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쓰고 싶었어요.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드라마틱한 인생을 산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자꾸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나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조금쯤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솔직히 말하면… 그냥 나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 수도 있겠네요.
세상에 “나”라는 사람이 있었다고, 조용히 꺼내어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한때는 익명으로 글을 써야 하나, 실명을 드러내면 괜히 거창해지는 건 아닐까, 고민도 참 많이 했어요.
그럼에도, 나는.
어딘가에 익명으로라도 나라는 사람을 남기고 싶었어요.
나는 스스로를 ‘파란만장했다’고 느껴요.
그게 뭐 대단한 사건이나 큰 질병을 겪었다는 건 아니에요.
그냥, 평범한 듯하지만 조금씩 비틀린 길들 위에서 나름의 진동을 버티며 살았달까요.
키가 커서 관심을 많이 받았고,
학생 때는 선생님 심부름을 참 많이도 했죠.
지금 생각하면, 초등학교 6년이 남들보다 두 배쯤은 더 길게 느껴졌던 것도 같아요.
그 시간들은 아무도 모르게 나에게 많은 것을 새기고 있었고요.
그런 조각들을 모아서 글을 쓰고 싶었어요.
이런 욕망이 어쩌면 ‘나르시시스트적’인 건 아닐까, 스스로 의심도 했어요.
‘이 무의미한 나의 글이 세상을 오염시키는 건 아닐까?’
어떤 날은 그런 자책으로 아예 펜을 놓기도 했어요.
그래도… 글은 참 좋더라고요.
고요하게 앉아서 마음을 뒤집고, 펼치고, 가만히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
정리되지 않은 감정을 조심스럽게 문장으로 눌러쓰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 마음이 조금 덜 복잡해지기도 하니까요.
1~2년 전쯤, 그때도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어서 몇 편의 글을 올렸었어요.
그때는 너무 현실적인 일기 같은 글이었어요.
지금보다 훨씬 더 날것의 감정, 그때 그 상처에 너무 가까이 닿아 있었던 탓인지 그때 쓴 글은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이제야 그 감정, 상처에 조금 거리를 둘 수 있게 되었고, 그때의 나를 품어줄 수 있는 마음도 생겼어요.
그래서 지금, 저는 다시 글을 씁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실제로는 아직 단 한 편의 글도 외부에 내놓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천천히, 내 안의 이야기를 꺼내어 적고 있어요.
이 글들이 언젠가는,
나를 나로 써 내려가는 초석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언젠가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읽히지 않더라도,
그저 내가 살아냈던 시간들이 있었노라고 조용히 증명해 주는 기록이 되었으면 해요.
익명으로라도.
아니, 내 이름으로.
누구든 되어서.