드대에서 공식적으로 그런 연구를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런 내용이 유명 작가의 글에 등장하기도 한다.  "메라비안의 법칙"도 마찬가지다. 이 관련한 브런치 글을 첨부한다.


글의 내용 중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지적해주시길 바랍니다.


https://brunch.co.kr/@oohaahpoint/35


https://brunch.co.kr/@oohaahpoint/34




<참고 자료>

아리스토텔레스 저, 박문재 역,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현대지성, 2020

유영만 저, 공부는 망치다, 나무생각, 2016

이귀혜, 한국 대통령들의 설득 수사학 : 에토스·파토스·로고스 개념을 중심으로, 한국소통학보 Vol.8 No.- [2007]

이민규 저,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 더난출판사, 2004

이시한 저, 논리로 설득하고 스토리로 공감하라, 경향미디어, 2012

이용택 저, 생존 교양, 한빛비즈, 2012

카민 갤로 저, 유영훈 옮김, 어떻게 말할 것인가, 알에치코리아, 2014

한석환,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수사학적 설득이란 무엇인가? 수사학, 2016

Caminne Gallo, The Art of Persuasion Hasn’t Changed in 2,000 Years,  HBR, 20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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