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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포 Feb 20. 2021

잘못 사용되고 있는 '메라비안의 법칙'

7%-38%-55% 의 법칙은 어떤 근거에 의한 것인가?


커뮤니케이션 관련 워크숍에 참석하면 자주 등장하는 것이 메라비안(Mehrabian)의 법칙입니다. 최근에도 몇 번 경험했습니다. 그런데  '메라비안의 법칙'이 잘못 사용되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몇 번의 구굴링만 해도 바로 잡을 수 있는 것을 교육현장에서 무비판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한 사람이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이미지는 시각적 요소와 청각각 요소가 각각 55%와 38%, 말의 내용은 7%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7%-38%-55% 법칙,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메라비안의 법칙(Rule of Mehrabian)입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심리학과 명예교수이자 심리학자인 앨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 1939 ~ )이 발표한 이론으로 상대방에 대한 인상이나 호감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목소리는 38%, 보디랭귀지는 55%의 영향을 미치는 반면, 말하는 내용은 겨우 7%만 작용한다는 이론을 말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메라비언의 법칙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하지만 7%-38%-55% 법칙은 제한된 상황에서 연구됐기 때문에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 상황에 적용해서는 안된다고 메라비안 교수가 밝힌 바 있습니다.  네이버 백과는 인상이나 호감과 관련지어 말하고 있지만 전제 조건이나 연구 한계점을 설명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메라비안 법칙이 확대 해석되고 남용되고 있는 것은 비언어적(non-verbal) 표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취지에 딱 맞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일단 알려지고 나면 이를 정정하기란 쉽지 않은가 봅니다.  



메라비안의 연구는 이런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1) 녹음된 단어로 실험했습니다. (예를 들면 "dear" or "terrible")

2) 얼굴 사진으로 실험했기 때문에 다른 유형의 바디 랭귀지 (제스처  등)는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3) 두 가지 상황을 부적절하게 결합하여 수치 도출했습니다.

   (첫 실험은 audio, 두 번째 실험은 얼굴 표정 사진과 녹음된 목소리 톤)

4) 긍정적 / 부정적 / 중립적 감정에 관한 것을 실험했습니다.


요약하자면, Mehrabian의 연구는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음성으로 말한 단어의 녹음과 얼굴 표정 사진을 듣거나 보도록 하여 연사의 감정을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이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얼굴을 마주 보면서 의사소통한 게 아니라 녹음된 음성들 듣고 감정 및 태도를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그것도 문장이 아니라 '단어'를 듣고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둘째, 당연히 바디 랭귀지 55%라는 것은 허구입니다. 메라비안의 실험에서는 얼굴 표정(facial expressions) 사진을 보고 평가하도록 했기 때문에 당연히 몸짓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를 바디 랭귀지로 확대하는 것은 근거가 없습니다.



메라비안 교수는 "이 연구가 실험실 환경에서 like-dislike와 같은 감정이나 태도를 측정했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7-38-55 법칙도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Liking에 관한 것입니다.  메라비안의 법칙을 정확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메라비안 교수가 직접 밝힌 내용입니다.



전체 호감도(Total Liking)

= 7% 언어적 호감도(Verbal Liking) + 38% 목소리 호감도(Vocal Liking) + 55% 얼굴 표정 호감도(Facial Liking)


이 공식을 도표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Albert Mehrabian의 연구 결과 종합



얼굴 표정(Facial)이라고 했는데 시각적 요소(용모, 표정, 제스처)로 확대 해석한 것입니다. 그리고 호감도(like-dislike)에 관한 실험입니다.  호감도는 커뮤니케이션 요소 중에 일부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라비안의 법칙이 자주 인용되는 이유는 스피치 분야에서 비언어적 메시지(억양, 표정, 몸짓)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비언어적 요소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날 수 있습니다. 이를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 상황으로 확대 적용하는 것은 오류입니다.  


비언어적 메시지보다 언어적 메시지가 아주 중요합니다. 정확한 의사 전달은 언어적 메시지에 있습니다. 스피치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아주 중요합니다. 보컬의 다양성과 적절한 제스처로 강화할 수 있지만 이것들은 기본이 아니라 보조입니다.  


대부분의 말실수 사건은 언어적 메시지로 인해 일어납니다. 2017년 안철수 대표는 이런 유머를 날렸다가 후폭풍에 시달렸습니다. "대머리가 되면 생기는 매력이 있답니다. 아십니까? 헤어(hair)날 수 없는 매력이랍니다." 안 대표는 '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한 말'이었고 청각적 요소나 시각적 요소 모두 이상이 없었습니다.  이미지의 93%가 비언어적 표현에 있다면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겠죠.  


몇 년 전 모 국회의원이  ‘달창’ 이란 발언을 해서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일베들이 사용하는 비어인데 무심코 사용한 것입니다.  이 또한 비언어적 메시지가 아니라 언어적 메시지로 일어난 사건입니다.


그리고 호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어적 메시지의 중요도가 7%밖에 안된다면 호칭이 왜 중요할까요? 사람을 부르면서 직위로 부르는 것과 이름을 부르는 것, OO님과 OO 씨는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이때 아무리 억양과 표정을 좋게 해도 호칭이 좋지 않으면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우면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호칭과 존칭어입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을 매듭짓겠습니다. 메라비안의 법칙은 특수한 상황에서 연구됐기 때문에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 상황에 적용할 수 없습니다.  문장이 아닌 단어로, 그것도 녹음된 말을 사용했고  얼굴 표정 사진으로 호감도를 측정했습니다.  이것을 대면 커뮤니케이션으로 확대하는 것은 오류입니다.  메라비안 법칙이 적용될 분야는,  같은 내용이라면 청각적 요소와 시각적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된다는 점입니다. 메라비안의 법칙이 무비판적으로 사용되고 있어서 긴 글을 작성했습니다.   


 


<관련 자료>

http://www.kaaj.com/psych/smorder.html

https://medium.com/@neurodatalab/experts-say-is-communication-really-only-7-verbal-truth-vs-marketing-9a8e7428fd0f

https://en.wikipedia.org/wiki/Albert_Mehrabian#Criticism

https://ubiquity.acm.org/article.cfm?id=2043156


<보태기>

이외에 잘못 인용되거나 출처 불명 사례에 관한 글


https://brunch.co.kr/@oohaahpoint/75


https://brunch.co.kr/@oohaahpoint/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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