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날 싫어한다고 했다
유인이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내게 말을 던졌다.
네가 뭔데 내 친구 인사를 안 받아? 너 같이 싸가지 없는 애들은 진짜 별로야.
머리 뒤통수를 둔기로 맞은 것 같았다.
'언제 누가 나한테 인사를 했지?' 대꾸도 하지 못한 채, 유인은 밖으로 나가버렸다.
나는 학교에서 눈에 띄는 편이었다. 또래보다 키가 크고 공부를 꽤 잘했기 때문이다.
쉬는 시간 복도를 걸으면 잘 모르는 아이들이 인사를 건넸고, 하굣길에는 낯선 어른들이 말을 걸었다.
나는 상대를 모르는데 상대는 나를 아는 것, 그게 정말 무서웠다.
낯도 많이 가리던 터라, 모르는 사람이 인사를 건네면 '나한테 한 게 아니겠지' 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것 때문에 저런 소리를 듣자니 퍽 억울했다.
모두와 잘 지내고 싶었던 내게, 처음으로 나를 별로라고 한 아이가 생겼다.
상황을 정정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다. 눈치만 보며 3월의 절반이 지나갔다.
유인과 친하지도 않았는데, 유인은 내 앞자리 고정석이었고, 눈앞에 유인이 있었기에 항상 마음이 불편했다.
학교 급식실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일주일간 도시락을 싸 다녀야 했다. 처음에는 옆자리 친구와 이야기하며 먹었는데, 유인의 짝꿍이 사교성이 좋아서 뒤를 돌아 같이 먹자고 했다. 그렇게 유인과 나는 점심을 함께 먹게 되었다.
이상하게 자꾸 눈이 갔다. 흔한 로맨스 소설에나 나올 법한, '날 싫어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라는 이유로 관심이 가는 것처럼. 영화와 드라마를 현실과 구분하지 못했던 철없던 나는, 실제로 그런 말을 유인에게 했었다.
그냥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고, 어떻게 하면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다.
그렇게 유인을 지켜보게 되었다.
유인은 엄청 활발한 것 같으면서도 (쉬는 시간에 애들과 재잘재잘 떠드는 타입) 친한 아이들이 없으면 엄청 조용했다.
어느 날 점심시간, 환기를 다 하고 창문을 닫으려 했다.
창문 사이로 불어오는 봄바람에 커튼이 흩날렸다.
그 사이로 들어가 창문을 닫으려는데, 유인이 혼자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창문을 닫으려는 나에게 닫지 말라고 하며, 유인이 말했다.
나는 하늘을 보는 게 너무 좋아.
열다섯 살의 나는 하늘을 본 적이 없었다.
그 말을 듣고 본 하늘은 새파랗고, 하얀 구름이 둥둥 떠다녔다.
무슨 영화의 한 장면처럼, 바람에 커튼은 흩날리고, 거기서 유인과 나는 함께 창문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내가 영화감독이 된다면, 학창 시절 로맨스를 찍게 된다면 이 장면을 꼭 넣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유인이 나를 싫어하는 줄 알고 쭈뼛거리고 있었는데, 유인은 자기가 내게 한 말을 까먹었는지 신경도 안 쓰고 자기가 하늘을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울려버린 수업시간 종소리. 나는 그때도 T였던 것 같다.
종이 쳤으니 자리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그 시간 잠시 더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거 같은데, 그냥 그렇게 유인과의 단둘이 있는 시간이 끝나버렸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유인은 사춘기였던 것 같기도 하다. 나도 그랬을지도..
또래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유인에게 나는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