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사업계획 1단계
분석은 현 상황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된다. 예를 들어 나는 업무상 수익성 분석 및 개선 보고서를 자주 작성하는 편인데 이때의 스타트 점 현재의 손익 실적을 파악하고 특징을 카테고리 화이다. 회사의 경우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실적을 관리하고 정리하는 담당자가 별도로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받은 자료를 가공만 하면 되지만 내 인생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자료를 정리해주지도 심지어 보관해주지도 않기에 내년 사업계획을 짜는 과정의 첫걸음을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기'로 정하였다.
멋있게 글로 정리하기는 어려우니 간단히 정리해보기로 한다.
일단 나는 빵순이이다. 태생적으로 밀가루가 몸에 잘 받지 않고 입사 후 건강도 악화되었지만 달달한 빵과 커피 한잔은 나의 삶에 빠져서는 안 되는 단팥빵 속의 앙금 같은 존재들이다. 나는 겉으로 보기에는 건강하지만 건강검진 결과가 해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요새는 밀가루와 커피를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나의 소울 푸드는 역시 빵과 커피가 아닐까 싶다. 가족들에게는 입버릇처럼 이야기 하지만 언젠가는 나만의 카페를 오픈해보고 싶다.
퇴근 후 나의 가장 큰 행복은 조용한 집에서 혼자 책을 읽거나 재미있는 글 찾아보기이다. 하지만 보통은 퇴근 10분 전 혹은 야근하고 있는 나에게 팀장은 항상 급번개를 제안하곤 한다. 거의 10번 중 9번은 온갖 핑계, 번개 제안 느낌이 오면 자연스럽게 화장실로 대피와 같은 방법으로 위기에서 벗어난다. 안 가고 그만이면 되는데 개복치인 성격이라 '회식 제안을 거절해서 인사평가에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지? 팀장이 내 욕을 하고 다니면 어쩌지?'와 같이 집에 와서 걱정을 하는 편이다. 하지만 우리 집 식탁에서 조촐하지만 직접 준비한 반찬에 따뜻한 밥 한술 떠먹으면 그 걱정들은 언제 그랬냐며 사라지고 오늘 있었던 일을 말로 일기 쓰듯이 하나하나 다 이야기하다가 잠드는 걸 좋아한다.
근로소득으로는 원하는 삶을 살기 어렵다는 생각에 재테크가 부동산에 관심을 커지고 있다. 아직 특별히 실천에 옮긴 건 없지만 아이쇼핑 하듯이 네이버 부동산을 뒤적거리고 인터넷에 각종 기사들을 읽으며 재테크에 워밍업하고 있는 단계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공부만 할 수 없는 법! 이제는 실천에 옮기는 재테크계의 개미가 되어야겠다.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커지면서 그렇다면 진정 내가 원하는 회사는 어떤 곳인가라고 고민을 많이 해보았다. 그리고 실제로 새로운 곳에서 면접을 볼 경우 필수 질문 중 하나인 "Why did you choose here?"에 멋들어지게 대답하기 위해서는 날파리들처럼 날아다니는 내 생각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직장은 우선 산업 전망이 밝거나 산업 내 기업의 경쟁력이 성장하고 있는 곳이다. 사실 한국에서 이런 기업이 몇이나 되겠나 싶지만은 그래도 꿈꿔본다. 안되면 나라도 언젠가 만들어보고 싶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일주일에 1.5회 수준의 야근과 업무 중에 자유롭게 커피 한잔 하러 자리를 비울 수 있는 수준의 워크로드가 주어지면 좋겠다. 더불어 남녀차별이 평균 대비 상대적으로 적어서 육아와 커리어를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조직이길 희망한다. 일의 경중에 따라 인정받는 구조와 직급 간의 위계질서가 강하지 않아 구성원들이 원하는 바를 일정 수준 제안할 수 있는 환경 제공되길 바란다. 결론적으로 합리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조직을 원한다.
정리하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 내 또래의 동년배들이 좋아하는 것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래서 손에 꼽는 신의 직장이 생기고 상당수의 학부생들이 비슷한 직업을 향해 달려가는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공통적으로 원하는 조건들은 일정 부분 노동의 기본권으로 충족 되어야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반문이 들며 오늘도 출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